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을사년 푸른 뱀의 해, 여수지역 뱀과 관련된 전설

2025년, 새롭게 시작되는 한해를 소망하며 조선을 구했던 성웅 이순신..1545년 뱀띠해에 태어나

2025-01-03     박종길
뱀과 개구리의 형상을 빼닮은 모사금해수욕장이 있는 오천동 마을 모습 ⓒ심명남

2025년 을사년 (乙巳年), 올해는 60년마다 돌아오는 푸른 뱀의 해다. 뱀은 지혜와 풍요를 상징한다. 여수넷통뉴스 독자 여러분 모두가 푸른 뱀의 기운을 받아 지혜롭고 풍요로운 한 해가 되기를 빌어본다.                                        - 편집자 주

청룡의 힘찬 기운으로 시작했던 용의 해 갑진년을 보내고 푸른 뱀의 해 을사년(乙巳年)을 맞는다.

매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뒤돌아보면 보내는 해마다 많은 일을 겪었다고 여겨서 다사다난이라는 사자성어를 되뇌면서 보냈다. 하지만, 지난 한 해 우리나라 국민이 겪었던 정치적 시련은 사회 전 부분에 결쳐 수많은 영향을 끼친 전례가 없는 고통의 시간으로 지금도 진행 중이다.

뱀의 해, 지혜롭고 총명한 뱀의 특징을 닮아

새해 을사년은 뱀띠의 해이다.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인간의 삶 속에 친숙했던 12가지의 동물들을 매년 한 해마다 띠로 정했다. 12지신으로 부르는 신격화된 동물들의 특징에 따라 그해의 운을 미리 점치기도 하였는데 뱀의 해는 지혜롭고 총명한 뱀의 특징을 닮았다고 믿었다.

60간지 중 42번째에 해당하는 푸른 뱀의 해 을사년은 오행으로는 나무를 의미하는 목의 해에 해당하기도 하여 새움이 싹트는 것과 같이 새롭게 태어나는 한 해의 소망을 담고 있다. 뱀은 우리나라의 전통의 삶 속에서 항상 집안의 대소사에 관여하던 수호신인 업신의 형상으로 여겼던 동물이다. 전통의 문양인 단청의 고운 색도 화사(花蛇)의 무늬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치유의 신으로도 여겨 태양의 신 아폴론과 인간인 코로니스 사이에 태어났던 아스클레피오스는 의학과 치유의 신으로 숭배를 받았고 뱀이 감긴 지팡이는 그의 대표적인 상징이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고대 그리스의 에피다우로스 등 곳곳에 세워졌던 아스클레피오스 신전은 종교적 숭배의 장소를 벗어나 병을 치료하는 치유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전 국민의 상처를 입은 국민적 트라우마와 상흔을 뱀띠 해인 을사년에는 말끔히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사두개, 율촌 청산리 외청 마을 뒷산 고개
고개의 모양이 뱀의 머리 모양을 닮아 ‘뱀머리’

여수지역에 뱀과 관련된 전설을 살펴보면 앵무산 산줄기마다 이름 붙여졌던 사두개란 지명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진다. 사두개는 율촌 청산리에 있는 외청 마을 뒷산 고개의 이름이다. 고개의 모양이 뱀의 머리 모양을 닮아 뱀머리라고 부르던 곳을 한자로는 사두(蛇頭) 개라고 전해진다.

청산리는 조선 시대 마을을 감싸는 산세가 관복의 푸른 띠를 두른 섬과 같아서 청대도촌(靑帶島村)이라 하고 육지 속에 섬마을과 같이 섬 도(島) 자를 사용했던 마을이다.

갬실, 소라면 봉두리에 속한 의곡마을 물망골
못된 마음 먹은 사람이 찾아가면 뱀이 나타나 물리쳐

다음으로 소라면 봉두리에 속한 의곡마을 물망골에 전해지는 전설이다. 의곡마을은 우리말로 ‘갬실’이라 부르던 마을로 ‘갬실’을 ‘개미실’로 여겨 한자로는 ‘개미골’ 이란 뜻으로 ‘의곡(蟻谷)마을’ 로 불렀다. 이 마을에 있는 ‘물망골’은 옛날 우리 지역 선조들이 추운 겨울이 지나면 몸을 깨끗이 하려고 폭포를 찾아가 물을 맞는 장소에서 유래한 물맞이를 하던 장소이다.

이 물망골은 신비스럽고 영험하여 이 물을 맞으면 피부병도 치료가 되고 아픈 환자에게는 치유의 효과도 있다고 알려진 곳이었다. 영험스러운 일은 물망골의 물은 조금씩 흐르다가도 물망골 폭포를 찾아가 ‘물망골 신령님 물맞으로 왔으니 물을 많이 주세요.’라고 기도하면 수량이 더 많아지기도 했다 한다.

이뿐만 아니라 못된 마음을 먹은 사람이 찾아가면 뱀이 나타나 물리친다고 소문이 났다고 한다. 한 번은 남의 물건을 훔친 도둑이 물망골을 찾아 물을 맞다가 뱀에 물려 죽었다고 하여 신령스러운 물망골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게 됐다고 한다.

평사리 용구래미, 용이 되어 승천하려던 이무기 떨어져
용구래미는 용과 구렁이의 합해져서 된 이름

오래된 뱀은 지혜로워서 백 년 묵은 뱀과 구렁이는 변신도 가능했다고 믿었으며 이렇게 오래된 뱀을 ‘이무기’라고 했다. 이무기가 변신하면 용이 된다고 믿었는데 돌산 평사리의 용구래미는 하늘로 용이 되어 승천하려던 이무기가 승천하는데 이를 바라보았던 마을 주민이 놀라서 소리치자 하늘로 오르던 이무기가 이에 놀라서 떨어졌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곳으로 용구래미는 용과 구렁이의 합해져서 된 이름이다.

커다란 뱀으로 알려진 구렁이는 속담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한다’는 말이 속담으로 알려진다. 여수지역의 뱀과 관련된 전설도 새로움과 변신을 꾀하는 소망이 담겨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이야기 들이다.

뱀의 해에 태어난 인물은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통찰력이 있으며 보통사람의 수준보다 지적 수준이 뛰어나다고 믿었다.

역사 속 인물 중에는 많은 인물이 뱀띠해에 태어났다. 난세를 만나 조선을 구했던 성웅 이순신은 1545년 뱀띠해에 태어났고 대문호 셰익스피어와 괴테, 세기의 천재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다윈, 예술가로는 피카소와 미로, 마티스, 브람스와 슈베르트 정치가로는 간디와 링컨, 케네디, 마오쩌둥 등이 알려진다.

껍질을 벗고 새롭게 변신하는 뱀과 같이 을사년의 새 기운으로 온 나라의 나쁜 기운을 모두 벗어던지고 새롭게 한 해가 시작되기를 소망해 본다.

박종길 여수지역사회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