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칼럼] '수능시험'은 '순응'일 뿐이다

수능이 끝나면 새로운 삶이 기다릴 것이다 수능은 인생의 중요한 시험...인생 전부가 아니다

2024-11-14     김광호
▲ 수능은 순응에게 종말을 고하는 날이다.

11월의 14일 아침, 수많은 학생은 마치 전투에 나서는 군인들처럼 떨리는 마음으로 수능 시험장에 들어설 것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배워온 지식을 단 하루에 평가받는 수능시험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온 사회가 관심을 갖는 중요한 날이다.

그러나 과연 수능시험(修能試驗)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히 학생들의 지식을 평가하는 시험에 그치지 않고 우리 교육과 사회가 나갈 방향을 보여주는 거울과 같은 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교육과 순응의 틀

수능을 준비하는 과정은 사실 일종의 순응(順應, 순수히 응하다)이다. 학생들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동안 매일 같은 시간에 등하교하고 정해진 과목을 똑같이 공부하며 획일적인 평가 기준에 따라 각자의 등급을 받는다. 그 동안의 배움의 과정은 창의력이나 개성보다는 정답을 맞히는 능력을, 호기심이나 질문보다는 정확한 공식과 원칙을 따르도록 강요했다.

즉 그 동안의 교육은 학생들이 자신의 개성을 갈고 닦도록 안내한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순응하도록 훈육했을 뿐이다.

그러나 문제는 삶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행복은 결코 성적이나 대학 순위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일찍이 사회를 경험한 어른들은 알고 있다.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과 인생을 주체적으로 사는 것은 다른 문제이며 진정한 가치는 자신만의 길을 찾는 과정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어른들은 이미 알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을 뿐이다.

▲ 나만의 색으로 삶을 채색하라.

개개인의 가치를 측정할 수 없는 평가 제도

현행 교육 제도는 여전히 10대 청소년 개개인의 가치를 온전히 평가하지 못한다. 한 사람의 창의성, 감수성,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단순한 시험 점수로는 평가할 수 없다. 수능 점수는 누군가의 학습 능력을 일부 판단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으로 전부를 평가할 수 없다.

단편적인 평가에 의해 결정된 대학 입학 여부가 곧 인생의 가치를 결정짓는 듯한 수능시험(修能試驗)은 많은 학생들에게 좌절과 허탈함을 안겨줄 것이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문제를 맞추는 수능이 아닌, 그 순응의 틀을 넘어서려는 도전정신이다. 그 도전 뒤에는 장엄한 삶이 숨어있다. 그 장엄한 삶을 헤쳐나가는 것이 진짜 수능이며 가치있는 시간일 것이다.

순응이 끝나는 순간을 맞이하며

오늘 수능이 끝나면 새로운 삶이 기다릴 것이다. 수능은 인생의 중요한 하나의 시험일 수 있겠지만 그것이 인생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진정 중요한 것은 이 시험을 통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학생들이 수능에서 '정답'을 맞히는 것만을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이 시스템에 마침표를 찍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

수능 이후에 맞이할 세상을 기대해도 좋다. 다만 지금까지 배웠던 허무맹랑한 공식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은 대학에 합격하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기준과 가치관을 앞세워 세상과 대화하고 토론해야 한다. 대학 입학이 목표가 아닌 시작이 되기를, 각 개개인 모두가 자신의 길을 찾아 당당하게 걸어 나가길 응원하고 싶다.

학생들이여! 오늘 순응(順應)에게 종말을 고(告)하라. 그리고 개성 만점인 삶을 맛보기 위해서 온몸을 던져라. 넘어지고 쓰러지며 일어나다 보면 어느 순간 진정한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수능시험'은 '순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