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야포·두룩여 미군폭격사건 제74주년을 맞이하여

상처를 치유하고 화합하여 더 나은 미래 만들어 갈 것

2024-08-01     백인숙 여수시의장
▲ 백인숙 여수시의장

오는 8월 2일은 74년 전 한국전쟁이 치열하던 시기 대한민국 남해안의 작은 섬과 그 주변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을 추모하는 날입니다.

여수 남면 이야포와 두룩여에서 발생한 미 공군 기총사격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 사건은 1950년 8월 3일과 9일에 벌어진 가슴 아픈 우리 지역의 역사입니다. 우리는 이 사건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이야포·두룩여 사건은 전쟁 중 발생한 우연한 사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 공군은 충분히 민간인으로 식별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무차별 총격을 가해 무고한 민간인들을 살육했습니다. 이로 인해 선박을 이용해 이동하던 250여 명의 무고한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고, 고기잡이를 하던 여수 지역민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사건 발생 이후 희생자의 가족과 지역 사회는 7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트라우마와 상처를 안고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0년 ‘제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화위)는 진상조사를 통해 이야포 및 두룩여 해상 미군폭격사건이 한국전쟁 중 발생한 무고한 민간인 희생 사건이므로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진화위의 결정 이후에도 희생자 유해 발굴, 피난선 인양 조사, 희생자 유가족 배·보상 등 공식적인 후속 조치를 지금까지 미루고 있습니다.

여수시의회는 그동안 비극적인 여수 지역의 과거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 회복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특별법 제정을 건의했고, 진상규명 촉구 건의안 발의했으며, 시정부가 피난 침몰선으로 추정되는 선박을 조사하도록 촉구하는 등 다양한 경로와 방법을 동원해 왔습니다.

지역 언론의 노력도 빛났습니다. 2023년 7월 여수MBC는 사건 당시 미 공군 자료를 미국 국립문서보관청에서 입수하여 보도함으로써 진실규명에 힘을 실었고, 2023년 11월에는 미국 공영방송인 자유아시아 방송에서 사건을 상세히 보도하여 개별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진실규명에 앞장서야 할 정부는 여전히 남면 이야포·두룩여 미군 폭격 사건을 한국전쟁 당시 발생한 민간인 희생 사건으로 분류하며 개별 특별법 제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 박금만 화백의 작품 ‘심장에 새긴 이야포’다. 이 그림은 피해자 유족의 증언을 기초로 했다. ⓒ조찬현 (자료사진)

이에,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극복하고 진실이 밝혀지는 날을 앞당기기 위해 여수시의회는 다음과 같은 계획을 실천하겠습니다. 과거사 정리위원회에 유해 발굴 보조사업 선정을 요청하겠습니다. 시정부에 희생자들의 유해 발굴 및 피난 침몰선 추정 선박 인양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의 철저한 이행을 촉구하겠습니다.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여수시의회는 대내외적으로 대한민국을 정의로운 나라로 알리는 동시에 평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를 만들겠습니다. 또한, 지역 사회가 상처를 치유하고 화합하여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그들의 명복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 제8대 후반기 여수시의회 의장 백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