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원 어치 '한우' 선물한 손님...도대체 어떤 맛이길래?

부자가 운영하는 본한우 정육식당 박완규 셰프의 인생2막 회도 못썰던 사장님, 본한우 칼잡이 된 사연 역발상의 달인, 본한우 경영철학... 맛있는거 싸게

2023-11-19     심명남
▲ 한우 투뿔을 고집하는 박완규 셰프와 박힘찬 대표가 운영하는 본한우가 여수 국동의 대표 고깃집으로 자리잡고 있다 ⓒ심명남

 

얼마전 한 여성분이 와서 고기를 몇가지 골라 드시길래 혼자 여행왔나보다 생각했죠. 한참을 드시고 택배 되냐고 묻더니, 대뜸 600만원 어치 택배 선물을 하더군요. 맛있다는 소문듣고 직접 먹어보니 귀한분들께 선물을 하더군요. 그러고 보면 손님 한분 한분 소중하지 않은 분들이 없는것 같아요^^

여수시 국동 경도선착장 앞에서 <본한우 정육식당>을 운영하는 '역발상의 달인' 박완규 셰프는 이곳 한우를 맛본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 한우 투뿔을 고집하는 여수 국동의 대표 고깃집으로 자리잡고  있는 본한우 정육식당 ⓒ심명남

정치를 접고 아들 박힘찬 대표와 함께 요식업에 뛰어든 그는 식당만 벌써 4개째다. 닭고기 요리의 새로운 붐을 일으킨 <괜찮은 사람들>을 시작으로 <여수장터>, <궁전횟집>에 이어 본격적으로 <본한우 정육식당>을 오픈하며 요식업의 새로운 트랜드를 이끌고 있다.

런칭 식당마다 승승장구...성공 비결은? 

박완규 셰프는 "식당은 무조건 원재료가 좋아야 한다. 메인이 육고기니까 우린 질좋은 한우고기에 집중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본한우에 오면 농담삼아 "고기먹는 자리에서 절대 정치 얘기하지 마세요. 고기탑니다"라고 말한다고... 정치 얘기에 빠지다 보면 열받아서 고기가 타버려 식감좋은 제대로된 고기맛을 놓치기 쉽상이란다.

식당하고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다가 닭고기부터 시작해 생선구이, 횟집, 한우까지 육해공군 식재료는 모든 것을 다 섭렵한 그는 인생2막을 이렇게 표현했다. 

▲ 한우 투뿔을 고집하는 본한우 박완규 셰프는 꽃등심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때문에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부위라고 말했다  ⓒ심명남

 

새로운 것들을 발견해가니까 재미 좋아요. 사실 이 나이에 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해요. 남들은 다 은퇴하고 오이 싸들고 산에 갈 나이잖아요^^ 근데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이것 말고 또 올 연말 인터넷 쇼핑몰 오픈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지난 17일 본한우에서 박완규 셰프를 직접 만났다. 

- 우려스러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런칭하는 것마다 성공가두를 달리고 있어요. 특별한 비결이 있나요?

"남들의 우려도 있지만 어느것 하나 적자가 안나니까 다행입니다(웃음)"

- 아들과 주방에서 직접 발골하고 피터지게 일하는 모습보고 깜짝 놀랐는데 준비기간은?

"잠수타고 6개월을 준비했어요."

▲ 한우 투뿔을 고집하는 국동의 대표 고깃집으로 자리잡고 있는 본한우 식당의 고기익는 소리 ⓒ심명남
▲ 한우 투뿔을 고집하는 박완규 셰프는  단백하고 고소한 꽃등심을 먹어봐야 한우의 진정한 맛을 안다고 말했다 ⓒ심명남
▲ 한우 투뿔을 고집하는 본한우 후식으로 나온 떡국 ⓒ심명남

- 옛날에 칼질 좀 해보셨나요

"전혀 안해봤죠. 사실 횟집을 하면서 회도 못썰어요. 회는 금방 배울 것 같아 안배웠는데 한우는 내가 해야겠다. 이 분야 만큼은 내가 알고 시키는 것과 모르고 시키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다른 식당은 내가 몰라도 경영만 잘하면 되지만 한우는 내가 고기를 볼 줄 모르고 고기를 다룰 줄 모르면 절대 오래 못가요."

IMF보다 위기, 그래도 승승장구 살아남는 법!

▲ 한우 투뿔을 고집하는 박완규 셰프는  본한우를 오픈하기 위해 40년간 마장동 칼잡이에게 6개월간 고기발골부터 한우의 모든것을 익혔다ⓒ심명남

- 셰프 안쓰고 직접 손질을 하네요. 파지도 많이 나올텐데

"처음 오픈후 한달 정도만 외부에서 초청했어요. 마스터를 해도 직접 손질하니 파지가 많이 나왔지만 지금은 몰라보게 좋아졌어요. 처음 고기 썰면 매끄럽게 안 나오고 이상하게 회를 치더군요. 그걸 감수하고 들어갔고, 주인이니까 가능했어요."

- 정육식당이라 갈비 발골작업이 힘들것 같아요?

