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칼럼] 인생의 본질과 비본질을 구분하는 저울

더 중요한것을 선택하는것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것 나에게 중요한것을 선택하고 책임지는것

2024-11-04     주경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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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본질과 비본질을 구분하는 것에 대해 누군가는 이것을 사회성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지능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눈치라고 말한다.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인간관계 및 역할수행에서 본질과 비본질을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다.

본질은 무엇이고 비본질은 무엇일까?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단어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잘 살아내는 삶을 위해 알아야 할 본질과 비본질을 이해하고, 구분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나눠보려고 한다.

군복무를 앞두고 있는 청년이 상담에 왔다. 멍한 눈동자, 지저분한 겉모습,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과 아무렇게나 입은 옷이 누구나 짐작할수 있는 몇가지는 무기력하다, 귀찮아한다. 지쳐있다는 느낌이다.

이런 느낌을 확인하기 위해 어떤 문제로 상담에 오게 되었는지를 물으니 역시나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다고 말했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묻자 항상 그랬다고 한다. 특정한 상황이나 대상 앞에서 더 그런 감정이 드는지 묻자. 모든 상황에서 그렇다 한다. 그럴 때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묻자. 죽고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했다.

▲ ⓒ출처: pixabay

우리는 역할과 삶에 있어서 해야 할 것, 하고싶은 것, 하고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해서 각각의 영역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을 해야한다. 하지만 이런것들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안다고 해도 항상 현재 해야만 하는 것을 강요받거나, 하고싶은 것을 무시당하게 되면 지치게 되고, 무기력을 경험하게 된다.

학교다닐 때 누구보다 모범생이고 우등생이었던 청년은 아무리 노력해도 성취감이나 효능감을 경험할 수 없었고, 어느 순간 자신이 이것을 좋아하는지, 왜 해야하는지에 대한 동기마저 상실해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부모님이나 주변에서 하고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해보라고 권유해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부모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역할만을 강요하다보니 자녀는 자신의 현실을 살아내지 못하게 된다. 현재의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또 무엇을 요청해야하는지도 모르게 된다. 삶의 주인이 자신이 아닌 부모였고, 항상 부모의 저울대 위에서 부모의 기준대로 측정되어지다보니 정작 자신을 찾아야할 때 찾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 군입대를 준비하고, 학기를 잘 마무리해야만 함에도 불구하고 새벽까지 게임을 하면서 끊임없이 현실을 도피하고 있다.

이런 자녀를 이젠 부모가 힘들어한다. 어른이 되었으면 제 할 일을 해야하는데, 왜 저렇게 아무것도 못하는 무지렁이가 됐는지 모르겠다고 탓한다. 어른의 기준이 단지 나이가 아님을 부모역시 모르는 것이다. 어른이 되고,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태어나는 순간부터 끊임없는 도전과 연습을 해야하고, 어른이 되는 것 역시 그런 과정임을 모르는 부모는 어른이 된다는 것을 완벽함으로 보여달라고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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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사회성, 완벽한 능력, 완벽한 외모, 완벽한 말투, 완벽한 예절, 완벽한 가치관을 보여달라고 말하는 부모앞에서 자녀는 여전히 무기력해지고, 삶의 본질을 찾지 못하게 된다.

현실적응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현재의 과업이 아닌 지난 과거를 뒤적이고 있거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서 걱정과 문제를 가불해 오곤 한다. 삶에서 중요한 본질이란 현실적응력과 관련이 높다. 환경의변화, 대상의 변화, 감정의 변화, 욕구의 변화, 역할의 변화를 바로바로 알아차리고,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와 정보를 모으고,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이 바로 본질인 것이다.

삶은 행복한 순간만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행복, 슬픔, 서운함, 억울함이 비빔밥처럼 비벼지지만 내가 어떤 것에 더 의미를 크게 둘 것인지를 선택하고, 그것을 더 자주, 더 오래 봐주다보면 여타 부정적인 감정들은 시야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본질이다.

내가 행복하고 싶다는 욕구를 내가 알아차리고, 일상의 소소한 만족과 즐거움을 찾으려는 도정과 내가 경험하는 행복에 돋보기를 들이대는 용기가 바로 본질인 것이다.

본질을 못 본다는 것은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가서 모나리자가 아닌 벽지를 더 오래 보고 오는 것과 같은 것이다.

▲ ⓒ출처: pixabay

그리고 본질을 찾기 위해 부모는 그리고 사회는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너는 어떤데?”
“너가 원하는거야?”
“너에게 중요한거야?”
“네가 그렇게 하기로 결정한거지?”

이런 질문이 아이에게 자기인생의 저울을 찾게하는 것, 인생저울의 ‘0’점을 맞추게 하는 것, 항상 자신의 삶을 위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게 하는 방법이다.

그러니 부모는 자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것이, 자신에게 중요한것인지, 아이에게 중요한 것인지를 먼저 고심해본 뒤에 아이에게 던져야 할 것이다.

“아빠는 이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니 생각은 어떠니?”

그리고 아이가 선택한 것이 질서에, 삶에 크게 위배되지 않는 한 “니 생각을 존중해!”라고 말해야 본질앞에서 망설이고, 주저하고, 회피하는 무기력한 어른으로성장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