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발 좋기로 소문난 다낭 법당을 아시나요?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아름다운 6대 해변 중 하나 링엄사의 상징인 해수관음상이 해변을 내려다보고 있어

2024-06-29     영은
▲ 해수관음상 앞에서 함께 한 사람들과  ⓒ영은

이달 초 친구 8명과 무안공항에 모였다. 3박5일 여행사 패키지로 베트남 다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다. ‘우리는 가슴 떨릴 때 여행가자’며, 다들 마음이 한껏 부풀어있었다.

목포에서 씨엘비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친구는 간식으로 빵 여덟 봉지를 준비해왔다. 봉지에는 단팥빵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빵이 담겨 있었다. 짐을 분산하기 위해 개별포장 해온 센스가 돋보였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우리는 그 자리에서 친구가 가져온 따뜻한 또띠아를 맛있게 먹었다.

여행자는 매일 짐을 싸고, 풀고, 캐리어를 버스에 싣고 내리며 유랑한다. 유목민들이 목초를 찾아서 이동하는 것처럼, 관광 명소를 찾고 호텔을 찾아서. 따라서 여행은 즐겁지만 한편으로는 낯설고 피곤한 일정이다. 그나마 이번 여행은 한 호텔에 묵어 캐리어를 끌고 다닐 필요 없어 한결 편했다.

베트남은 내가 좋아하는 싱싱한 채소류와 숙성된 열대과일이 많아 먹거리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처럼 호텔 조식은 예쁘게 진열되고 식욕을 자극하는 다양한 메뉴로 준비되어 우리들의 수다처럼 풍성했다.

영혼들을 아우르듯 해변을 내려다보는 해수관음상

호텔 로비를 나가면 미케 해변으로 연결된다. 미케 해변은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아름다운 6대 해변으로 유명한 곳이다. 또한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 휴양시설로 사용되기도 했다. 다낭은 남베트남군과 미군, 우리나라 월남 파병군의 주둔지였다.

이후 제네바 협정에 의해 북위 17도를 군사경계선으로 남북으로 분단됐다가, 1976년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이 수립됐다. 남북 분단기간 10여년 동안 이념 대립으로 인한 참혹한 전쟁의 아픔을 겪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선짜 반도 관광명소인 링엄사(영흥사)로 향했다. 링엄사의 상징인 해수관음상의 높이는 67m다. 세계에서 두 번째 높다고 한다. 해수관음상은 평온하고 인자한 얼굴로 바다에 떠도는 영혼들을 아우르듯 미케 해변을 내려다보고 있다.

해수관음상은 직경 35m 연꽃받침 위에 올려져 있다. 연꽃받침 바로 밑에는 법당을 배치하여 기도의 장을 마련했다. 불상에 법당을! 기발한 발상이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기도 발 좋기로 소문이 자자하다’고 한다.

법당에 들어가려면 열두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12개의 계단은 부처의 제자 12명을 상징한 것일까? 맨 하단에 계단을 배치한 불상은 높이에 비해 안정감을 줬다. 우리는 관음상 전체를 사진 한 컷에 담기 위해 로우 앵글로 찍었다.

링엄사(영흥사)는 베트남을 탈출하여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가 ‘희생된 약 45만명의 보트피플 영혼을 달래기 위해’ 세운 절이다. ‘보트피플’은 1975년 공산화 전․후 해로를 통해 탈출을 시도했던 베트남 난민을 말한다. 잠시 희생된 보트피플의 명복을 빌어본다.

링엄사 앞마당에는 보리수를 비롯한 다양한 대형 분재 화분들로 장식됐다. 우리나라 절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다. 다낭에는 유명한 불교 사원이 많았다. 불교는 베트남의 전반적인 문화 일부분으로 대다수 국민이 믿는다고 한다.

한국인이 많이 거주해 경기도 다낭시라도 불리기도

저녁 먹을 식당에 도착하니 ‘경기도 다낭시 명동식당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내부 벽에 가로로 길게 붙어서 우리를 맞이했다. 순간 고향에 온 듯 마음이 편안했다. 우리나라 관광객을 위한 사장의 센스가 돋보였다.

‘사장님 고향이 경기도일까?’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다낭은 경기도 다낭시라 불릴 만큼 한국인들이 많이 살았던 도시라고 한다. 지금은 달랏이 여행지로 뜨고 있어서 거주지를 옮기는 한국인들이 많아졌다.

저녁 메뉴는 ‘무한리필 삼겹살’이었다. 로메인 상추의 싱싱하고 아삭아삭한 식감이 입맛을 돋웠다. 인천에 사는 친구가 가져온 명이나물까지 더하니 금상첨화였다. 남이 차려준 밥상! 친구들과 함께 하니 이 얼마나 즐거운가!

이번 여행에서 평소 못 먹었던 달콤한 망고를 매일 한 팩씩 먹었다. 먹기 좋게 과육만 깔끔하게 잘라서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망고는 비싼 과일이다. 더구나 과육과 납작한 씨, 일명 망고 갈비는 분리하기도 어려워서 못 먹고 살았는데...

무안공항으로 돌아와 짐을 찾고 보니 아침 8시 반이었다. 정숙이가 쏜다고 해서 공항에 있는 ‘00당’으로 갔다. 우리는 김치찌개를 먹고 싶었으나 품절됐다고 해서 나주곰탕을 주문했다. 맛깔스런 김치와 시원한 깍두기가 속을 개운하게 했다. 여행의 즐거움을 아로새기며, 다음을 기약했다.

패키지여행은 일정을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이 장점이지만 개인행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프로그램 못지 않게 가이드 역할에 따라 여행의 질이 달라질 수도 있다. 다행히 가이드가 유머감각도 있고 친절했다. 베트남은 물가가 싸고, 15일간은 무비자로 여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