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칼럼] 가족 모두가 행복한 곳, 가정
가정 안에서 무엇보다 힘의 균형이 중요하다 채찍질하고 다그치는 곳이 아니다 가정이라 쓰고 행복이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가족이란 모름지기 내 식구가 어디 가서 욕 먹지 않게 따끔하게 채찍질을 해줘야 한다.
이런 건 가족밖에 해 주지 않고, 가족이니까 해주는 말이다. 그러니 변명은 있을 수도 없다고 하면서 ‘다 잘돼라고 하는 말이니 고깝게 들을 필요도 없고, 기분 나빠 할 필요도 없다. 그냥 군소리 말고, 고치면 된다’고 말하는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가족의 기능이 ‘채찍질’이라는 말에 동의하는 아버지는 가족의 정서적인 공감과 돌봄에 대한 욕구가 얼마나 한심하고 배부른 투정처럼 들릴지는 불 보듯 뻔하다. 그래도 처음에는 약간의 기대하고 힘들다고, 공감을 해달라고 부탁도 해보고, 요청도 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부인에게는 그런 소리 할 거면 집을 더 깨끗이 치우고, 남편이 무엇을 좋아할지를 더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자녀를 잘 키울 것인지를 생각하고, 미래를 위해서 집에서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라고 채찍질했고, 자녀들에게는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감독과 간섭하게 된다.
한때는 이런 모습이 아버지 모습의 표본으로 통할 때가 있었다.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가부장’이라는 말은 아버지에게 모든 권한을 몰아주고 가정을 통제하게 했다. 즉, 보호라는 명분으로 통제하고, 힘을 사용하는 것에 당위성을 부여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 가정의 역할, 아버지의 역할, 그리고 엄마의 역할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첫 번째, 가정은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2세대 이상을 의미하는 단어가 더 이상 아니다.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청년 가정, 단독가구까지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있다. 그러니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형태만을 가정으로 인정한다면 스스로 시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두 번째, 가족의 역할을 보면 집안일과 육아를 담당하는 건 엄마의 역할이고, 돈을 벌어오는 일은 아버지의 역할이라고 한정 지을 수 없다. 결혼 적령기의 많은 청년들은 맞벌이를 꿈꾸고, 실제로 공무원이나 교사 직업의 여성을 선호하지만, 가정일에 대해서는 그럼에도. 여자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더 좋은 배우자를 만나고, 더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잘라버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세 번째, 2023년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2명으로 전년 대비 0.06명 감소했으며 45세 이상 연령층의 출산율은 유사하지만 45세 미만 연령층의 출산율은 감소하였다. (203년 인구 동향 조사, 통계청)
첫째애는 6천명(-4.6%), 둘째아는 9천5백명(-11.4%) 감소하였다. 첫째아 비중은 60.1%로 전년보다 1.9% 증가하였으며, 둘째 애의 비중은 32.3%, 셋째아 이상의 비중은 7.5% 전년보다 각각 1.4%p, 1.6%p 감소하였다. 이 말은 한 명 이상의 아이를 출산하는 가정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이며, 한 명의 아이에게 부모가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보내면서 아이들의 역할과 책임이 과중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부모의 부담과 불안, 완벽주의는 결국 자신과 자녀의 정서적 돌봄을 현실적인 역할보다 뒷순위로 두게 되면서 가정의 본래 기능이 망가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한다.
부인이 힘들다고 하면 네가 하는 일이 뭐 있다고 힘들다고 하냐, 밖에서 일하는 사람은 안 힘들어서 매일 출근하는 줄 아느냐, 너는 왜 나만 보면 힘들다고 말하고, 어떻게 생기었길래 맨날 힘들다고 하냐고 화를 내는 이 아버지의 이런 시절을 짐작해 보자면 울지 못했을 수 있다.
힘들다고 말해본 적 없고, 실수를 허용받아 보거나 격려받아 본 적 없을 가능성이 크다. 자신이 경험한 그 양육과 가족 안에서의 사건들이 사랑이 아닌 ‘당함’임을 이제는 알지만 그것이 잘못된 거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그런 양육이 있었기 때문에 친구들보다 사회적으로 성공과 성취를 이룰 수 있었고, 그런 양육을 한 사람이 누구도 아닌 내 부모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대한 경험이 처음이고, 양육에 대한 경험이 처음이고, 관계에 대한 경험도 처음인 아이들은 부모가 주는 어떤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해 버린다. 그래야만 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나를 미워한다고, 싫어한다고, 증오한다고 그래서 때리고, 화내고, 안아주지 않는 거로 생각하면하면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방식에 적응하게 되는 것이다.
습관이 되고, 성격이 되고 마침내 나의 관계와 일에서 자동으로 돌아가는 패턴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이런 패턴은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우리 뇌가 쓸데없는 에너지를 쓰지 않도록 하므로 이런 방식이 효과적/효율적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원래 그래“
‘나는 잘 못 한 거 없어없어’
‘내가 틀린 말 했어.했어’
‘너만 잘 하면 돼’
이 모든 말들이 내가 나를 과거라는 틀 안에 가두는 명령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정은 어떤 상황에도 개인이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보루여야 하며, 심리적인 든든한 안전기지여야 하며, 부모는 자녀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사건과 문제를 해결해 주는 존재가 아니라 그냥 버텨주고, 밀리지 않고, 기다려주는 존재임을 알아야 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과 관련된 행사도 많고, 의미 있는 날도 많다. 어린이날(5월5일), 어버이날(5월8일), 부부의 날(5월21일)까지 이 많은 날이 괴롭고, 힘들고, 지긋지긋한 날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내 가족이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고, 비난하지 않고, 자책하지 않아야 한다.
오늘 하루가 있고, 내 눈앞에 내 가족이 있고, 그 가족을 보며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면 오늘뿐만 아니라 날마다 ‘행복’이라는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