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철학자 김만권 교수, "외로움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외로워진 대중, 전체주의에서 구원 찾아... 민주주의 위협해” “노력 강조하는 능력주의 사회는 고립된 사람들 만들어”

2023-07-19     전시은
▲ 두번째 여수시민학교 정치철학자 김만권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강의 현장

여수시민협과 함께 하는 여수시민학교 두 번째 강의는 정치철학자 김만권 경희대 학술연구교수가 함께 했다.

정치철학자로도 활동 중인 김만권 교수는 ‘호모저스티스’, ‘새로운 가난이 온다’ 라는 책을 펴낸 바 있다. 김만권 교수는 강의에서 “현 시대는 인류가 발생한 이래 가장 외로운 사람들이 많이 존재하는 시기이다. 외로움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한국에서 ‘외롭다’는 단어는 낭만화되어 있다. 그는 “외롭다는 건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뜻”이라며 “과거 노동의 바깥에 존재하는 노인세대가 자연스럽게 외로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통계적으로 20대와 10대가 제일 외롭다. 한국은 열심히 일할 때 좋은 삶이라 여기는 나라다. 그러다보니 일 바깥으로 밀려나면 세상에서 멀어진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노력’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를 우려했다.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재능보다 그간의 노력을 먼저 내세운다. 노력주의가 나타나며 능력은 개인의 노력의 문제로 바뀐다. 뒤로 밀려난 사람은 게으른 사람으로 치부되고 어렵고 힘든 사람이 사회에 도움을 청하면 ‘노력도 하지 않고 받으려 한다’는 태도로 나온다. 그러다보니 능력주의 사회는 고립된 사람들을 생산하게 된다.”

전체주의는 외로워진 대중의 지지로 만들어진 체제
불평등사회에서 이타심 잃어... 고립이 혐오로 이어져

▲ 일자리 부족에 따른 대규모 실업자 발생은 제국주의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외로움이라는 단어는 17세기까지 존재하지 않다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처음 등장한다. 그러다 19세기 말에 집단문제로 본격 등장했다.

당시 노동력을 충당하기 위해 출산을 장려했는데 이는 일자리부족을 불러왔으며 사회적으로 ‘실업'이라는 개념이 대두된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를 쓸모 없는 인간이라 여기고 됐고 이는 제국주의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외롭고 도움받지 못하는 이들은 자신의 존재의미를 의심한다. 그러다보니 사회 공통의 이익을 고려하며 사고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나치의 인종주의 이데올로기가 바로 그것이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저서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히틀러의 나치즘은 외로워진 대중의 지지로 만들어진 체제’라고 설명했다. 또한 히틀러를 지지했던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설 자리는 아무데도 없었다. 나의 조국에서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던 그때 나는 히틀러를 만났다’ 라고. ”

김 교수는 외로워진 사람들이 타인을 적대시하고 사회적 약자에게 분노를 쏟아낸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불평등 사회일수록 고립을 택하는 사람이 증가한다".

"소비사회와 타인지향형 사회에서는 '내가 무엇을 쓰는지'가 내 정체성을 보여준다. 사회적 격차가 벌어지는 불평등 사회에서는 외로움이 깊어진다. 리처드 윌킨슨과 케이트 피킷은 저서 '불평등 트라우마'에서 불평등이 커질수록 지위경쟁과 불안이 커지고, 이는 이타심을 잃고 남을 폄훼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적었다.
불신하는 사회에서는 남에게 나쁜 인상을 줄까봐 사람을 피하게 되고 홀로 남겨짐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된다."

외로운 사회는 외로움을 조직화하는 세력이 형성돼.. 도서관 지원금 끊긴 이유

▲ 외로움은 혐오현상을 불러온다.

또한 그는 통계 밖에 있는 이들을 우려했다. 정부 조사대상에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청년층은 제외되는 경우가 많은데 통계가 없다는 것은 이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고립된 이들이 특정 정치인들의 타깃이 되는 점을 지적했다.

“사람들은 어렵고 힘들 때 자연스럽게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외로움을 느끼는 젊은 사람들은 자신의 편이 되어줄 정치인의 손을 덥석 잡는다. 사회적으로 고립됐다고 여길 때 ‘너의 정체성과 자리를 내가 찾아줄게’ 라고 약속하는 정치인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을 향해 내민 손이 히틀러의 것이든 트럼프든 이준석이든 상관없다. 트럼프는 외로운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를 분노대상으로 삼도록 유도했는데, 이준석은 자신의 저서에서 트럼프 현상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적어놓았다.

외로움은 우파 포퓰리즘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공동체 활동이 적을수록 극우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각 지역 도서관에 배분되는 지원금이 끊겼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정교하게 계산된 것이다. ”

이어, 김 교수는 "일반적 통념과 달리 한국에서 가장 외로움을 많이 호소하는 세대가 20대"라고 설명하며 1인가구 비율 중 절반 이상이 저소득층인 점을 지적했다.

“2018년 한국에서 발간된 외로움보고서에 따르면 예상과 달리 60대가 가장 적게 외로움을 호소하고 2,30대가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이는 노인연금이 지급되며 이들이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국은 대졸자 평균 취직 연령이 31세인데 이는 20대 전부를 취업준비로 소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제적 자립을 못한 이들은 스트레스와 부모에 대한 죄책감으로 가득하다. 이같은 젊은층의 외로움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해롭게 만든다.”

‘자녀에게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가르치겠다’는 부모... OECD 중 한국이 가장 적어

▲ 고립되어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면 불특정다수를 혐오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조사 결과 스스로 고립과 은둔을 택한 2,30대 청년이 서울시에서만 12만9천명, 전국적으로 61만명에 달한다.

“OECD가 발간한 ‘더 나은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어렵고 힘들 때 도와줄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은 76%가 그렇다고 답했다. ‘자녀에게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가르치겠느냐’는 질문에 한국은 또다시 꼴등을 차지했다. 이는 ‘적자생존, 각자도생의 사회’의 결과물이다.”

강의 말미에 그는 "많은 이들이 정치에 참여한다면 보상격차가 줄어들 수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가 하는 일 대한 보상격차가 줄어들면 한국의 입시제도는 알아서 정리될 것”이라고 설명하며 강의를 끝맺었다.

▲ 강연후 저자와 한 컷 ⓒ전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