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칼럼] 당신의 이름을 아시나요?

내 이름은 내가 살아온 모든 순간의 총합입니다

2025-01-04     김광호
김광호 교사

사람들은 흔히 ‘이름’이라고 하면 단순히 호칭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실은 이름이야말로 우리의 정체성과 삶의 궤적이 오롯이 담긴 상징일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름’은 주민등록증에 적힌 한두 글자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까지 걸어온 모든 순간과 사람들이 함께 빚어낸, 더 깊고 넓은 의미의 ‘나 자신’을 가리킵니다.

빅데이터 전문가이자 작가 송길영은 호명사회라는 책에서 나의 이름을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걸어온 길이 ‘나’입니다. 내가 교류해 온 사람들의 교집합이 ‘나’입니다. 내가 좋아해서 시간과 열정을 쏟았던 일들이 ‘나’입니다.”

이 문장들은 ‘나’를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를 보여줍니다. 먼저 걸어온 길입니다. 실패와 성공, 기쁨과 슬픔, 수많은 선택과 결단이 쌓여 만들어진 발자취는 온전히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이 자리에 서게 되었는지를 말해줍니다.

다음으로 사람들의 교집합입니다. 우리는 혼자서는 결코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만났던 이들의 가치관, 말투, 행동이 조금씩 스며들어 ‘나’를 더 풍부하고 깊이 있게 빚어냈습니다.

끝으로 좋아서 몰입했던 일들입니다. 시간과 열정을 쏟은 취미, 공부, 일, 예술 등은 ‘나’를 살아 있게 하고,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무엇에 열정을 쏟았는지에 따라 ‘나’의 색깔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내 이름은 내가 살아온 모든 순간의 총합’이라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그리고 그 총합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확장됩니다. 오늘 만난 사람, 새롭게 빠져든 취미, 새로 생긴 관심사는 계속해서 ‘이름’의 의미를 더해갑니다.

그러니 누군가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어온다면, 단순히 “홍길동입니다” “김태산입니다”라고 대답하기보다, “나는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는, 나 자신입니다”라고 답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내 이름을 결정짓는 것은 종이 위의 글자가 아니라, 내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갈 길,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나게 될 모든 것들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