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 비추는 우리 한글... 여수캘리회가 준비한 작은 선물

한글날 맞아 마련한 행사, 가훈을 즉석에서 캘리그라피로 작성해 “긍정과 희망이 담긴 글귀, 작품을 쓰는 캘리 작가들도 좋은 기운 받아가”

2023-10-10     전시은
▲ 여수캘리회 황진아 대표가 ‘우리 가족 행복한 가훈 써주기’ 행사를 진행중인 모습

제577돌 한글날을 기념해 여수캘리회(회장 황진아)가 ‘우리 가족 행복한 가훈 써주기’ 행사를 마련했다.

9일 오후 2시 여수 화장동 성산공원에서 열린 행사에는 6명의 캘리그라피 작가가 시민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전했다. 공원을 산책하던 시민들은 여수캘리회의 깜짝이벤트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 이들은 저마다의 소망을 담은 문구 또는 지인에게 선물할 글귀를 요청했다. 작가들은 즉석에서 요청한 문구를 거침없이 붓펜으로 작성해 건넸다.

황진아 회장은 “과거에는 근면, 성실 같은 깨달음이나 교훈에 중점을 두고 (가훈이)  지어졌다면 요즘엔 따뜻하고 행복한 문구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 여수캘리회가 시민들에게 어떤 선물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 이같은 이벤트를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황진아 회장이 한 가족의 가훈 '화목'을 캘리그라피로 작성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한국문화원에서 ‘베를린에 한글을 입히다’라는 주제로 개인초대전을 열었고, 당시 한글작품에 대한 외국인들의 긍정적 반응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자음과 모음이 만나는 한글은 그 자체로 회화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외국인들은 특별한 문구가 아니더라도 한글의 일상적 언어 하나하나를 다 아름답게 여긴다. 방문객이 몰리며 전시회가 진행된 두 시간이 매우 짧게 느껴졌다.

작품을 받으신 분들도 다른 캘리그라피 작품을 감상하느라 오랫동안 전시회를 떠나지 않으셨다. 그 전시 이후로 베를린 한국문화원에 한글로 쓰는 캘리그라피를 가르쳐달라는 문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매우 뿌듯했고 큰 보람을 느꼈다.”

▲ 여수캘리회가 작성한 다양한 문구. 가훈을 비롯해 여수캘리회 작가들이 전하고 싶은 글귀를 직접 선정했다.

산책을 하던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다가와 여수캘리회가 준비한 작품을 잠시 감상하더니 원하는 문구를 말했다.

서울에 있는 자녀에게 골고루 전해주려고 ‘형제간의 우애’ 라는 문구를 3장 써달라고 부탁한 시민도 있었고, 안산동에서 9살 아들과 함께 온 고 씨는 ‘화목’ 두 글자를 부탁했다. 그는 “멋진 문구를 받으니 기분 좋다. 집에서 액자에 넣어서 보관하려 한다”고 말했다.

결혼을 일주일 앞둔 김항, 박건희 씨도 캘리 문구를 요청했다. 박 씨는 “금목서를 보러 공원에 왔다가 캘리그라피 이벤트를 보게 됐다. 아직 가훈을 정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짓는다면 행복한 가정을 염원하는 의미를 담으려 한다”고 말했다.

‘넘어지지 않게 서두르지 말라’라는 문구를 요청한 시민도 있었다. 소호동에서 왔다는 임지현 씨는 “여섯 살 아이를 키우며 느낀 점을 써달라 부탁했다. 캘리그라피 작품은 아이가 잘 볼 수 있는 거실에 걸어놓으려 한다”라고 말했다.

정종은 씨는 여섯 살 딸에게 전하고픈 문구인 ‘하면 된다’와 ‘넌 할 수 있어’ 라는 글을 부탁했다. 유치원 반 친구들을 생각하며 ‘친구들아 사랑해’ 라는 글을 써달라고 한 아이도 있었다. 선원동에서 온 김재하 어린이는 “한글날은 세종대왕님이 한글을 만든 날”이라고 또박또박 설명했다.

▲ 캘리그라피 가훈쓰기 행사에 참석한 범민재단 정희선 이사장의 모습

이날 범민문화재단 정희선 이사장도 작가들을 격려 차 성산공원을 방문했다. 정 이사장은 한글의 위상이 높아진 현재를 상기하며 “이제는 외국어와 한글이 콜라보하는 시대가 되었다. 여수캘리회가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리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여수우산클럽 강정희 봉사자는 딸과 함께 공원을 방문했다. 강 씨는 “우리집 가훈인 ‘세상은 밝게, 마음은 넓게, 희망은 크게’라는 문구와 지인에게 선물할 또 다른 문구를 부탁했다”며 “좋은 글귀를 받으니 기분이 좋다. 거실에 걸어두고 한번씩 보면서 힘을 얻으려 한다”고 말했다.

▲ 가훈을 쓴후 활짝웃는 모녀의 모습
▲ 요청한 캘리그라피 작품을 받은 아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여수캘리회 ‘우리 가족 행복한 가훈 써주기’ 행사 현장

성산초등학교 교육복지사로 근무하는 한 시민은 가정의 평안과 행복을 기원하는 문구를 부탁했다. 그 역시 캘리그라피를 배우고 있다. 그는 "집은 사람에게 편안함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같은 글귀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립한 자식들이 한번씩 고향에 돌아올 때마다 '잘 쉬었다'라고 느끼며 다시 힘을 얻고 돌아가길 바란다. 학교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정의 중요함을 매번 깨닫는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시민들과 소통하며 다양한 문구를 쓴 황진아 회장은 지친 기색을 보이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았다. 황 회장은 “캘리그라피 문구는 대부분 긍정과 희망을 담은 글이 많다. 그러다보니 글을 쓰는 작가들도 좋은 기운을 받는다”고 느낀 점을 말했다.

여수캘리회가 준비한 이벤트는 예정된 오후 5시를 한참 지나서야 마무리됐다. 황진아 회장은 오는 11월 여수공항에서 초대전을 열고 다시 한번 시민들을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