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로 일군 3000평 농부의 정원 '전라남도 최우수 정원 선정'

가드닝 홍정녀씨가 말하는 '꽃과 인생' 화양면 이천 농부의 정원 GROVE(그로브) 2024 전라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 최우수상 수상 화제

2024-07-23     심명남
▲ 2024 전라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농부의 정원 그로브 ⓒ사진 그로브 제공

전남 여수시 화양면 이천마을에 위치한 농부의 정원 GROVE(그로브)가 23일 2024 전라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에서 '최우수 정원'에 선정돼 화제다. 

전라남도는 매년 지역내 장인들이 가꾼 정원을 관광자원으로 키워 힐링공간이자 대표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예쁜정원 콘테스트를 열고있다. 

▲ 농부의 정원 그로브가 전라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호미 하나로 가꾼 3,000평 정원 그로브 홍정녀 대표의 수상 모습 ⓒ임호상 제공
▲ 전라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호미 하나로 가꾼 3,000평 정원 그로브 홍정녀씨와 수상자들 모습 ⓒ임호상 제공

6월 어느날 수국이 만발한 농부의 정원을 찾았다. 사계절 꽃피는 정원 Cafe GROVE 농부의 정원을 운영하는 홍정녀(68세)씨는 "요즘 입소문을 통해 하루 150여명씩 온다"며 "정원을 둘러보는데 30분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수국으로 유명한 보성 윤재림이나 고흥 쑥섬은 입장료가 있는 반면 이곳은 입장료 대신 차를 시키면 정원 입장이 가능하다. 

정원 가꾸기 나선지 22년, 
홍정녀가 말하는 '꽃과 인생' 

▲ 전라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농부의 정원 그로브를 운영하는 홍정녀씨가 케익을 자르고 있다 ⓒ심명남

홍대표는 교동오거리 명동프라자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다 22년전 이곳에 정착해 정원가꾸기가 시작됐다. 옷가게는 지금도 남편이 운영중이다.

처음에는 시내가 너무 싫어 10평짜리 건물하나 지으려고 이곳에 땅을 구입했는데 마침 2012 여수세계박람회 당시 방이 없어 난리일때 펜션을 지어 숙소로 내주면서 10년전 이곳에 정착했다.

이날 기자에게 마을 목사님 사모님이 보내준 카톡을 보여주며 좋아하는 그녀는 마치 나이를 잊은 십대 소녀처럼 들떠 있었다. 그렇게 마음을 안열던 마을 분들이 하나둘 인정해줘 기쁘단다.

이 아름다운 정원이 우리곁에 있어서 너무 좋아요. 자주 가서 보진 못해도요. 이곳에서 보여진 보랏빛 그로브 정원 최고예요~~♡

 

▲ 전라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농부의 정원 그로브에 펼쳐진 오션뷰 ⓒ심명남
▲ 전라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농부의 정원 그로브에 만개한 수국 ⓒ심명남
▲ 전라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농부의 정원 그로브 산책로 ⓒ심명남

그로브는 유기농인 로컬푸드가 발달된 미국의 시골마을을 의미한다. 영문학을 전공한 딸이 지어준 이름이다. 엄마가 농사짓는 것을 너무 좋아해 농부의 정원으로 작명했단다. 그가 가꾼 이곳 정원이 특별한 이유는 뭘까?

 

아름다운 정원에 나의 모든 슬픔이 담겨있어요. 정원규모가 3000평이예요. 호미로 가꾸는데 22년이 걸린 셈이죠. 예술의 마지막이 가드닝이라고 해요. 예술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예민해서 상처도 잘받아요. 남들에게 상처를 안주기 때문에 상처를 더 받는 거예요.

