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에 뒤덮인 여수 안도 상산길을 걷다

금오도 비렁길에 비해 덜 알려진 상산길 봄날 흐드러지게 피어난 들꽃 향기에 취해

2024-04-26     조찬현
▲산속 풀숲에는 노란 유채꽃이 만발했다. ⓒ조찬현

안개비가 내리는 봄날이다. 여수시 남면 안도 동고지마을에 여장을 푼 우리 일행은 해무에 뒤덮인 안도 상산길 탐방에 나섰다. 지난 21일이다.

4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안도 동고지마을은 해안선과 경치가 수채화인 듯 고운 마을이다. 이 어촌마을에는 현재 11가구 15명이 살고 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호젓한 섬마을인 동고지마을은 2014년 환경부가 생태,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여 국립공원의 11번째 명품마을로 지정되었다.

▲돌담이 아름다운 안도 명품마을 파도 민박집이다. ⓒ조찬현

산속 풀숲에는 노란 유채꽃이 만발했다

상산길이다. 금오도 비렁길에 비해 세상에 덜 알려져 한적한 이 길을 봄날에 걸으면 흐드러지게 피어난 들꽃의 향기에 취한다.

▲안도 상산길 탐방로 안내판이다. ⓒ조찬현

이곳 상산길 탐방코스는 안도해수욕장에서 출발하여 대나무숲길과 숲쉼터, 후박나무쉼터, 상산동전망대를 거쳐 기러기쉼터, 안도오름쉼터, 낭고지쉼터에 이른다. 한 시간 30여 분이 소요된다. 하지만 우리는 동고지마을에서 출발하여 역순으로 길을 걸었다.

산속 풀숲에는 노란 유채꽃이 만발했다. 갯바람이 불어오기라도 하면 유채는 진한 향기를 뿜어내곤 한다.

초록의 숲에서 노랗게 피어난 유채꽃과 저 멀리에서 일렁이는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길가 돌담에는 산괴불주머니 꽃이 피었다. ⓒ조찬현

노란 유채꽃은 산과 바다 어디에 피어나도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유채꽃은 갯바람이 살랑이며 불 때마다 노랗게 피어난다. 상산길 언덕에서 바람에 흔들리며 자신의 존재를 향기로 알리곤 한다.

돌담에는 들꽃이 무리 지어 피었다. 현호색과의 두해살이풀인 산괴불주머니다. 산지에서 자라는 이 꽃은 4~6월경에 노랗게 피어난다.

지붕만 살며시 드러낸 채 엎드린 해안가 집들

▲해안가 집들은 지붕만 빼곡히 드러낸 채 납작 엎드려있다. ⓒ조찬현

바람이 많은 이곳 해안가의 집들은 지붕만 살며시 드러낸 채 납작 엎드려있다.

숲 쉼터 부근에 이르러 상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잘 보존된 동백 원시림이 시원스레 반긴다. 동백숲은 신비로움이 가득하다. 오는 길에 꽃봉오리를 떨군 채 미소짓던 동백을 드문드문 마주하곤 했다.

여전히 상산 둘레길은 안개에 휩싸여 있다. 수없이 길바닥에 돋아난 질긴 생명력의 질경이 이파리를 밟고 우린 걷고 있다. 야생 식물 질경이는 인간들이 아무리 짓밟아도 다시 꿋꿋하게 살아남는 강한 생명력을 지녔다.

상산 전망대 포토존... 바다를 향해 포효하다

▲안도 상산길 전망대 포토존이다. ⓒ조찬현

상산 전망대 포토존에 이르자 모두가 바다를 향해 포효한다. 가슴이 툭 트인다.

좌측은 동고지마을 오른쪽은 서고지 마을이다. 안개에 휩싸여 선계를 닮은 안도 기러기 섬이 양쪽 날개를 펴고 금방이라도 푸드득 날아오를 것 같은 분위기다.

▲안개 자욱한 꽃길을 거닐고 있다. ⓒ조찬현

꽃길이다. 푸르름 속에서 노랑노랑 피어난 유채꽃길이다.

봄에 상산의 꽃길을 걷는 여인들의 뒷모습이 방금 피어난 꽃보다 더 곱다. 환한 미소 속에 손을 흔들며 간다. 기쁜 마음으로 우리도 이 꽃길을 따라 걸어보자.

▲여수 남면 안도 이야포 해변이다. ⓒ조찬현
▲여수시 남면 안도 이야포 평화공원이다. ⓒ조찬현

저 멀리에 이야포 해변이다. 이곳에는 이야포 평화공원이 있다. 74년 전 1950년 8월 3일 250여 명의 민간인이 미군 폭격으로 인해 희생당한 아픔의 현장이다.

해마다 이곳 이야포 평화공원에서는 ‘이야포 미군폭격사건 민간인 희생자 추모제’가 열린다.

그동안 <여수넷통뉴스>가 추모제를 주도해오다 2022년부터는 여수시 예산이 투입 첫 민관추모제로 마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