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는 술 먹는 수상한 학교(?)가 있다
이사장 장미경 “국민학교는 무엇을 가르치기보다는 장사를 하는 곳입니다" 이승태씨 “맛있는 안주를 먹으면서 주도를 좋은 벗들과 배우고 있습니다” 박근호씨 “여기 육순이세트가 맛있습니다. 국민학교는 여수의 자랑입니다”
여수 미평동에 술 먹는 수상한(?) 국민학교가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다. 지난 23일이다.
이제는 사라진 초등학교의 옛 이름 국민학교, 이곳에서는 뭘 가르치는 것일까? 그 궁금증에 대해 여수 미평동 국민학교 이사장 장미경(45)씨와 일문일답으로 풀어본다.
“국민학교는 무엇을 가르치기보다는 장사를 하는 곳입니다”
- 국민학교에서는 어떤 걸 가르치나요?
“국민학교는 무엇을 가르치기보다는 장사를 하는 곳입니다. 손님들이 오셔서 옛 추억을 얘기하면서 좋은 분위기에서 즐겁게 술을 드시곤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진짜 간판 이름 하나는 정말 잘 지었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희 신랑이 이름을 지었어요.”
- 국민학교 자랑 좀 해주세요.
“저희가 지금 7년 동안 영업을 하고 있는데 아들이 셋이다 보니까 아이들한테 부끄럽지 않은 사업을 하고 있어요. 근데 계절마다 이렇게 그 좋은 물건(식재료)을 사게 되고 그로 인해 고객들의 만족감이 더 커지고 있죠.”
- 아침에 준비한 식재료가 전부 완판된다면서요.
“네네. 그날그날 소진이 다 되고 있어요, 다행히도 많이 사랑해 주셔서. 그래서 식재료가 더 신선할 수밖에 없어요.”
- 그 비결이 무언가요?
“다량으로 구매를 하지 않아요. 하루에 낙지가 한 20마리 정도 팔리는데 그러면 한 코만 구입하면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는 한 세 코를 꺼내서 거기에서 다리가 8개 다 달렸나, 얘가 정상적인가를 다 확인하고 선별해서 사요.”
- 새벽시장은 매일 몇 시에 나가세요?
“중앙동 새벽시장은 1시 반부터 경매를 시작하고요. 오후 경매가 또 따로 있어요. 그러니까 새벽에 사는 물건이 있고 오후에 사는 물건이 있어요.
저도 제가 이렇게 부지런한 사람인지 사실은 모르고 살았거든요. 제가 13년 동안 사무실에서 사무직만 하다가 아이가 셋 되고 하니까 ‘이렇게 돼서는 우리 집도 팔게 생겼다.’ 그러니까 저희 신랑이 저랑 ‘투잡을 해야겠다’ 싶은 생각에 ‘하루에 5만 원만 벌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가게를 시작했어요.”
“점차 나아져... 지금은 초창기보다 매출이 2배 정도는 뛰었죠”
- 요리주점(국민학교)을 처음 시작할 때는 어땠어요?
“여기가 상권이 좋지 않은 곳이라 하루에 한두 테이블 받기가 힘들었어요. 처음에는 여기 동네가 유령이 나올 정도로 한산하기만 했어요. 근데 제가 페이스북이라는 곳에 글을 올리면서 점차 나아지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초창기보다 매출이 2배 정도는 뛰었죠.”
- 나눔과 봉사활동을 많이 하신다면서요.
“제가 일반 주부에서 이렇게 남들이 부러워하는 사업가가 된 거는 사실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좀 더 나눔을 하고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 장애인과 어르신 봉사 쪽으로 마음을 돌리고 아이들과 같이 참여를 해요.”
- 국민학교 교직원들 구성은요, 전부 가족같이 보이는데.
“ 네. 맞아요. 친정엄마 아빠예요. 저는 오빠랑 저랑 둘이에요. 예전에는 공무원 오빠도 같이 일했었어요. 남편도 같이 일하고 직원이 한 분 계세요.”
- 여기 오면 여수의 싱싱한 해산물을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구성을 하려고 매일매일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정치망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오후 경매를 꼭 가는 거예요. 오늘은 무늬오징어가 들어와서 무늬오징어 회가 준비되어 있어요.”
- 애인이 바뀌어도 걱정을 말고 등교하라고 했는데... 누가 써놓은 거예요?
“제가요. 손님들이 읽으면서 되게 좋아하시고 막 웃으시고 그래요. 이 글 보면서 한번 웃고, 그러면서 눈인사도 하고 그래요. 손님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글이에요.”
- 메뉴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항상 공부하고 컨설팅도 받고 그래요. 음식은 눈으로 한 번 먹고, 눈으로 한번 보고, 입으로 한번 먹고 이게 맞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정말 한 팀 한 팀 받을 때마다 저희 신랑한테 술상을 차려준다고 생각하고 정성을 다하고 있어요.”
- 국민학교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뭐라고 생각하세요.
“여수의 이것저것 맛볼 수 있는 학교(포차)가 아닐까요?”
손님들의 생각은 어떨까? 두 분을 잠시 만나봤다.
이승태(서울)씨는 “제가 국민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됐지만, 그때 배우지 못했던 주도를 배우는 것 같습니다. 맛있는 안주를 먹으면서 주도 공부를 이렇게 좋은 벗들과 배우고 있습니다. 좋은 추억을 만들고 갑니다.”라며 이곳을 강추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곳 단골이라는 박근호(여수)씨는 “국민학교에 오면 항상 마음이 편하고 또 우리 지역에 봉사하는 분이라서 좋다. 여기 메뉴는 다 맛있습니다”라며 “여기 육순이세트가 맛있습니다. 국민학교는 여수의 자랑입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