농부의 정원이 왜 전라남도 예쁜정원 최우수상 콘테스트에 뽑협다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특별하게 잘한건 없지만 남들이 옷입고 멋부리고 화장할 때 나는 모든 문화를 22년전에 멈춰버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쁜꽃을 사오면 새벽에 꽃심을 생각에 날밤을 설쳤던 기억이 떠오른다"며 "내가 이 동네를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마을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아 기쁘다. 여수에 대상을 받은 정원이 없지만 큰상을 받아 영광"이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동해가 고향인 홍씨는 아버지가 너는 여자지만 고향을 지켜야한다고 말씀하셨지만 나중에 철들고 가보니 고향이 너무 생소하게 느껴져 이젠 여수가 제2의 고향이 되었단다.

홍씨는 "처음 서울에서 여수에 올때는 두려운 마음으로 왔는데 여수가 꽃키우기가 너무 좋다"면서 "서울에 집이 있지만 여수가 너무 아름다워 떠날 수 없다. 여수를 내힘으로 예쁘게 했다는 것에 자족한다"라고 덧붙였다.

▲ 전라남도 예쁜 정원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농부의 정원 그로브에 산책을 위해 준비된 모자와 우산 ⓒ심명남
▲ 전라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농부의 정원 그로브에서 만난 장효진씨와 신은정씨가 정원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심명남

이날 정원에서 만난  장효진(43세)씨는 "인스타그램에서 이곳 수국이 예쁘다고 해서 찾아왔다"며 "이런 수국을 볼려면 고흥은 쑥섬과 보성 윤재림이 있지만 그곳에 안가도 될정도로 예쁜 꽃들이 너무 많다"라고 전했다. 

함께온 신은정(51세)씨는 "인스타 후기에는 입장료가 비싸다고 썼던데 차한잔 시키면 입장료없이 무료 관람이 가능해 가성비가 넘 좋다"며 "멀리 갈 필요없이 그로브에 오면 수국 정원이 엄청크다"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꽃에 물주다 죽는 것이 가장 행복한 죽음...
여수세계섬박람회 관광객 맞이에 재능기부하고 싶다

▲ 전라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농부의 정원 그로브를 만든 홍정녀씨의 모습 ⓒ심명남

22년 동안 호미로 꽃을 가꾸며 갱년기를 극복해 슬픔이 치유된 그로브. 그럼 꽃과 인생은 그녀에게 어떤 의미일까?

지금도 내 나이가 몇살인지 모르고 살아요.

꽃을 가꾸면서 나이를 잊었어요. 모든 문화가 22년전에 멈췄어요. 꽃을 가꾸면서 꽃들이 내게 주는 기쁨이 너무커서 내 새끼보다 더 소중해요^^

꽃들이 보고싶어 새벽 5시면 일어나요. 장미같은 신품종을 사오는 날이면  밤이되면 꽃을 빨리 심고싶어 내일이 오기를 기다리면 밤이 그렇게 길더라구요. 새벽에 예배 종소리가 나면 정원이 새벽이라 무섭지만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위로가 되어 손전등을 들고 장미를 심곤했어요. 너무 설레여서...

▲ 전라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농부의 정원 그로브에 만발한 꽃 ⓒ심명남

이곳은 봄부터 11월까지 쉬지 않고 꽃이 피고 진다. 정원에는 수국이 90%지만 다양한 품종이 존재한다. 3월부터 붉은매화, 튤립, 살구, 무화과, 수선화 등등 목련만 40가지의 품종이 있다. 또 장미가 5월에 피는 꽃이지만 다양한 품종이 있어 정원에는 11월까지 장미가 핀다. 신품종을 심은 탓이다. 

얼마전 정원 심사평가자가 앞으로 뭐할거냐고 묻길래  그는 이렇게 답했다. 

물주다 죽을거예요. 꽃에 물주다 죽는것이 가장 행복한 죽음 같아요. 사람일이라는게 모르지만 기어다닐 수 있는 힘만있으면 끝까지 가꿀거예요. 나를 살린 내 새끼들 같으니까요.

인터뷰 말미에 홍씨는 "순천에는 순천만 국가정원이 있지만 우리는 개인정원을 많이 가꾸도록 했으면 좋겠다"면서 "2년밖에 안남은 여수세계섬박람회에 찾아오는 분들이 아름다운 수국을 볼 수 있도록 제가 가진 정원 가꾸기 재능기부를 널리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