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여수 중앙선어시장 상인들, ”다 몰락하는 거 아니냐“ 우려
위기의 수산업, 자영업자들의 시름 나날이 깊어 가 오염수 방류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와 경기침체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와 경기침체로 인해 여수 수산시장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나날이 깊어가고 있다.
26일 여수 중앙선어시장,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실로 막막하다. 상인들은 하나같이 ”이러다 자영업자들 다 몰락하는 거 아니냐“며 우려를 표명한다.
오염수 방류로 인한 소비자들의 수산물 소비 급감
상인들은 현재의 위기 상황을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으로 인한 막대한 가계부채, 후꾸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한 소비자들의 수산물 소비 급감을 꼽는다.
요즘 장사가 좀 되냐는 질문에 생선가게 상인 A(여.79)씨는 “고기(생선)가 거의 안 팔려요“라고 답한다.
중앙선어시장의 아침은 꼭두새벽에 시작된다. 상인 A씨는 ”새벽 1시 반에 경매를 봐요“라고 말했다.
”아침 1시 반에 나와서 앉아 있다가 4시에 들어가서 또 1시간 자요. 피곤해서 1시간 자고 나와. 오후 6시~7시경에 일이 끝나요. 우리 딸이 조금 거들어줘요.“
물 좋은 생선은 ”그냥 보면 딱 안다, 첫째 눈이 선명하고 몸땡이 선도가 번들번들한 게 좋다“라며, ”이렇게 판매하는 도중에도 생선이 들어오면 또 경매 봐오고 그래요”라고 답을 했다.
”고기가 거의 안 팔려요, 요새 한 며칠 부쩍 더 힘들어요, 뭐가 안 팔려. 나가 23살부터 장사해서 지금 79살이지, 여기서 제일 어른이야.“
생선 좌판에는 다양한 종류의 생선들이 가득하다. 갈치와 붕장어, 방어 등 무려 그 종류가 30여 종이다. 한 박스에 5만 원 한다는 갈치 크기를 손가락으로 가늠해보니 3지 정도 되겠다. 갈치 2지 한 박스는 3만 원에 거래되었다.
“갈치는 한 박스 8만 원 나왔는데 안 팔리니까 5만 원 가까이 떨어졌어요.”
“남자 직원 둘...다 내보냈어요, 그래도 힘들어요, 힘들어“
꿈이 뭐냐는 질문에 별다른 꿈이 없다던 한 상인은 지난 연말에 직원 두 명을 다 해고했다며 장사가 힘겹다고 했다. 이어 경매가 이어지자 한달음에 달려간다.
“꿈이 뭐 있다요, 죽을 날만 기다리고 앉아 있어요. 남자 직원 둘 데려놓고 장사했는데 지난해 이제 일을 그만두라 해서 다 내보냈어요. 그래도 힘들어요, 힘들어.“
이웃한 상인 B(여)씨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썰물에 드러난 갯벌처럼 휑한 가게를 혼자 지키고 있던 상인은 애꿎은 파리채를 휘두르며 긴 한숨이다.
서대를 손질 중인 생선가게 아주머니(여. 65)다. 10년째 이곳 중앙선어시장에서 영업하고 있다. 요즘 참 어렵다며 무심히 칼질에 열중이다. 손질한 서대 1kg에 3만 원, 활꽃게 8마리 5만 원에 판매한다.
신월동에 산다는 이씨(여. 82) 어르신이 갑오징어를 손질하고 있다. 갑오징어 한 상자 손질 비용은 2만 원이다. 요즘 사람들은 생선을 안 먹는지 손님이 별로 없어서 일감이 없다고 한다.
”(한 상자 손질하는 데) 생선도 이제 2만 원 받은 것도 있고, 만 원 받은 것, 5천 원 받은 것도 있어요, 얼마 안 돼요. 일이 없어, 고기도 없고 사람들이 안 먹어요, 안 먹어.“
칼갈이 유종영(77)씨다. 자그마한 승합차를 타고 여수와 순천 광양을 오가며 칼갈이를 하는 이분 역시 고객들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저는 칼 가는 사람이에요. 여수 순천 광양 지역을 다녀요. 구태에 젖어 있는 경쟁력이 없는 그런 사람들은 가는 판이죠. 아마 (신규) 허가 내는 사람보다 폐업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거예요. 장사가 잘 돼야지 칼도 갈고 할 것인데 손님이 없다 보니까 별 신통치 않아요. 해마다 칼 가는 사람이 줄어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