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칼럼] 대한민국이여! 훈수는 이젠 그만

대한민국이여! 다시 시작할 용기를 허락하라 그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미래다

2024-12-24     김광호
김광호 (여양고 교사)

"어떻게 하려고 그래?"
"너는 그거는 안 해?"

이런 질문들은 한국 사회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누군가의 선택을 평가하고 조언하려 드는 모습은 일상화되었다. 이런 말에는 때로는 진심 어린 걱정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필요한 압력과 사회적 기준에 맞추려는 요구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압력과 삶의 무게

대한민국은 빠르게 발전한 만큼 경쟁이 치열한 사회다. 학업, 취업, 결혼, 육아 등 모든 단계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다음 단계'로 밀려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이룬 성과보다는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질문을 더 많이 받는다.

"대학은 어디 나왔어?", "취업은 언제 할 거야?", "결혼은 안 해?" 이 질문들은 듣는 이에게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느낌을 심어준다. 하지만 삶은 이렇게 일련의 '미션'을 해결하는 게임이 아니다. 삶은 책상 위에서 공부하고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회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은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에게 너그러움을 가져야 한다. 모든 걸 다 갖추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주고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좋은 대학에 입학하지 못했다고 해서, 고소득 직업을 갖지 못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생활하면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이러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성과와 비교가 기준이 되는 문화 속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검열하고 남을 평가한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

실패는 곧 새로운 시작의 기회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사회가 이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번 실패하면 '낙오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사회에서 누가 기꺼이 다시 시작하려 할까? 우리는 이제 실패를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으로 인식해야 한다.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앉은 사람, 입시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학생, 결혼에 실패한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비난이 아닌 공감과 지지다. "괜찮아, 다시 하면 돼." 이 한마디가 때로는 삶을 바꾼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건넬 수 있어야 한다.

변화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정책이 아니다. 일상에서의 작은 변화가 중요하다. “누군가의 선택을 쉽게 평가하지 않기, 성과보다는 과정에 대해 칭찬하기, 실패에 대해 조언보다 위로와 공감을 먼저 건네기” 등등 이런 실천이 쌓이면 사회의 분위기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함께 만들어가는 너그러움의 문화

우리는 누구나 완벽하지 않다. 그러므로 서로에게 관대하고, 삶의 다양한 모습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간섭하고 훈수 두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답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답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용기를 주는 일이다.

대한민국이여! 다시 시작할 용기를 허락하라. 그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