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칼럼] 게임에 빠지는 아이, 무엇이 문제일까?

게임은 진짜 나쁘기만 한 걸까? 게임을 못하게 하면 왜 화를 낼까?

2023-07-22     주경심
▲ 아이는 게임을 못하게 하면 짜증을 내고 욕을 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1학년 지훈이 엄마의 걱정은 지훈이가 게임을 하느라 잠도 안 자는 것이고 3학년 동현이 아버지의 걱정도 동현이가 게임만 하려 하는 것이다. 심지어 동현이는 게임을 못하게 하면 짜증을 내고 욕을 하기도 한다.

고등학교 2학년 연하 엄마 역시 같은 걱정을 하고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게임 때문에 싸우다 보니 이제 아이 얼굴만 봐도 화가 난다고 호소하고 있다. 방학이 되면 그나마 지켜온 생활방식이 게임 위주로 돌아갈 것 같아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임을 못하게 해 달라며 상담실로 아이들을 데려오는데 상담실에 끌려오거나 잡혀 온 아이들은 부모의 걱정에 뭐라고 대응할까?
“할 일 다 해놓고 게임을 하는데 그게 뭐가 문제에요?“
“저만 하는 거 아니고 아빠도 하루 종일 핸드폰만 보면서 왜 저한테만 뭐라고 해요?”
“제 친구들도 하는데,  친구 부모님들은 안 그러는데 저희 부모님이 유난스러우신 거예요.”
“게임 안 하면 다른 거 할 게 없어요.”

라고 그럴듯한 이유를 댄다.

아이들은 왜 게임을 하고 게임에 빠질까?

게임을 하는 아이들은 크게 ‘게임이 좋아서 하는 아이’와 ‘게임밖에 할 게 없는 아이’로 나눌 수 있다.

게임이 좋아서 하는 아이 중에는 머리가 좋고 전략이 뛰어나서 게임을 이끌어가고 무엇보다 게임을 통해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상당히 인정받고 있다. 어떤 것을 해도 스스로 만족하거나 부모의 인정을 받아 본 적 없던 아이가 게임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강점을 찾고, 자신의 가능성을 찾았는데 그것을 끊으라고 하는 것은 ‘찌질했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게임밖에 할 게 없는 아이는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친구 관계 및 학습에 대한 흥미가 없고, 가족 간 소통의 부재로 얘기할 대상이 없을 때 사이버상에서 친구를 사귀고, 관계를 맺으면서 현실에서 불만족스러운 관계를 가상에서 채우게 된다.

게임을 하는 아이로 인한 부모의 걱정 또한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남들은 좋은 대학 가는데, 저러다 인생 망칠까 봐!”
“게임 중독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할까 봐!”

그래서 게임을 못하게 할 때도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부모니까 이런 말 해 주는 거야!! 나중에 사회생활 어떻게 하려고 그러니!!”라고 한다.

▲게임밖에 못하는 아이, 나중에 어찌 살려고 그러니! ⓒPixabay

인간은 살면서 다양한 욕구를 추구하며 사는데, 소속감, 힘, 즐거움, 자유, 생존에 대한 욕구가 기본이다. 아이들이 게임에 빠질 때 단순히 게임을 못하게 하는 것은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다. 컴퓨터를 부수고, 랜선을 뽑고, 전원을 차단하는 건 아이들의 마음을 닫게 할 뿐이다.

자신의 즐거움과 소속감과 그 안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감정을 부모로부터 거절과 무시당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게임을 할 때 부모는 아이와 아이가 하는 게임에 대해 굉장히 자세히 알아야 한다. 무슨 게임을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어떤 레벨이 있고, 어떤 아이들과 게임을 하고, 어떤 대화를 주고받는지, 그 안에서 아이가 경험하고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지에 대해 순수한 관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알면 간섭하고 싶고, 통제하고 싶고, 부모 입맛에 맞게 조정하고 싶어진다. 그것이 자녀를 위해서 부모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 게임을 하더라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아야 ⓒPixabay

중요한 건 통제능력

아이들의 게임은 단순히 중단시키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몇 시간을 하느냐도 중요하지 않다. 자녀로서, 학생으로서, 인간으로 해야 할 역할과 의무를 잘하고 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첫째 인간으로 해야 할 역할이다. 사춘기 아이들에게는 공부만큼이나 중요한 것들이 있다. 바로 잘 먹고, 잘 자고, 잘 지내는 것이다. 신체 성장은 19세를 전후로 멈추게 되고, 이후로는 퇴행의 길을 걷게 된다.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 수면시간은 6시간~8시간 정도가 필요하며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는 10시 30분~3시 사이에는 잠을 자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성장을 위해서는 잘 먹어야 하는데, 즉석식과 인스턴트가 가정의 식탁까지 점령해 버린 지금 아이들의 건강을 보장할 수가 없다. 제때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둘째 학생으로 해야 할 역할이다. 학생은 학교에 소속된 지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을 쌓고, 경험하는 것이 아이들의 역할이다. 그런데 배움의 기회를 놓쳐버리고, 배움을 포기해 버리는 자세는 장차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함에 있어 본인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학교 공부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인생을 위해 무언가를 배우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면 등하교 및 규칙 준수, 그리고 주어진 과제를 수행해야 하며 제도권 밖에 있는 청소년이라면 학원이나 취미활동, 특기 개발을 위한 과업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가족 구성원으로서 가족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봐야 한다. 자신의 물건 및 신변정리, 그리고 위생관리 등이며 부모가 제공하는 물리적/정서적 권리를 누리는 만큼 형제자매, 그리고 자녀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호소한다. ‘처음부터 이렇게 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숙제 다 하면 게임을 해도 된다고 했으면서 30분만 하라는 추가 간섭이 들어오고, 등 뒤에서 한숨을 쉬고, 게임중독자로 몰아가는 데다 게임을 하는 친구를 나쁘게 평가하는 등, 게임을 하는 중에도 끊임없이 잔소리와 간섭을 하니까. 이래도 혼나고 저래도 혼나는 거라면 내 마음대로 해버리자는 마음이 작용한다고 했다.

게임을 안 하면 당연히 공부할 거라는 기대 또한 접어야 한다. 게임을 못하게 하는 것은 정적 처벌의 하나로 행위는 제한할 수 있지만 그게 상응하는 대안 활동이 제공되지 않으면 원래의 행동을 다시 선택할 가능성이 커지고, 강화된 행동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더 강한 처벌이 들어가야 하므로 행동수정은 되지 않은 채 관계만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처벌과 강화의 행동 수정요법은 동물 대상의 실험 결과로 얻은 방법이므로 아이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삶을 기대한다면 질문을 통해 메타사고를 키우고, 성취감을 경험하면서 자신감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 다양한 방법도 소용 없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를 추천한다. ⓒPixabay

이처럼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게임에 빠져있고, 게임을 끊어내지 못하는 아이는 팝콘브레인, 블루스크린 증후군, 터널증후군, 거북목의 부작용뿐만 아니라 금단과 내성, 의존증을 해소하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를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