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함께 꿈꾸는 공간으로 거듭나려면

신안 섬마을인생학교, 무주 등나무운동장 등 성공사례 원주민을 무시하는 폐교활용 정책은 성공하기 어려워

2023-12-19     전시은
▲ 폐교활용 정책토론회 참여자 단체사진

농어촌 발전 및 지역민과 상생하는 폐교활용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19일 여수시의회 1층 소회의실에서 박성미, 이미경 여수시의원이 주최한 정책토론회에는 섬 주민도 함께 했다.

주제발표는 전남 신안군 섬마을 인생학교 김현석 사무국장과 전남 무주군 농촌신활력 박희축 플러스사업단장이 나섰다.

▲ 박성미 여수시의원

토론회에 앞서 박성미 의원은 이번 토론회의 의의를 설명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여수에서 폐교 위수탁 학교는 7개교에 달한다. 이곳은 현재 굴전 캠핑장 야영장. 여수민속전시관, 예술인촌 창작공간, 낭도 야영장 등으로 사용중이며, 금오도는 현재 재위탁을 했으나 추진되지 못했으나 내년 리모델링을 통해 지역민이 사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미래 비전도 세우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하며 여수시가 폐교 활용에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섬 정책을 추진하는 전남 신안군

▲ 사단법인 꿈틀리 김현석 사무국장

먼저 사단법인 꿈틀리 김현석 사무국장이 첫 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섰다.

사단법인 꿈틀리가 운영하는 꿈틀리 인생학교는 오마이뉴스가 강화도에 세운 청소년 대안학교이다. 사단법인 꿈틀리는 5년 전부터 신안군 섬마을 인생학교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신안군의 1도1뮤지엄 정책과 섬생태연구소, 로빈슨크루소 대학, 주섬주섬마을, 정약전 바다학교 4가지 정책을 알렸다.

현재 신안군은 다양한 섬 정책을 펼치고 있다. 먼저 1도1뮤지엄정책을 통해 여수 강종열 화백 등 지역의 화가와 연계해 섬 각지에 미술관을 꾸미고 있으며 현재 미술관 10개소, 박물관 등 8개소, 전시관 8개소를 추진중이다. 다음으로 폐교를 활용한 국립섬생태연구소는 신안군 도초도에 자리하며 환경부 예산으로 운영한다. 이곳은 지역 생태를 분석하고 주민과 협업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 신안군 폐교활용사례

“신안군은 25년 이후 20세부터 39세 여성이 65세 이상 인구 대비 5명 이하로 예상되어 인구소멸지역을 넘어 인구재생산불가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에 이를 기반으로 한 투자계획서를 공모, 압해도 폐교를 활용한 로빈슨크루소대학 등을 선정했다. 로빈슨크루소대학 프로그램은 입주민과 귀어인, 해외의 각 섬과 협력사업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

다음으로 주섬주섬마을 프로그램은 목포 청년들이 폐교를 리모델링해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희귀동물을 감상할 수 있고 군에서도 이곳을 다양하게 사용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청년들은 폐교 외에도 버려진 창고를 재활용할 방안을 연구 중이다.”

이외에도 김현석 사무국장은 남해군 폐교 리모델링사례인 보물섬인생학교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김 사무국장이 근무하는 꿈틀리 인생학교는 8년전 사단법인 꿈틀리가 세운 곳으로 청소년들이 고등학교 진학 전 1년간 쉬어가는 곳이다.

신안군은 꿈틀리 인생학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섬마을 인생학교를 설립했고 20대부터 60대까지 이곳에서 쉬어가도록 했다. 현재 신안군은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청소년 인생학교)에서 모티브를 얻은 음악학교를 운영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신안군은 섬 활동을 지역 역사, 학교 콘텐츠 그리고 사단법인 꿈틀리의 다양한 프로젝트와 연결하여 지역민이 함께 하는 음악회를 마련했다. 한양대학교 클래식팀이 300여명의 신안군 초중고등학교 학생, 주민과 가사를 쓰고 노래를 만든 음악회는 폐교활용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집토끼 즐거운 곳에 산토끼 모이는 법... 무주군 등나무운동장

▲ 무주군 농촌신활력 플러스사업단 박희축 단장

전남 무주군 농촌신활력 플러스사업단 박희축 단장은 무주군 폐교활용 사례로 등나무운동장을 소개했다.

박 단장은 “폐교는 주민이 마실 다니는 커뮤니티가 되어야 한다”며 “문화를 이어갈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철조망으로 둘러진 무주의 한 폐교를 발견하고 주민을 설득해 땅을 매입하도록 했다. 이후 정기용 건축가가 참여한 ‘무주프로젝트’가 실시되어 운동장 외곽 4면에 등나무를 심어 관중석 위로 그늘이 드리워지도록 했다.

등나무 아래 벤치가 만들어지자 자연스럽게 주민들이 모여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무주 반딧불축제 등 주요 행사 장소로 사용되며 현재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산골영화제의 모티브가 되었다. 과거 좁은 경로당에서 열리던 행사 역시 등나무운동장으로 장소를 옮겼고 후에는 삼성전자와 자매결연을 맺어 이곳을 직원들이 사용하도록 했다. 곧 폐교는 각종 동창회 모임 명소로 사랑받는 곳이 되었다.

“귀농인은 시골에 와서 문화가 없다고 말하는데 이는 농촌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시는 오페라 감상이 문화지만 농촌은 함께 전을 부쳐먹는 것이 문화이다.

농림부는 도시에서 오는 귀농인을 늘려 원주민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보다 지금 살고 있는 지역민이 행복할 수 있는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한번은 마을 할머니분들과 귀농인이 송편을 빚었는데 할머니들이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줄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았다.

폐교에 외부인을 들여 성공하는 것보다 주민들이 각 교실에서 다양한 활동을 한다면 저절로 외부인도 유입될 것이다. 집토끼를 즐겁게 했더니 산토끼가 즐거운 사례가 무주군에 있다. 집토끼가 즐거울 때 산토끼가 오는 거지 집토끼를 굶기는 정책은 안된다. 땅을 내놓은 원주민을 무시하고 원주민의 문화를 말살하는 폐교활용 정책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박희축 단장은 “4차산업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은 농촌뿐”이라며 “폐교를 진정 주민에게 돌려주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 이미경 상임위원

발제가 끝나고 이미경 시의원은 “토론회를 통해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책 집행이 필요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관광객과 풍요로운 먹거리를 가진 여수가 왜 이같은 방안을 고민하지 않았는지 후회된다. 시 집행부와 교육청이 연계한 다양한 폐교활용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전라남도 섬가꾸기사업 윤정준 자문위원은 “그간 뚜렷한 방향성 없이 즉흥적으로 폐교를 활용했다면 이제는 유형을 나눠 정책적으로 접근하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 전라남도 섬가꾸기사업 윤정준 자문위원

최우진 여수시 관광시설팀장은 “여수에 3개의 폐교활용장소가 있지만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 활발한 활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늘 나눈 다양한 의견을 여수시 시책사업에 담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대안교육기관 뉴젠리더십학교 정재천 교장은 “폐교활용은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수시는 전문가를 초청해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문제해결을 이끌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에 여수시 평생교육과 교육지원팀 김정미 팀장은 “주민과 연계한 폐교활용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답했으며, 여수교육청 재정지원과 고정화 팀장은 “여수가 전남 22개 시군에서 폐교가 가장 많고 도서지역 비중이 50%가 넘어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며 “앞으로 관계자와 유기적으로 협조해 활용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여수시 평생학습교.강사협의회 관계자도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