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푸드, 건강한 전통밥상을 재현하다

여수시 평생학습 우수프로그램 일환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와 한영대학교 식품영양학과가 함께 해 정기명 시장, "고향에서 즐겨먹었던 음식들이다”며 반가움 표해

2023-09-19     전시은
▲ ‘슬로푸드와 함께 하는 건강한 식생활문화’ 현장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와 한영대학교가 시민들에게 건강한 식생활문화를 전파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19일 오전 11시반 한영대학교에서 열린 ‘슬로푸드와 함께 하는 건강한 식생활문화’ 에는 한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학생들과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회원들이 한마음으로 준비한 음식들이 정갈하게 차려졌다. 이번 행사는 2023 여수시 평생학습 우수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알려졌다.

사회를 맡은 한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박선흠 교수는 “여수 해조류의 참맛을 보존하고 식재료를 활용한 건강한 전통밥상을 발전, 육성시키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정기명 시장은 인사말에서 “고향 개도섬에서 태어나 서른살 까지 살다보니 오늘 차려진 음식들이 생소하지 않다. 즐겨먹었던 음식들이다”며 반가움을 표했다.

▲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와 한영대학교 학생들이 준비한 음식을 살펴보는 정기명 시장

“외국을 나가고 국내 대도시를 가보면 다양한 음식이 없어 조금 단조롭다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5천년 역사의 결과 세계에 뻗어나가는 음식이 되었다.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를 앞두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원래 섬 음식을 보존해 일상화시키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바다의 천연 재료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기를 수도 없어, 옛 것을 보존시키려는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여수시는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여수지부와 우리 음식을 지키는 데 함께 노력하겠다.”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여수지부(한해광 지부장)는 여수 초도, 거문도, 안도 등 섬의 고유한 맛을 지닌 음식들을 재현했다. 음식을 준비한 여수지부 관계자는 과거에 먹었던 음식을 재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 거문도 전통의 맛을 재현한 밥상

“이곳에 마련된 음식은 전통적인 생활 음식들이다.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여수지부 회원들은 과거에 먹었던 음식 맛을 기억해 그대로 재현하려 애썼다. 차려진 거문도 밥상 음식 중 미역귀 보리가루나물이 있는데 이것은 추수 전 부족한 쌀 대신 보리가루와 미역귀나물을 넣어 만든 음식이다.

들어가는 곡물은 그때그때 집에 있는 것을 넣었다. 지금도 거문도에는 소위 ‘소울푸드’로 남아있다. 독소배출에도 좋은 건강식이다. 또다른 음식으로 해산물탕이 있다. 평소 간단히 무쳐먹던 해초류를 탕에 넣어 끓인 음식이다.”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전남 각 지부의 관계자와 여수시 관계자 등은 장인의 손길에서 되살아난 지역 전통 음식을 맛보며 추억에 잠겼다. 고향인 거문도 밥상을 준비한 김현희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회원은 과거 한정식을 운영했다. 그는 남도음식문화축제에 1회부터 5회까지 연달아 음식을 출품한 인증된 손맛을 지녔다.

▲ 거문도 밥상을 준비한 김현희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회원

“해녀인 엄마가 잡아오신 해초류를 이용해 5살부터 함께 음식을 만들었다. 제대로 된 거문도 밥상을 보고 자란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거문도 전통 밥상을 알리고 싶어 참여했다. 오늘 차려진 거문도 밥상 중 옥수수밥이 있다. 거문도는 바람이 세서 다양한 작물을 심을 수 없는 환경을 지녔다. 먹을 게 없던 과거에는 옥수수를 갈아 밥에다 섞어 양을 많게 했다.

담치를 썰어 국을 끓이고 거기에 밀가루를 풀어 죽처럼 쑨 담치국도 전통음식이다. 담치가 귀해서 밀가루를 풀어 양을 늘렸다. 문어, 뿔소라 등이 들어간 해산물탕은 숙회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를 사용해 죽을 쑤어 만든 제사 음식이다.”

그는 “슬로푸드는 잊혀져 가는 지역의 전통음식”이라고 정의하면서 “사라져 가는 사실이 안타까워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식당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여기 소개된 전통음식을 배우고 싶다고 하면 기꺼이 그 방법을 나눌 예정이다”고 말했다.

자리에는 전남 보성에서 활동하는 서상덕 슬로푸드 수원지부 회원도 참여했다. 서 회원은 발효식품을 만드는 영농조합법인 소속으로 직접 만든 된장으로 상도 받았다. 그는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가 지향하는 음식과 나의 생각이 같아서 함께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3년 이상은 지나야 콩이 분해되는데 이 된장을 진장이라고 한다. 진짜 된장이라는 뜻이다. 깊은 맛이 우러나는데 우리가 만든 된장은 토종 종자에서 자란 콩으로 만들어 맛이 뛰어나다. 장은 맛의 기본이다. 장은 염도가 맞으면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다. 조합법인 소속이지만 혼자서 장을 담근다. 장은 한 사람의 손길로 만들어져야 맛이 좋다.”

서상덕 회원의 된장맛을 본 슬로푸드 장흥지부 한창본 회원은 “어릴 적 먹던 외갓집 장맛과 같다. 깊은 맛이 난다”며 감탄했다.

▲ 슬로푸드 장흥지부 한창본 회원이 음식을 설명하고 있다.

“요즘엔 음식을 사다먹기 때문에 누가 어디서 만들었는지 잘 모르고 먹는 경우가 많다. 국제슬로푸드협회는 이처럼 콩을 생산하는 농부, 장을 담그는 사람이 단절되지 않고 서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슬로푸드 장흥지부 한창본 회원은 우리나라 토종쌀인 장흥 5종 맞춤쌀이 섞인 고대미로 만든 시루떡을 준비했다. 한 회원은 쌀농사를 짓고 있다.

“영양이 많은 현미찹쌀을 주재료로 했다. 이 떡에는 5종류의 쌀이 들어갔다. 시루떡이나 인절미같은 우리 떡은 영양을 위해 다양한 쌀을 배합해 만든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최적의 쌀 배합비율을 찾았다. 그 결과, 고대미 4종 현미찹쌀 50%와 백옥찹쌀 50%를 혼합한 ‘시루떡인절미 전용쌀’이 만들어져 현재 판매하고 있다."

해당 쌀은 한창본 회원이 오롯이 혼자서 연구해 만들어낸 작품이다. 수확이 적은 쌀 여러 종을 배합하다보니 농부들이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루떡인절미 전용쌀은 서리가 끝나고 수확한다. 낮과 밤의 온도차가 클수록 식물이 좋은 물질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영양이 높다.”

이날 ‘슬로푸드와 함께 하는 건강한 식생활문화’에는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해 전통의 맛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