"갈비 작업은 일주일에 여섯짝 정도합니다. 한짝에 35키로인데 날마다 한 짝 정도를 작업해야지 답이 나와요. 요즘 식당들이 칼 없는 정육점이 많아요. 다 받아다 쓰기 때문인데 하지만 그래서는 절대 좋은 가격에 좋은 품질을 만족시키지 못해요. 소비자들은 좋은 고기를 싸게 먹고 싶은데 내가 작업을 못하면 절대 그 가격에 맞출 수 없죠. 요즘은 가격경쟁도 해야지만 품질경쟁도 중요하죠. 고기 먹어보면 알거든. 이게 좋은 고기인지 안좋은 고기인지. 소비자들이 아~ 좋은것을 쓰구나 금방 알아요."

전국적으로 자영업의 위기다. IMF때도 이렇게 어렵지 않았다는데 높은 금리와 경기침체 그리고 경기의 불확실성이 크다. 아울러 자영업자 수가 크게 늘어나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여천소방서 뒤에는 가게를 내놓은 곳만 43개 정도인데 폐업자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완규 셰프의 경영철학은 남다르다. 코로나때 남들은 장사가 안되어 건물을 내다팔때 그는 목좋은 건물을 싼값에 줍줍 주웠다. 이후 코로나가 지나자 관광객이 넘쳐났다.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때도 마찬가지. 횟집들이 어려우면 고깃집으로 몰릴 것으로 판단한 그는 6개월간 잠수를 탔고, 40년 마장동 한우 고수에게 한우잡는 칼잡이로 변신했다. '위기는 기회'라는 발상의 전환과 성공에 대한 집념이 지금의 그를 무쇠로 만든 셈이다.

옛부터 소고기는 마장동, 떡볶이는 신당동이 유명하다. 이곳 본한우는 95%는 투뿔 한우를 쓴다. 가장 비싸고 맛좋은 한우3대 부위는 살치, 안창, 토시살이다. 그것도 좋지만 단백하고 고소한 꽃등심을 먹어봐야 한우의 진정한 맛을 안다. 사람마다 기호가 다르듯이 음식 장사가 힘든 이유다.

본한우가 추구하는 경영철학은 '맛있는거 싸게'다. 그는 "맛있는거 비싸게 먹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내가 직접 칼을 잡기 때문에 좋은 한우를 적정한 가격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이곳 본한우는 보성축협 한우와 NH지리산 순한우를 공급받고 있다. 본한우 이름은 근본본자를 쓴 한우의 기본에 충실하자는 의미다. 상표등록을 마쳤고 2호점인 여천점 오픈도 구상중이다. 이곳은 총22개의 좌석을 갖춰 한꺼번에100여명 입실이 가능토록 럭셔리한 파티션이 마련되어 있다.

▲ 한우 투뿔을 고집하는 본한우 정육식당 박완규 셰프의 경영철학 "맛있는거 싸게"가 가능한 것은 주방장을 쓰지 않고 자신이 고기를 직접 다듬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심명남

박완규 셰프의 인생2막..."위기는 기회"

- 여수장터와 궁전횟집에 이어 고깃집을 한 결정적 계기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컸어요. 횟집 할때는 타격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거기만 직원들이 40명이 넘어요. 직원들을 어떻게 먹여 살리지? 방법을 찾아 내야했죠. 후쿠시마 오염수가 다행히 큰 문제없이 넘어갔지만, 후쿠시마가 소비자들에게 여파가 컸을 때 이 돌파구를 어떻게 넘길까? 바닷고기를 못먹으면 육고기를 먹을거라 생각했어요. 돈 벌 목적보다는 직원들과 먹고살 새로운 먹거리를 위해 뛰어든 거죠. 정도가 심해져 소비자들이 수산물을 안 먹으면 우린 손가락 빨고 있어야 하니까. 그래서 찾은 것이 한우였죠. 횟집은 확장성이 없지만 한우나 육고기는 확장성이 되게 좋아요. 횟집은 2.3.4호점이 쉽지 않지만 한우는 오픈 확장성이 좋아 결론은 잘했다고 생각해요. 요즘 식당해서 큰 돈벌 세상은 지났지만 직원들과 같이 먹고 살고 점차 사업규모를 늘려 나가는 재미면 만족합니다."

- 고기 손질하는 건 어디서 배웠나요?

"고기손질은 여천 소방서 뒤 한우만에서 배웠어요. 마장동에서 시작해 한우만 40년을 접한 선배님이 나의 멘토 역할을 해줬어요. 내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리해 주니까 일을 남보다 편하게 배울 수 있었죠. 노하우를 쉽게 안가르쳐 주는데 제가 사람을 잘 만난거죠. 선배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가르쳐 줬으니까 너무 고맙죠."

- 소 몇마리나 잡아 보셨어요?

"배울때는 그 선배와 날마다 작업을 했어요. 하루 네다섯 시간을 고기 잡으면서 배우고 칼 잡는 것부터 고깃결 보는거랑 고기 부위 보는 것까지 다 배웠어요. 그렇게 6개월을 배우고 나니 나름대로 작업하면서 잘 안착해 나가고 있어요."

▲ 한우 투뿔을 고집하는 본한우 정육식당 창밖으로 경도를 오가는 연락선이 입항하고 있다 ⓒ심명남

- 이곳에 상권을 잡은 이유는?

"상권이 좋아서가 아닙니다. 다만 경도를 오가는 골프장 손님들이 많아요. 옆에 유명한 금비늘과 옥면옥도 손님이 끊이질 않아요. 횟집은 많은데 이곳에 제대로된 고깃집이 없어 생각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어요. 특히 경도선창가라 상시 주차장이 좋은것도 장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