[상담칼럼] 주눅들어 있는 아이, 무엇이 문제일까?
당당하고 주눅들지 않으면서 고분고분한 아이는 없다. 당당한 내 아이의 비결은 부모의 경청과 공감능력
일반적인 부모라면 내 아이가 고분고분 말 잘 듣는 아이였으면 하고 바라지만 그렇다고 주눅 든 모습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적당하게 순응하고, 적당하게 자기주장도 하면서 자율성과 주도성을 발휘하며 살아가기를 기대하죠. 그래서인지 친구들 앞에서, 선생님 앞에서 당당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아이를 보면 굉장히 속상해하시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언제 그리고 어떤 이유로 주눅이 들까요. 그리고 그때 아이의 정서는 어떤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주눅 든 아이들에게 발견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낯선 상황과 장소에서 쭈뼛거리며 뒷걸음치는 모습 친구에게 먼저 말 걸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습 간단한 질문에도 대답하지 못한 채 눈치만 보는 모습 그리고 질문에 대해 대부분 단답형으로 ‘예’ 아니면 ‘아니오’ 또는 ‘몰라요’로 끝납니다. 그렇다면 이런 특징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첫째, 기질적인 면에서 보면 위험회피와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아이일 수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는 상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낯선 상황에 상당한 긴장과 불안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아이에게는 사전에 충분한 설명과 준비할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둘째, 성격적인 면에서 보면 에너지가 안으로 향하는 내향형의 성격일 수 있습니다. 내향형의 아이들은 생각이 많고, 자기 생각이 충분히 정리가 되어야 비로소 말로 표현하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느리고, 더디고, 낯설어한다고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부모 기준으로 판단하거나 야단치지 마시고 아이의 성향을 아는 것도 중요하고, 충분히 기다려 주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세 번째 정서적으로 불안이 높거나,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기 생각이나 감정에 대한 확신이 없고, 타인과 세상이 나를 무조건 수용하고 이해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부족하면 자신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이의 신뢰감은 자존감과도 연결이 되고, 여기에는 부모와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는 아이는 외부 자극이나 환경적응을 위해 쓸 에너지가 부족하고, 타인의 평가에 예민하면서 기쁘고, 설레고, 좋고, 행복한 긍정적인 정서를 자신에게 잘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주눅 들어 보입니다.
네 번째 인지적인 면에서 아이의 환경적응 능력이 또래보다 부족할 수 있습니다. 지능은 학교에서의 지식만을 배우는 능력이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는 여러 능력을 의미합니다. 주의력이 부족하거나, 정보처리 능력이 부족하거나, 어휘 능력이 부족해서 상황과 환경, 사람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주눅이 들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모가 있습니다. 기를 펴지 못하고 눈치 보면서 숨는 아이들의 부모는 급하거나 불안이 높거나 완벽주의 성향이거나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을 가능성이 짙습니다 성격이 급한 부모는 아이를 기다려 주지 못하고 ‘빨리빨리’를 외치게 되고 부모의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는 ‘왜 그렇게 느리니?’ ‘왜 그렇게 게으르니?’ 라는 피드백으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지고 더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불안이 높은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욕구를 느끼기도 전에 모든 것을 미리 주면서 아무것도 하지 말고 부모가 주는 것만 하면 된다고. 그렇게 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말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욕구를 느끼는 것 자체를 미안해하면서 표현하지 못하게 되고 자신의 욕구를 부정하고 부모에게 숨기게 됩니다.
완벽주의 성향의 부모는 굉장한 이분법적 사고와 기준으로 아이를 구분 짓습니다.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아야 하고 모든 것을 잘해야 하고 절대 실수하면 안 되고 반드시 성공 해야 한다고 강요합니다. 실수를 통해 인생을 배워 나가는 인생 법칙을 무시한 채 아이를 향해 무리한 욕구를 당연하다고 주입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우울한 부모는 자녀의 욕구와 호기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으라고 난 뭐가 그리 즐겁냐고 그게 뭐가 좋은 거냐고 아이와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부정해 버립니다. 아이의 행동이 증상이라면 원인은 아이보다는 부모의 양육방식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아이의 목소리를 말대꾸 또는 반항으로 혼내고 있지 않은지, 당당하기를 기대하면서 부모 앞에서는 무조건 “네”라는 말만 하라고 우기지는 않는지, 아이가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시간을 꾸물대고, 게으르다고 평가하고 있지 않은지 보셔야 합니다.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눈을 맞추고, 비난이나 평가의 걱정 없이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첫 번째 대상은 부모여야 합니다. 부모에게조차 자기 생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아이는 어디에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못합니다. 아이가 목소리를 낼 때 ‘이 아이는 나를 믿는구나!’라고 생각하셔야 아이는 주눅 들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