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주기만 하는 엄마의 사랑 닮은 이 나무는?
언제나 열린 공간, 등나무 쉼터
5월의 공원 쉼터나 아파트 쉼터에 등나무 꽃들이 한창이다. 보랏빛 향기를 날리며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다. 지치고 힘들 때에 에너지를 충전하고 가라고 우릴 기다리고 있다.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 국동캠퍼스에는 약 30평 이상 규모의 등나무 정원이 있다. 이름은 ‘청파원’이다. 등나무는 쌍떡잎식물 이판화군 장미목 콩과의 낙엽덩굴 식물이다. 4~5월에 나비 모양의 꽃이 핀다.
등나무 정원에는 탁자 5개, 등받이 없는 3인용 의자 20개가 놓여 있다. 쉼터는 한꺼번에 60명이상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제법 큰 규모다. 누구나 쉬어가도 되는 열린 공간이다.
한 낮 정원벤치에는 커피를 손에 든 젊은 청춘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청파원’ 맞은편에는 키 큰 향나무 한 그루가 등꽃의 보랏빛 향연을 지켜보며 청춘들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고 있다.
등나무는 2그루다. 한 그루는 나무기둥 지름이 약35cm 정도로 보인다. 여수공립간이수산학교 설립 초기에 심었다면, 수령이 100년 이상 됐을 것이다. 다른 한 그루는 1987년 정원을 정비 할 때 추가로 심은 것으로 추정된다.
수령이 오래된 등나무의 줄기는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위로, 위로 힘차게 기어오르고 있는 형상이다. 등나무 줄기 자체가 자연이 빚어낸 예술작품이다.
등나무 쉼터는 연초록 잎사귀와 지붕에서 아래로 길게 늘어뜨린 보랏빛 꽃송이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등나무 꽃차례들은 화려한 축제무대를 연상시킨다.
바람에 날려 떨어진 등나무 꽃잎들은 쉼터 바닥에 연보랏빛 봄눈을 뿌려 놓은 듯했다. 나는 꽃향기에 취해서 ‘이해인시인의 등꽃아래서’를 낭송해 본다. 원추 꽃차례로 만든 꽃다발을 내게 선물해 본다. 상상만 해도 즐거운 봄날이다.
봄날의 시간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듯이. 쉼터는 늘 열려있다. 등나무는 봄에는 향기로운 연보라색 꽃과 눈부신 신록을 선물한다. 여름에는 뙤약볕을 가려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사람들은 등꽃으로 꽃술을 빚거나 꽃차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등나무 껍질은 종이원료로 사용했으며, 줄기는 지팡이를 만들거나 가구 등 생활용품을 만들 수 있다. 등나무 종자를 볶아 먹으면 해바라기 씨처럼 고소하다고 한다. 이렇듯 등나무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고 있다.
나는 문득 쉘․ 실버스타인이 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생각났다. 내 젊은 시절 혜수한테 선물 받은 책이다. ‘끝내 주기만 했던 사과나무처럼, 기꺼운 마음으로 나의 소중한 것들을 너와 함께 나누고 싶다.‘는 메모와 함께.
20대 시절, 어느 봄날 꽃그늘 벤치에서 친구가 불러 줬던 ’일곱 송이 수선화‘가 아련하게 귓가에 맴돈다. 예나 지금이나 나의 발전을 바라는 변함없는 친구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항상 주기만 하는 사랑은 엄마의 사랑이다.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 언제나 열린 공간, 등나무 쉼터도 엄마의 사랑을 닮았다.
등나무 쉼터 밖 왼쪽에는 등나무 덩굴로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덩굴 숲속에 키 큰 향나무가 서 있었다.
덩굴 속에 향나무가 계속 잘 클 수 있을지 걱정된다. 등나무 꽃잎이 시나브로 지고나면, 향나무에 햇볕이 잘 들 수 있도록 뒤덮고 있는 덩굴을 걷어 내고 싶다.
내년 봄에는 등나무 쉼터 벤치 옆에 ‘하얀 마가렛 꽃을 그득 심은 대형 화분’을 비치하면 좋겠다. 그리하면, ‘청파원’은 더 화려한 풍경이 펼쳐지리라.
달라진 ‘청파원’은 연초록 잎사귀와 보랏빛 꽃차례, 하얀 마가렛 꽃이 가득 담긴 대형 화분까지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정경이 될 것이다.
이 봄날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는 등나무가 새삼 더 사랑스럽다. 꽃그늘에 앉아서 ‘일곱 송이 수선화’도 흥얼거려 본다. ‘찰칵’ 보랏빛향기를 담는 카메라 셔터소리가 경쾌한 5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