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옥신각신 "노후에 내 연금에만 빨대꽂지 말고...”
국민연금 고갈이 걱정되는 세대의 변
몇 년 전 남편이 내게 국민연금을 계속 내고 있는지 물었다. “다음에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서 요즘 안 넣고 있는데요”라고 내가 말했다.
남편은 퇴직을 몇 년 앞두고 노후 준비에 대한 강의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강의를 들어보니 “국민연금은 꼭 납부해야 된다”고 말했다. 내가 집안일하고 직장에 다니며 남편을 보좌했으니 남편 국민연금의 반은 내 몫이라는 생각이 든 나는 남편과 옥신각신하며 언쟁했다.
“그래서 말인데 노후에 내 연금에만 빨대꽂지 말고 국민연금은 계속 내라고!”
“그 연금을 30년 동안 같이 만들었으니 반은 내 몫이지 어떻게 당신 연금이야?”
“내 말은 노후에 편하게 살려면 당신 국민연금도 계속 내서 추가 연금을 만들자는 거지.”
“애들한테 들어가는 돈도 많고 엄마 아버지는 65세 전에 돌아가셔서 나는 딱히 국민연금의 소중함을 잘 못 느끼겠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얼마 전 국민연금에서 미납된 국민연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통장을 압류한다는 우편물이 왔다.
‘설마 그러겠어? 건강보험이야 강제보험이니 어쩔 수 없지만 국민연금은 본인의 노후를 위해 본인이 선택해서 내는 건데’ 이렇게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던 어느 날 통장 거래가 되지 않았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전화를 해보니 그동안 미납된 국민연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통장 압류가 풀리지 않는다고 했다. 화가 났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그래서 국민연금 계속 내라고 했잖아!” 하면서 화를 냈다.
“알았으니 화내지 말고 대책을 세워야 할 거 아니야!”
딸들의 비상금까지 끌어모아 1천만원 정도 만들었고 밀린 국민연금을 정리하고 통장 압류는 풀렸다. 지금은 매월 국민연금을 울며 겨자 먹기로 납부하고 있다. 친정 큰오빠도 65세 언저리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더더욱 국민연금을 내면서도 아까운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친구와 점심을 먹다가 국민연금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국민연금을 65세부터 받는데 우리가 받을 때 쯤이면 70세로 늘어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내 말이 그 말이다. 우리 친정쪽은 수명이 짧아서 나는 어떨지 모르겠다.”
“그러면 안 되겠지만 70세부터 연금을 받는다는 것은 몇 십년 연금만 내다 정작 몇 년 받지도 못하고 죽으라는 거 아니겠어?”
몇 달 전 장례식장에 갔었다. 4곳의 장례식이 있었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돌아가신 분 모두가 70세 이전이었다. 연금 개혁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곧 연금이 고갈된다며 난리들인데 내가 갔던 장례식장 고인들과 내 부모님 형제만 일찍 돌아가신건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자꾸만 ‘연금 고갈’이란 글자가 머릿속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