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섬박람회 개최한다는 여수시... 정작 섬 주민은 “배가 뜨는 지 알 수 없어”

풍부한 관광자원, 관광객 접근 못하면 무소용 여수시는 여객선 공영제 실시해야

2023-10-05     전시은
▲ 여수시 섬주민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정책 토론회

여수시의회가 여수 섬 주민의 이동권 제한 실태를 알아보고 섬 주민 이동권 보장정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4일 오후 3시반 여수시의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섬 주민과 사단법인 섬 연구소, 한국섬진흥원, 해양수산청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번 토론회는 해양도시건설위원회 소속 박성미 시의원이 주최했다.

좌장을 맡은 박성미 시의원은 인사말에서 “세월호 이후 많이 바뀌었지만 지금까지도 선령 노후화와 열악한 선사로 인해 지역민의 이동권과 생존권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1905년 최초로 등대가 밝혀진 거문도가 지금까지도 여객선이 접근하기 힘든 곳으로 판단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오늘 선박 운항 여부를 알 수 없어 참석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섬 주민들의 말을 전하며 “섬에 사는 것이 조금도 부족하지 않고 육지와 평등한 조건에서 주민이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정책이 제안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광자원 풍부해도 교통 불편하면 소용 없어... ‘공도(空島) 방지화 사업’ 여수시 신청 0건

▲ 사단법인 섬 연구소 강제윤 소장

첫 발제자로 사단법인 섬 연구소 강제윤 소장이 나섰다. 강 소장은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섬 관광위원도 겸하고 있다. 강 소장은 ‘섬 주민 이동권 제한 국내 현황 및 사례’를 주제로 발표했다.

강 소장은 “여수는 전남 도내에서 재정자립도 1위 지역으로 알고 있는데 재정자립도 전국 최하위인 신안군도 실시하는 여객선공영제를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행정안전부에서 섬 교통 문제, 해상문제 등을 해결하는 '공도(空島) 방지화 사업'을 지원한다고 공지했는데 다른 지역은 다 신청했으나 여수에서는 단 한 섬도 이 사업에 신청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거문도에서 열흘 넘게 배가 뜨지 않는 사건이 발생하며 여객선공영화가 문제로 떠올랐다. 이는 비단 여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반의 문제이다. 수조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한국은 지난 40년 동안 절반 이상의 섬이 무인도가 됐다. 가장 큰 원인은 결국 교통이다.

거문도는 세계적으로 내놓아도 손색없는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교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1천억원 지원도, 관광자원도 아무 소용이 없다.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계섬박람회를 개최한다면서 가장 기본적인 교통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어찌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섬박람회가 섬을 위한 것이 아닌, 여수시 발전을 위해 섬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지, 섬과 무관하게 이뤄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그 돈을 교통편의에 쓴다면 그 자체로 효과적인 박람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여객선 띄우지 않을수록 이익이 남는 선사...여객선 공영제가 해답

그러면서 강 소장은 “여객선사가 수익을 위해 노선을 운영하는 것이 교통단절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여객선은 단순히 섬 주민을 위한 것이 아닌 전 국민이 이용하는 교통임을 기억해야 해결책이 나올 것이다. 2019년 여객선 연간 운항정지일수를 보면 포항-울릉도는 147일, 여수-거문도는 91일에 달한다. 기름값, 인건비, 운영비 모두 해양수산부 지원을 받는데도 그렇다. 이는 한꺼번에 돈을 지원하니 배를 안 띄울수록 여객선사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여객선 공영제밖에 답이 없다.”

강 소장은 이어서 해양수산부가 거문항로 등 준공영제 항로를 공영제에 포함시키는 방안과 여수시가 자체적으로 여객선공영제를 실시하는 것 두 가지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익이 난다면 여객선은 도저히 배가 뜰 수 없는 상황에서도 운항을 한다. 그러나 수익이 나지 않으면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배를 띄우지 않는다. 세월호 사고 이후 선사의 판단에 따라 운항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사고가 날 경우 선사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함이다. 이같은 부조리한 조항으로 인해 멀쩡한 여객선이 이익에 따라 운항 여부를 결정하도록 만들었다.

현실적인 해결방안은 여수시가 준공영제 항로를 공영제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또 여수시에서 자체적으로 선사를 운영하는 방안도 있다. 이는 여수시가 해양수산부와 협의하고 국회에서 대안을 만들면 가능하다. 처음에는 지출이 많겠지만 나중에는 이익이 나는 항로가 될 것이다. 여수시는 어렵다고만 말하지 말고 대안을 찾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그는 “여수시가 여객선 공영제 문제를 해결해야 섬 박람회를 개최할 자격이 생긴다”는 말을 남기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 장철호 한국섬진흥원 부연구위원

장철호 한국섬진흥원 부연구위원은 ‘여수항로를 중심으로 한 국내연안여객항로의 효율성 분석’을 주제로 발제했다.

“연간 수송실적 기준 지역별 효율성을 보면 여수항로는 효율성이 62%로 나온다. 다른 항로가 100만원을 벌 때 여수항로는 62만원을 번다는 얘기다. 게다가 여수-거문항로는 이보다 낮은 42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여수항로 자체도 효율성이 낮은데 거문항로가 더 낮은 것이다. 선사가 돈을 벌고 효율적으로 경영하려면 우선 항로 거리가 축소돼야 한다. 여러 곳을 거쳐가는 지금 노선을 바꾸고 운항 중인 초쾌속선을 다른 선종으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서 장 위원은 여객선 사업자 선정 공모평가기준을 개선할 것도 요구했다. 그는 “(여객선사의) 현재의 재무상태보다 미래 수익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산면 이장단 협의회장, “운항 선박이 없어 사선 타고 토론회 참여해”

▲ 토론회에 참석한 여수 삼산면 주민

주제발표가 끝나고 주민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여수시 삼산면 지역발전위원회 남태현 위원장은 “이동권 문제가 섬 주민의 생활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거문도를 방문한 여행객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러다보니 거문도의 풍부한 관광자원이 아무 쓸모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1966년 1만2천여명이던 거문도 삼산면 인구가 현재 2천여명이 안된다. 이제는 이동권이 아닌 생존권의 문제다. 거문항로를 제외하면 노후 여객선이 여수 어디에 운항되고 있단 말인가.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 불편을 해소해야 한다.”

여수시 삼산면 김성호 이장단 협의회장은 “일주일마다 선박 운항시간표가 다른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도 배가 없어서 사선을 타고 토론회에 왔다. 정규 여객선을 취항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여수해양수산청 선원해사안전과 백진수 과장은 “말씀해주신 해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백 과장에 따르면 여수해양수산청은 지난 18일 사업자 공모를 마쳤고 12월 중 취항할 예정이다. 백 과장은 “앞으로 항내 안전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발언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