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농사 50년 박종수 이장, 수확의 기쁨도 잠시...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

여수 소라면 관기리 황금 들녘, 벼 수확 현장에 가다

2024-10-07     조찬현
▲알알이 잘 여문 벼 이삭을 한 다발 손에 쥔 박종수 이장 부부가 환하게 웃고 있다. ⓒ조찬현

여수 소라면 관기리 황금 들녘. 콤바인이 논을 쉼 없이 오가며 벼 수확을 하는 박종수(77) 관기3리 이장 부부의 논을 지난 6일 찾았다.

박종수 이장은 올해로 벼농사 50년째다. 평생 농사로 잔뼈가 굵은 그는 벼멸구 피해가 많은 전남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농사가 잘 됐다며 평년작을 웃돈다고 했다.

▲여수 관기리 황금 들녘에서 콤바인이 논을 오가며 벼 수확을 하고 있다. ⓒ조찬현

벼농사 규모는 5천여 평 남짓이다. 일 년 농사지어 수확한 물벼를 농협에 수매하면 5~600만 원의 수입이다.

“우리 관기리와 소라 대포 들녘은 다행스럽게도 별다른 벼멸구 피해가 없습니다.”

수확의 기쁨도 잠시, 벼 수확을 하는 그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농민 심정은 답답하죠. 왜냐면 정부에서 벼 과잉 생산이다며 식량을 사료로 처분한다고 그러니까 정말로 마음이 아프죠. 쌀가격이 좀 좋게 형성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요즘 정부와 농민들이 맨날 싸우고 있잖아요. 쌀 한 가마(80kg)에 17만 원대까지 내려갔다고 그러니, 이 가격대면 남는 게 뭐 있겠어요.“

▲콤바인으로 수확한 벼를 1톤 포대에 담고 있다. ⓒ조찬현

박 이장은 정부에 바라는 것은 쌀값 안정이라고 했다. 쌀 80kg 한 가마에 20만 원은 넘어야 한다며.

”쌀값이 안정돼야 하는데 매년 농부들은 정부와 쌀값 때문에 싸워요. 좀 가격이 형성돼야 농사짓는 맛도 있고 고생한 보람이 있는데. 쌀 80kg 한 가마에 20만 원은 넘어야 합니다.“

알알이 잘 여문 벼 이삭을 한 다발 손에 쥔 농부의 아내 천용덕(76)씨는 함박웃음이다.

”나락(벼)을 수확하니까 기분이 시원하니 좋아요. 하지만 기계로 농사지으니까 남는 게 없어요, 내 몸은 편한데 기계 품삯 주고 나면 내가 가져온 소득이 별로 없어요. 이게 지금 1200평(36만 원)인데 한 마지기 200평에 콤바인 삯이 6만 원이라고 보면 돼요.“

▲벼가 알알이 잘 영글었다. 전남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관기리 일대는 평년작을 웃돈다. ⓒ조찬현
▲여수 소라면 관기리 황금 들녘 풍경이다. ⓒ조찬현

한편, 전라남도는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지난 2일 폭염으로 인한 대규모 벼멸구 발생과 연이은 집중호우로 피해가 가중된 ‘벼멸구 피해의 재해 인정’과 ‘피해지역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전남도는 “도에서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벼멸구 긴급 방제비 63억 원을 투입하는 등 피해확산 최소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벼멸구 피해확산을 막을 수 없었다”라며 “올해 폭발적 벼멸구 발생 원인은 폭염과 이상고온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쌀값마저 폭락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1만 222원을 정점으로 11개월째 연속 하락해 올 9월 말 기준 17만 4천 592원으로 쌀값이 떨어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