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포.두룩여 미군폭격사건 74주년 추모식 열려
추진위, 평화공원 추모시 새 단장 심명남 추진위원장, "특별법 통과되기를 간곡히 당부"
여수시와 이야포.두룩여미군폭격사건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추진위원회가 주최하는 ‘남면 이야포.두룩여 미군폭격사건 제 74주년 민간인 희생자 추모제’가 열렸다.
2일 오전 10시반 이야포 몽돌해수욕장 내 평화공원에서 열린 추모제는 정기명, 심명남 공동추진위원장과 지역정치인, 공무원, 한영대학교 화공과 학생 등이 함께 했다. 올해 추모제를 앞두고 추진위는 추모시를 새롭게 단장하기도 했다.
추모제는 식전공연으로 막이 올랐다. 여수시립합창단 오현웅 테너와 김주희 소프라노는 듀엣공연으로 박효신의 ‘그날’과 셀린 디온의 ‘The Prayer' 두 곡을 불렀다. 참석자는 울려퍼지는 두 성악가의 목소리에 조용히 귀기울였다.
사회를 맡은 여수넷통 주미경 문화위원장의 개회선언으로 본행사가 시작됐다. 참석자는 다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국기에 대한 경례를 올리고 순국선열과 이야포 희생자를 향해 묵념했다.
여수시 과거사진상규명특위 박성미 부위원장의 경과보고가 이어졌다. 박성미 부위원장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지 68년만인 2018년 8월 14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민간인 희생자 추모제와 피난선수중탐사가 실시됐고 이듬해 정부에 진상규명촉구를 건의, 이야포에서 평화돌탑제막식이 열렸다.
2021년 6월에는 박성미 부위원장이 특별발의한 위령사업 지원 조례가 제정, 같은 해 8월 추모조형물 하늘꽃 제막식이 열렸다. 2022년 8월 3일 72주년 추모제는 처음으로 여수시가 주최하고 위령사업추진위가 주관하여 그 의미를 더했다. 지난해 3월에는 찾아가는 현장간담회를 개최해 사건을 재조명하고 2023년 제1회 추경예산에 침몰선 조사용역 예산을 편성했다. 2023년 8월 3일 추모제가 끝나고 9일 두룩여 희생자 제막식이 열렸다. 같은 해 9월 특위는 국회와 진실화해위원회를 방문해 진실규명을 촉구했고 11월 여수MBC를 통해 입수한 미공군 문서 자료분석과 전문가초청간담회를 열었다.
다음으로 이야포 참사가 담긴 기록영상이 상영됐다. 영상에서 생존자 이춘혁 어르신은 당시 상황을 소상히 알려주었다. 이춘혁 어르신은 “배에 총을 쏘기 시작하는데 어머니가 ‘너도 헤엄쳐 나가라’고 했다. 바다로 뛰어들어 안도로 왔다”고 증언했으며 여수MBC가 입수한 문서에 ‘12대의 전투기가 여수와 순천지역에 중고도 폭격을 가했다’는 기록이 담긴 사실을 알렸다.
이어 정기명 공동추진위원장이 인사말을 전했다. 정기명 추진위원장은 “수면 아래에 있던 어둡고 아픈 역사의 진실을 널리 알리는 것이 후손의 의무이자 희생자에 대한 예의이다. 여수시는 2022년부터 이 자리에서 추모제 개최를 시작했다. 앞으로도 유해발굴 등 필요한 절차를 원활히 추진해 외로운 길을 걸어오신 유가족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심명남 공동추진위원장은 “동맹국 미군이 민간인에 무자비판 폭격이 발생했음에도 강산이 일곱 번 변하도록 정부는 나몰라라 했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유가족들에게 깁이 사죄하고 결자해지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이제 대통령 직속기구인 진화위가 나서서 진실의 문을 열어주십시오. 지역 정치인과 양심 있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 국회에서 ‘이야포두룩여사건 특별법’이 통과되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백인숙 시의장은 추모사에서 “이야포 미군폭격사건은 씻을 수 없는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다.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을 규명하고 희생자 명예를 회복해야 합니다. 시의회도 정부의 명예회복활동과 미군 공식사과가 이뤄지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광일 전남도의회 부의장은 “앞으로 이곳을 희망의 이야포로 명명하고 우리 주민과 유가족을 위한 변화를 이끌어가야 한다. 내년부터는 유족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일이 실현되도록 전남도의회도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여수시과거사진상규명특위 이미경 위원장은 “오늘 추모제에 모인 사람들의 결의가 희생자의 억울함을 풀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집행부와 시의원이 많은 노력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주철현, 조계원 국회의원은 영상으로 마음을 보내왔다. 주철현 국회의원은 “지역민이 힘을 모은 결과 여순사건특별법이 제정되었듯이 미군폭격사건도 진실규명이 되도록 다같이 힘을 모아야 한다. 아픈 역사가 세상에 알려진 지 10년이 넘었다. 앞으로 이야포와 두룩여 역사가 바로설 때까지 함께 하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조계원 국회의원은 “미국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미군이 폭격한 이야포 화태마을이 인권과 평화, 반전의 섬으로 거듭나기를 바라겠다. 희생자 영령을 깊이 추모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무형유산 박정웅 명창과 여수시립국악단 지전무공연이 열렸다. 박정웅 명창은 아리랑을 부르며, 고향땅 가려다 포구에 머물게 된 억울한 영혼의 넋을 달랬다.
추모제는 참석자 헌화로 막을 내렸다. 한편 이번 추모제에는 초대 추진위원장인 엄길수 바로뉴스 대표도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