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이웃이란..."사람 마음은 다 같지 않다"

고급 골프채 살 돈은 있으면서도...

2025-02-10     김경희
▲ 매년 설 명절을 앞두고 독거 어르신 등 나눔 보따리 행사를 하고 있다. ⓒ 김경희

설 명절을 앞두고 독거 노인 등의 불우 이웃들에게 나눔 보따리 선물을 나눠주다가 불우이웃에 대한 정의는 무엇일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직장 동료의 부인이 혈액 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다. 동료는 외 벌이로 형편이 어려워 대리 운전까지 병행하고 있다. 평소 그는 컴퓨터를 잘 다뤄 동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비용을 들여야 하는 프로그램 설치도 척척 해결해준다. 법적 지식이 많아 여러 사람들의 상담 요청에도 기꺼이 응해왔다. 한마디로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고마운 마음에 가끔 점심을 함께할 때는 내가 밥값을 내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동료 부인의 치료비가 엄청나게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인에게 물어 그의 통장 계좌번호를 알아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성의를 표했다. 그리고 힘내라는 문자를 보냈더니 잠시 후 그의 전화가 걸려왔다.

"어떻게 알았어요?"
"시간 지나면 알게 되죠."
"고생이 많으시네요."


그렇게 한두 명씩 그의 사정을 알게 되었지만 다들 안타까워하기만 할 뿐 정작 도와주자는 말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상조 회장에게 안건으로 내보자고 했지만 시큰둥한 반응 뿐이었다.

평소 오지랖 넓은 나로서는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각 팀 별로 직접 접촉을 했고 상조 회장이 먼저 운을 떼면 다들 조금씩 이라도 힘을 보태기로 약속 받았다. 그런데도 아무 말이 없었다. 나중에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한 동료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다.

"본인 남편도 암 진단을 받았을 때 그냥 넘어갔고, 또 다른 동료의 딸도 갑상선 암이었는데 그때는 모금을 안 했다"

하지만 그때도 나는 두 사람 모두에게 조용히 도움을 준 적이 있었다. 알고 보니 그 동료의 남편은 건강 검진 중 조기에 발견되어 다행히 큰 치료 없이 완치되었고 진단금을 많이 받았다며 자랑을 늘어지게 했다.

그뿐만 아니라 딸이 갑상선 암이었던 동료도 로봇 수술로 수술이 잘 되어 경과가 좋다고 했다. 오히려 "서울 병원에 갈 때마다 쇼핑과 나들이도 했다"며 걱정 말라는 반응이었다.

그 두 사람이 점심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며 남편이 암이었다는 동료가 본인이 모금하는 거 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한다.

"나는 그 동료를 좋아하지만, 사람 마음은 다 같지 않다"

이를 들은 다른 동료가 말했다.

"너랑 나는 먹고 살만하고 암이라고 해도 심각한 상황도 아니었잖아. 그런데 왜 그랬어? 한 사람이 많이 못 도와줘도, 여럿이 조금씩 힘을 모아 작은 도움이라도 주자는 거지. 혈액 암이 얼마나 돈이 많이 들어가는지 알 거 아니야. ㅇㅇ씨가 본인 일도 아닌데 어렵게 말을 꺼냈을 건데 좀 너무한 거 아니야?"

이렇게 이야기한 후 대화가 마무리되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사정이 딱한 동료에게 조그만 성의 표시라도 하자는 건데 이렇게 매정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니 속이 상했다.

본인은 동참 안 하고 가만 있어도 될 것을 꼭 그렇게 고춧가루를 뿌려야만 했을까. 그는 부모님 상, 자녀 결혼 등 여러 번 혜택도 봤다. 처음 의견을 모을 때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불우 이웃 돕기를 하는데, 이렇게 가까운 동료를 외면하면 되겠냐" 이렇게 겨우 공감을 얻어냈는데, 결국 이런 식으로 흐지부지되어 버린 것이 화가 났다.

내 말을 듣고 있던 또 다른 동료는 본인이 불우 이웃 이라며 비꼬듯 말했다. 그 불우 이웃 이라는 사람은 매주 필드를 나간다. 고급 골프채를 사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씁쓸함만 더해졌다.

▲설을 앞두고 어려운 이웃에게 나눔 보따리 전달 ⓒ 김경희

나는 매년 설을 앞두고 아름다운 가게 주관으로 하는 배달 봉사에 참여한다. 여러 기관과 개인 후원을 받아 취약 계층에게 생필품 꾸러미를 배달하는 봉사이다. 배달을 가보면 대부분 차를 세워두고 가파른 언덕을 한참 올라가야 하는 곳이 많다. 좁은 농사 길이나 골목길을 따라 차를 멈추고, 무거운 물건을 들고 가야 할 때도 있다. 집에 도착해보면, 정말로 어려운 형편이 한눈에 보인다.

올해 배달 봉사 갔을 때는 가슴 아픈 소식을 들었다. 대상자가 며칠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마음이 무거웠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골프치는 사람이 불우 이웃이면, 이런 사람들은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