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는 여수역사달력 책이 있어요

순수한 시민의 자발적인 노력에서 비롯돼

2023-09-09     한창진
▲ 2024년 '여수역사달력 오늘 여수'

2024년 '여수역사달력 오늘 여수'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책으로 인증받았다. 6번째 도서 등록이라 크게 놀랄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향토사, 지역사 책은 많아도 달력으로 만든 책은 없다. 여러 지역에서 시도를 하려고 했지만 쉽지가 않다.

2024년 '여수역사달력' 주제는 '잠에서 깨어난 여수역사'이다. 여수는 청동기시대 고인돌의 도시이다. 화순, 고창, 강화와 같은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고인돌 도시는 아니지만, 1500기 정도 고인돌의 수효와 넓은 분포 지역으로서 가치가 높다. 여수는 어디를 가도 큰 바위가 보이면 모두 고인돌이다.​

고인돌 뿐이 아니라 조개무지, 집터, 무덤터, 산성, 봉수대 등 유적이 많다. 그 곳을 파헤치면 수천년 전의 유물이 쏟아져 나온다. 여수산단 공장부지, 죽림택지, 경도 해양관광단지, 안도대교, 도로 확장 공사를 하면서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삼국시대 희귀한 유물이 많이 발굴되었다.

▲ 2024년 '여수역사달력 오늘 여수'

먼저 구석기시대 유물 양면찍개와 몸돌이 나왔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17점 비파형청동검, 길이 43.4cm 국내 최대 크기 비파형청동검, 볍씨 흔적 토기, 신석기시대 다양한 무늬토기, 백제와 가야 토기, 인골 조가비 팔찌, 이음낚시도구, 여수가 중국, 일본과 교류한 것으로 보이는 흑요석과 오수전 등이다.​

공사가 아니라 계획적으로 유물을 찾는 발굴 작업을 하면 여수는 '지하박물관'이 있는 것과 다를바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들이 문화재 위에서 잠을 자고, 걸어다니고 있는지 모른다. 이래도 여수가 아직 문화도시로 지정받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국립광주박물관은 2022년 소장하고 있던 여수 발굴 유물을 한데 모아 전시를 했다. 시민감동연구소는 박물관의 협조를 받아 그 유물을 21개 지역으로 분류해서 여수역사달력 1월부터 12월까지 지상 전시를 한다. 그동안 전남대, 순천대, 조선대 등 대학이 여수에서 발굴하여 소장한 것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엄청날 것이다.

아쉬운대로 광주박물관 소장 여수 유물을 1년 365일 달력을 보면서 감상한다면 우리가 사는 여수가 구석기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고, 시대에 맞는 도구를 만들어 살면서 찬란한 문화를 꽃 피웠다는 것을 알게 될 것으로 본다. 일찍이 여수가 중국과 한반도, 일본을 잇는 해양교류의 중심지였다는 것을 유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여수역사달력' [오늘여수]가 학교 교실, 시청 사무실, 산단 공장 사무실, 가정 등에 걸려 깊은 잠에서 깨어난 유물을 1년 내내 본다면 시민들이 고고학과 선사시대 역사,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문화도시 여수시민으로서 정체성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 여수시립박물관 조감도

특히 2024년은 여수시립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있어 역사달력 발간 의미가 어느 때보다 크다. 화려한 박물관을 갖는 시민으로서 유물에 대한 기본 인식과 역사 의식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발행이다. '여수역사달력'은 여수시 등 어느 기관이나 기업, 단체 보조와 지원 없이 순수한 시민의 자발적인 노력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달력 1권에 1만2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여수역사달력'에는 1년 365일 날짜마다 여수에서 벌어진 일들 가운데 주요한 일과 새로 찾아낸 일만 기록해두었다.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 2024년 역사달력은 달마다 QR코드가 있어 다음 카페 [오늘여수] 사이트와 연결하여 모두 다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이렇게 매년 달라지고 있어 시민들은 버리지 않고 모아두고 있다.​

어느 해보다 빠르게 편집과 도서등록을 마쳐 9월 안에 역사달력이 발행될 것 같다. 추석 연휴 전에 달력이 도착하면 고향을 방문한 향우들이 받아보고 여수의 과거 역사에 대한 대화가 무성해질 것이다. 내가 사는 여수의 과거와 정체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때 비로소 우리의 밝은 미래도 희망과 함께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