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오진으로 절망했던 환자의 심정을 아시나요?
말기 암이라는 오진... 불안감에 휩싸인 시간들 전문의 잘못인데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어
이웃에 사는 60대 노인이 유명 종합병원 의사의 오진으로 멘붕에 빠졌었다는 사연을 들었다.
식욕이 없던 그는 어느 날 유명 종합병원을 찾아 종합검진을 받았다. 검진 결과 말기 암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청천벽력과 같은 통지를 받은 그는 너무나 황당해 다시 한번 특진을 요청했고 검진 결과는 지난번과 동일했다.
담당 의사는 감기 환자한테 대수롭지 않게 통보하듯이 환부 크기까지 설명하고는 “이렇게 될 때까지 모를 수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조롱하는 투로 말했다.
결과를 들은 당사자의 마음은 하늘이 무너졌다고 한다. 아직은 더 살아도 되는데…. 희망이 없다는 말을 들었으니 그 우울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모든 가족이 나서서 다른 유명한 의사를 추천하고 위로해도 귀에 들어올 리가 만무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른 병원과 의사를 선정해 예약했지만 기다리는 동안 환자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했다. 그렇다고 집에서 이불을 둘러쓰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던 그는 주위의 권유로 뜨거운 찜질방에서 몸을 굽다시피 뜨겁게 했다. 뜨거우면 암이 죽는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찜질방에서 나오면서 자신의 몸을 쳐다보니 벌겋게 화상을 입은 것 같았다.
고통을 잊기 위해 달리기를 하루에 10킬로미터씩 달리고 나면 진이 빠지기도 하고 머릿속이 텅 비어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머리가 공중에 붕 떠있는 느낌이었다”는 것이 그분 표현이다. 수술 날짜가 다가올 때까지 그 상태가 계속됐다.
한편으로는 마음의 정리를 하는 것이 순서라는 생각이 들어 60년 동안 살아오면서 사용하던 물건을 모두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리할 동안 앞일이 어떻게 될지 몰라 눈물이 팥죽같이 흘렀다”고 한다.
동반했던 물건들을 정리하자니 모든 게 덧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필요할 때 제자리에서 묵묵히 함께 해준 물건들도 없어지겠구나!’ 하는 아쉬운 생각에 다시 한번 더 쳐다보고 쓰다듬어도 보았다.
주위의 모든 사람과 마지막 이별이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육십 평생 알았던 지인들을 초대해 매일 돌아가면서 식사 대접한 게 수십 건이라고 했다. 그래도 이런 대접할 시간이 남았다는 것에 감사했다.
모든 지인과 아무런 일도 없는 것처럼 태연한 척했다. 한 달 정도 멀리 여행갈 계획이 있으니 찾지 말라며 차를 마시며 밥을 먹었다. 식사하는 동안 모래를 씹는 느낌이었지만 즐거운 척했고 무슨 대화를 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번민에 휩싸여 살도 많이 빠졌다.
“이런 기간이 오래 걸리면 저절로 가겠다”는 말까지 한 그는 “전문가 한마디가 온 가족과 본인한테 심리적 신체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준다는 걸 전문의들은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극심한 정신적 불안감과 답답한 마음은 고스란히 진단 잘못한 전문의 잘못인데도 오진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다행히 다른 병원에서 수술은 했지만 그 수술마저도 잘못되어 오랫동안 고생했다는 후문이다.
진단도 수술도 잘못되어 오랜 시간 환자한테 불안감과 절망감을 준 의사는 분명 오진에 대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잘못된 문제를 해결할 강한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법은 아직도 강자 편이다.
- 장수연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