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9단 이긴 전국 최연소 여수 '바둑신동'
오빠따라 시간 때우러 바둑학원 갔다가 국가대표 된 사연 전국 최연소 여수출신 국가대표 이나경 프로기사 이나경 "세계 여자 1위 프로기사가 꿈" 어머니 김민경씨 "바둑으로 인생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이창호 9단과 '불계승' 승리
중2 때 전국 최연소 국가대표 프로기사 등극
여수 출신 바둑신동 이나경(16세) 프로기사의 이력이다. 이나경 프로는 지난 <삼성화재배 세계바둑대회>에서 이창호 9단에게 불계승으로 승리한 소감을 묻자 "이길 거라고 생각도 못 했는데 이겨서 정말 놀랐다"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여수 충무동에서 이나경 프로기사를 만났다.
현재 한국 여자 바둑리그 대회에서 여수세계 섬박람회팀 소속인 이나경 프로는 김은지, 이슬주, 강다정 선수 4명과 함께 뛰고 있다. 여수 섬박람회의 성공개최와 여수를 빛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번 바둑리그전은 10월에 끝날 예정이다.
올해 나이 16살인 나경 프로는 서울에서 중학교를 다니며 국가대표 선수로 뛰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오빠 따라 바둑 학원에 다니게 된 그녀는 3학년 때 전국대회를 휩쓸었다. 이후 5학년 때 서울로 스카웃 됐다. 서울 장수영 프로도장 기원에서 공부하다 작년 5월 프로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면서 프로선수로 데뷔했다. 중학교 2학년때 여자 프로 기사 중 전국 최연소 타이틀이 붙었다. 이나경 프로에게 바둑이 뭐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바둑은 나에게 좋은 친구예요.
싫을 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는데 결국은 늘 함께하니까 진짜 친구예요. 바둑을 하면서 이길 때 가장 기쁘고 기분이 좋아요. 하지만 지면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요.
이나경 프로의 어머니 김민경(44세) 씨는 딸에 대한 바람을 이렇게 전했다.
나경이는 오빠 때문에 바둑에 입문했어요.
저희 부부가 맞벌이를 해 늦게 오니까 시간을 보내야 하니까 오빠가 다니는 바둑 학원에 덤으로 보냈어요. 김세실 프로기사 아버지인 김봉석 원장님이 발탁해 주셨어요. 바둑대회에 나가면 2~3시간이 지나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아 우리도 많이 놀랐어요. 근데 바둑이 끝나면 영락없는 중학생으로 돌아와요. 깨 발랄하다가도 대회가 있으면 매서워져 승부욕이 장난이 아니예요. 어릴때 바둑에서 지면 바둑판도 엎어버려서 그때부터 알아봤죠.
세계 여자 1위 프로기사가 꿈이라는 이나경 프로는 초등학교 때 전주로 바둑대회에 나가 이창호 9단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바둑의 꿈을 키운 얘기를 전했다. 두 남매는 이창호 9단과 찍은 인연을 소중히 간직했다. 집안에 바둑 잘 두신 분이 있냐고 묻자 ”취미로 두는 그런 정도지 집안에서 이름 날린 분들은 없다"라며 “엄마 닮아 잘한 것 같다”라고 말해 너털웃음을 선사했다.
그러면서 “딸이 기숙사 생활을 혼자 잘하고 있어 기특하다”면서 “이제 프로기사 국가대표가 되었으니 바둑을 즐기면서 바둑으로 인생이 즐거웠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