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3000원...여수에 오면 소맥 6천 원에 마신다

[신년특별기획] ② 소주, 맥주 한 병 3000원에 판매합니다 여수 은우정 ”마음을 파는 정이 넘치는 식당으로 인정받고 싶다“

2024-01-17     조찬현

여수 자영업과 재래시장의 심박동이 이상하다. 이러다 다 문 닫는 건 아닐까, 자영업자와 재래시장 사람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대안은 없는 것일까?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자영업자와 시장 상인들을 통해 그 해법을 알아본다. - 기자 말

▲여수 은우정 ‘소주, 맥주 1병 3,000원에 판매합니다’ ⓒ조찬현

여수 은우정이 시민들의 외식비 부담을 줄이고자 지난해 7월부터 소주와 맥주를 3천 원에 판매하고 있어 지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여수지역 술집과 식당의 소주와 맥주 판매가격은 일반적으로 한 병에 5000원에 이른다. 이와 반면 서울은 소주와 맥주를 5000~7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11일 시민 A씨는 “외식 시 소맥 한 잔 마시려면 비싼 술값 때문에 망설였는데, 이곳에서는 평소 좋아하던 소맥을 그냥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어서 좋다”며 반겼다.

사람을 끄는 맛집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여수 은우정 가게 입구에는 눈길을 끄는 현수막이 하나 내걸려있다. 이는 불경기에 고객을 배려하는 상생의 마음에서라고 이곳 대표(안상호)는 말한다.

‘소주, 맥주 1병 3,000원에 판매합니다’

▲은우정 안상호 대표가 삼겹살을 손질하고 있다. ⓒ조찬현

안상호 대표는 이윤 추구에 앞서 ”마음을 파는 정이 넘치는 식당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1일이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 소주와 맥주, 3천 원을 받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고물가에 힘들어하시는 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드리고 위로를 드리고자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술값을 내린 지는 한 7개월쯤 됐습니다. 고객분들이 그냥 편안하게 드셨으면 합니다.”

- 안상호 사장님은 어떤 사람입니까?
“제가 고기 장사로는 한 30년 됐습니다. 믿음과 신뢰를 갖고 고기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2남 4녀 중 막내입니다. 맏이인 형님이 덕양 복산식당을 운영합니다.”

- 소고기와 인연을 맺은 특별한 계기는?
”부모님 대를 이은 거죠. 형님 밑에서 한 20년 일을 배웠습니다.“

- 장사는 어떤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장사는 정직해야 합니다. 고객에게 좋은 식재료와 고기로 대접해야지요.”

- 자영업 요즘 다들 힘들다고 하는데 장수 비결이 있나요?
“오래 한 사람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왜냐면 ‘손님들이 무얼 필요로 하는지, 원하는 마음을 알고 있기에’ 오래 버틸 수 있지요. 대부분 가게를 개업하면 먼저 돈부터 생각해요. 돈 생각하기 전에 고객을 감동하게 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이 중요해요. 우리처럼 오래 한 사람들은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가시면 그걸로 만족해요. 그러다 보면 나중에 돈은 저절로 따라오더라고요.”

▲여수 학동 소고기 전문점 은우정이다. ⓒ조찬현

- 은우정은 어떤 식당입니까?
“10년 전 오픈했을 때 형님이 상호를 복산식당으로 하라고 했는데 아들 이름으로 했어요. 은우는 제 큰아들 이름입니다. 옛날에는 부모 이름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살아왔잖아요. 자신이나 자식의 이름을 건다는 것은 진짜 양심껏 하겠다는 다짐이잖아요.”

- 단골손님이 많다고 들었는데요.
“내가 암만 좋은 말을 해도 그건 어찌 보면 중요치 않습니다. 한번 우리 가게 고기를 드셔보시고 ‘아 진짜 좋은 고기구나! 다른 사람들보다도 나에게 더 신경 쓴다고 느끼면 또다시 찾아오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