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자녀 결혼식에서 ‘혼주 부부 리마인드 웨딩’을?
결혼식 ... 저마다 개성 있는 축제! 달라진 결혼문화 양가 부모도 리마인드 웨딩
지난 주말 지인 차남 결혼식에 동생과 함께 참석했다.
호텔에 도착해 보니 혼주가 보이지 않았다. 식장 안에서 혼주가 리허설 하고 있었다. 최근에 자녀 결혼식에서 ‘혼주 부부 리마인드 웨딩’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관례적으로 결혼식은 신랑 신부 양가 어머님이 동시에 입장해서 화촉을 밝히면서 시작한다. 화촉점화(華燭點火)는 ‘불로 어둠을 밝혀 행복을 부른다’ 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회자는 멘트로 장내를 정리했다.
“그동안 신랑 신부를 훌륭하게 키워주신 양가 부모님 리마인드 웨딩을 먼저 하고, 신랑 신부 결혼식을 진행하겠습니다. 하객 여러분께서는 큰 박수로 축하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객들의 축하 박수를 받으며 신랑 부모가 입장하면서 결혼식은 시작 했다. 신부 부모가 입장하고 단상에 선 양가 부모가 하객에게 감사 인사한 후 기념사진을 찍었다. 양가 어머님이 화촉을 밝혔다. 이어서 신랑이 입장했다. 관례적으로 다음 순서는 신부 아버지 손을 잡고 신부가 입장한다.
이 결혼식에서는 신부가 부케 없이 빈손으로 혼자 입장했다. 하객들은 “왜? 부케가 없지?” 하며 의아해 했다. 단상 앞에 나가 기다리던 신랑이 꽃다발을 들고 와서 무릎 끓고 신부에게 받쳤다. 사회자가 “신랑은 신부에게 꽃다발을 바치며 청혼하고 있습니다.” 하객들은 환호와 박수로 축하했다.
신랑 신부가 함께 성혼선언문을 낭독하고, 주례 대신 신랑 아버지가 덕담했다.
“귀한 따님을 가족으로 허락해 준 사돈 내외분에 대한 감사와 며느리에 대한 한결 같은 사랑을 약속했다. 또한 하객 분들께 깊은 감사인사를 전하는 내용이었다.”
덕담 중 “저희 부부는 담담하게 아들들 가족으로부터 멀어 지겠습니다.” 하고 말하자 하객들이 “센스 있다” 며 소리 내서 웃었다. 시아버지는 ‘요즘 실태를 정확히 반영하여 아들 부부에게 지혜롭게 대처 하겠다’는 의미로 말하고 있었다. 세상의 변화를 실감하는 장면이었다.
사회자는 “신부의 영원한 음악교사 신랑의 축가가 있겠습니다.” 하고 소개했다. 신랑은 축가로 드라마 ‘선재업고 튀어 OST 소나기’를 멋지게 불렀다.
신랑 신부가 양가 부모에게 감사의 큰절을 올린 후에 양가 부모가 신랑 신부를 가볍게 포옹했다. 이어서 사회자는 “네 분이 각자 한손씩 내밀어 행복하게 잘 살겠다는 뜻으로 파이팅을 외쳐 주십시오.” 라는 멘트에 맞춰 “파이팅”을 외쳤다.
신랑·신부는 퇴장 행진 중에 귀엽게 퍼포먼스를 했다. 신랑 신부 친구들이 꽃잎을 뿌려 플라워샤워 해주며 ‘키스해’를 외치고, 신랑·신부 키스로 본식은 끝났다. 폐백은 생략했다.
요즘에는 대부분 주례 없는 결혼식이다. 과거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합리적으로 변하고 있다. 2~3십년 전만 해도 주례 없는 결혼식은 거의 없었다. 그 때는 인품이 훌륭한 분 중에서 신랑 신부의 스승이나 직장 상사 또는 양가 혼주의 지인 을 주례선생님으로 모셨다. 주례선생님을 선정하지 못할 경우 예식장에서 수당을 주고 알선 해준 분으로 정하기도 했다.
신부 입장 방식도 다양하다. 이 번 결혼식처럼 신부 혼자 입장해서 신랑이 꽃다발을 전달하는 사례도 있고, 신랑 신부 동시 입장하는 사례도 있다. 아직은 전통 예법에 따라 신부가 아버지 손을 잡고 입장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우리 전통의식 속에는 ‘딸은 부모 품을 떠나 신랑 품으로 보내진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신부를 신랑 손에 넘겨주는 이벤트는 왠지 ‘신부가 아버지 소유에서 신랑의 소유로 바뀐다’는 의미를 주는 것 같아 불편하기도 하다.
결혼식에서 축의금은 필수다. 혼주는 하객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대접한다. 시간이 없어 식사를 못 하는 하객에게는 선물을 드리기도 한다.
여수는 결혼식 답례문화가 다르다. 여수에서는 광주, 목포, 서울 등 다른 지역과 달리 ‘선물 대신 현금봉투’를 준다. 처음에는 많이 낯설었지만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맘에 안든 선물보다는 오히려 실용적이다. 사람들은 결혼식에 참석 못하면 축의금을 계좌입금 한다. 젊은 층에서는 커피 쿠폰을 보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결혼식 문화는 과거 획일적인 모습에서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내 젊은 기쁜 날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 폐백이다. 행복한 결혼식 날 신부를 지치게 만드는 폐백을 생략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부모님 덕담으로 주례사를 대신하는 것도 자연스럽고 합리적이다.
아름다운 한 쌍의 원앙을 탄생시키는 결혼식은 신랑 신부 스타일에 따라 개성 넘치는 축제의 장으로 진화 발전하고 있다. 멋진 축제로 즐거움을 준 재영군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