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제주 보안부대 의한 인권침해사건 등 12건 조사개시 결정
1984년, 1986년 고문 등 가혹행위로 간첩누명… 일부 방첩사 기록 확인 긴급조치 위반 불법구금 사건(방00) 조사… 철원서 농장 운영 중 연행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김광동, 진실화해위원회)가 18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열린 제59차 전체위원회에서 1984년과 1986년 발생한 ‘제주 보안부대에 의한 불법구금‧고문‧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사건’을 포함한 12건에 대해 조사개시 결정했다.
제주 보안부대(일명 한라기업사) 불법구금·고문·가혹행위 등 2건 조사
‘1984년 제주 보안부대에 의한 불법구금‧고문‧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사건(양○○, 김○○, 故 김○○)’은 진실규명대상자들이 1984년 당시 간첩 혐의로 검거된 서○○의(1기 진실화해위원회 진실규명 결정 후 재심 무죄 확정판결) 간첩행위를 도와준 혐의로 제주 보안사인 508보안부대(일명 한라기업사) 수사관들로부터 간첩 누명을 쓰고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한 것에 대해 진실규명을 신청한 사건이다.
진실규명대상자인 양 모 씨와 김 모 씨는 제주 보안사 지하실에서 수사 가혹행위와 진술 강요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고(故) 김 모 씨의 형은 동생으로부터 고문 피해 사실을 들었고, 상처투성이인 동생의 몸에 연고를 발라줬다고 진술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1984년 당시 기준으로 피의자 서○○ 및 참고인 양○○, 김○○, 故 김○○ 모두 보안사에 의한 고문 피해 사실을 주장하는 진술을 하는 등 본건 대상자들의 진술강요 및 가혹행위 피해의 개연성이 충분하며, 국군방첩사령부 기록에서 연행되어 훈방된 기록 등이 확인되어 조사개시 결정을 내렸다.
‘1986년 제주 보안부대에 의한 불법구금‧고문‧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사건(강○○)’은 1986년 진실규명대상자 강 씨의 10촌 형인 강○보 씨가(2017년 재심 무죄판결 확정) 간첩 혐의로 검거되면서, 진실규명대상자도 같이 제주 보안사에 끌려가 일주일간 물고문과 성기에 전기고문을 받는 등 간첩 누명을 쓴 것에 대해 진실규명을 신청한 사건이다.
위원회는 국군방첩사령부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진실규명대상자를 1986년 1월 24일 임의 동행 후 1월 30일 또는 31일에 훈방 조치한 기록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불법 구금을 확인했다.
또한 2017년 강○보 씨의 재심 재판과정에서 출석한 대상자 외에 다른 증인들도 당시 보안사에서 진술을 강요받으며 수사관들로부터 구타당하거나 다리를 찍히는 등의 고문을 당했다는 증언 등을 한 것으로 보아 진술 강요 및 가혹행위에 대한 허위 자백 등이 확인돼 조사개시 결정을 내렸다.
강원 철원에서 공동농업 농장 운영하며 재야인사와 교류했다는 이유만으로 연행당해·재판 없이 장기 복역
진실화해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긴급조치 위반 불법 구금 사건(방○○)‘에 대해서 조사개시를 결정했다.
신청인은 1973년 4월경부터 강원도 철원군에서 공동농업 경작 형태의 농장(일명 노느매기밭)을 운영하며, 당시 재야인사인 고(故) 백기완 사회운동가, 고(故) 선우휘 작가, 고(故) 함석헌 사회운동가 등과 자주 교류하던 중이었다.
신청인은 1973년 12월부터 1974년 1월경 대구대공분실로 이유도 모른 채 연행돼 장기간 강압 조사와 함께 대통령긴급조치 위반으로 수감된 후, 재판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구치소에 한 달 이상 복역하다 출소한 것에 대해 진실규명을 요청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신청인이 당시 연행과 구금 상황에 대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서울구치소에 당시 함께 수감돼 있었다는 참고인들 진술, 서울구치소 입감 기록상 등을 확인한 결과 기록상 최소한 43일 이상, 신청인과 참고인 진술에 의하면 최소 석 달 이상 불법 구금된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헌법재판소 2013. 3. 21)한 긴급조치 위반으로 신청인이 장기간 불법구금되고, 구금 기간에 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했을 개연성이 있어 조사개시를 결정했다.
대학생, 노동운동가 등에 가해진 국가폭력의 진실을 밝혀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안전기획부에 의한 불법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전○○)‘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불법 구금 등 인권침해사건(신○○, 신○○)‘, ’보호관찰법위반 사건(김○○)‘, ’국가보안법 위반 인권침해사건(최○○)‘ 등 1970~80년대 벌어진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서도 조사개시를 결정했다.
’국가안전기획부에 의한 불법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전○○)‘은 연세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신청인이 1981년 3월 하순경 새벽 안기부 직원들에 의해 남산 안기부 지하 조사실로 끌려가 구타를 당하며 십여 일간 밤낮으로 조사를 받고 자백을 강요받은 후 4월 중순경 풀려났고 그 이후에도 동향 감시가 계속된 피해에 대한 진실규명을 요청한 사건이다.
2022년 11월 29일 진실규명 결정이 이뤄진 ’민투, 민학련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의혹사건’에서 신청인 이외에도 48명을 비롯한 관련자들이 교내 시위, 유인물 제작․배포한 사실 등을 이유로, 1979년 10월 3일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최소 6일에서 최대 50여 일에 이르는 기간 동안 불법구금 상태에서 조사받았고, 수사 과정 중 진술 강요, 고문 및 가혹행위를 당한 것이 확인됐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불법 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신○○, 신○○)‘은 1982년 계명대학교 1학년 재학 중 학내에 불온 유인물을 복사, 소지, 살포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단기 8월, 장기 10월 형을 선고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신청인 신○○, 신○○은 체포 당시 경찰관으로부터 구금과 범죄 사실을 고지받지 못한 채 불법 구금을 당했고, 조사과정에서 폭행과 수면 박탈 등의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인권침해 사건(최○○)‘은 1989년 8월 7일 대구시경에 연행된 신청인이 합법적으로 출판돼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었던 「노동조합과 전위당의 임무」 복사본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10개월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신청인은 체포 당시 ’미란다 원칙‘을 고지받지 못했고, 영장없이 불법체포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며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신청인의 수사, 공판기록, 진술 등을 확인한 결과, 적법요건을 갖추지 않고, 사실상의 강제연행이 이뤄졌으며 구속영장이 집행된 때까지 구금이 적법할 수 없다는 결론에 따라 조사개시 결정을 내렸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외에도 ’전남 화순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12)‘ 등에 대해서 조사개시를 결정했다.
’전남 화순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12)‘은 한국전쟁 이후에 전남 화순 청풍국민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던 정 모 씨가 경찰에 연행된 후 희생된 사건이다. 검토 결과, 1951년 말 정 씨가 청풍국민학교 교사로 기록된 사실이 있고, 신청인과 참고인 진술, 사건의 전후 상황을 고려해 사건 발생의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개시를 결정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이번 조사개시 결정은 2021년 5월 27일 첫 조사개시 결정 이후 오십 번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