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농사 50년 박종수 이장, 수확의 기쁨도 잠시...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
여수 소라면 관기리 황금 들녘, 벼 수확 현장에 가다
여수 소라면 관기리 황금 들녘. 콤바인이 논을 쉼 없이 오가며 벼 수확을 하는 박종수(77) 관기3리 이장 부부의 논을 지난 6일 찾았다.
박종수 이장은 올해로 벼농사 50년째다. 평생 농사로 잔뼈가 굵은 그는 벼멸구 피해가 많은 전남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농사가 잘 됐다며 평년작을 웃돈다고 했다.
벼농사 규모는 5천여 평 남짓이다. 일 년 농사지어 수확한 물벼를 농협에 수매하면 5~600만 원의 수입이다.
“우리 관기리와 소라 대포 들녘은 다행스럽게도 별다른 벼멸구 피해가 없습니다.”
수확의 기쁨도 잠시, 벼 수확을 하는 그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농민 심정은 답답하죠. 왜냐면 정부에서 벼 과잉 생산이다며 식량을 사료로 처분한다고 그러니까 정말로 마음이 아프죠. 쌀가격이 좀 좋게 형성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요즘 정부와 농민들이 맨날 싸우고 있잖아요. 쌀 한 가마(80kg)에 17만 원대까지 내려갔다고 그러니, 이 가격대면 남는 게 뭐 있겠어요.“
박 이장은 정부에 바라는 것은 쌀값 안정이라고 했다. 쌀 80kg 한 가마에 20만 원은 넘어야 한다며.
”쌀값이 안정돼야 하는데 매년 농부들은 정부와 쌀값 때문에 싸워요. 좀 가격이 형성돼야 농사짓는 맛도 있고 고생한 보람이 있는데. 쌀 80kg 한 가마에 20만 원은 넘어야 합니다.“
알알이 잘 여문 벼 이삭을 한 다발 손에 쥔 농부의 아내 천용덕(76)씨는 함박웃음이다.
”나락(벼)을 수확하니까 기분이 시원하니 좋아요. 하지만 기계로 농사지으니까 남는 게 없어요, 내 몸은 편한데 기계 품삯 주고 나면 내가 가져온 소득이 별로 없어요. 이게 지금 1200평(36만 원)인데 한 마지기 200평에 콤바인 삯이 6만 원이라고 보면 돼요.“
한편, 전라남도는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지난 2일 폭염으로 인한 대규모 벼멸구 발생과 연이은 집중호우로 피해가 가중된 ‘벼멸구 피해의 재해 인정’과 ‘피해지역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전남도는 “도에서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벼멸구 긴급 방제비 63억 원을 투입하는 등 피해확산 최소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벼멸구 피해확산을 막을 수 없었다”라며 “올해 폭발적 벼멸구 발생 원인은 폭염과 이상고온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쌀값마저 폭락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1만 222원을 정점으로 11개월째 연속 하락해 올 9월 말 기준 17만 4천 592원으로 쌀값이 떨어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