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칼럼] 12.3 계엄을 포맷할 수 있을까?

2025-03-05     김광호
필자 김광호

역사는 12월 3일을 정확하게 기록할 것이다. 계엄령이 선포되었던 그날, 나라 전체가 숨죽였고, 국운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웠다.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는 군인들의 발걸음으로 채워졌고, 세상은 침묵을 강요당했다. 국회의원과 시민들은 목숨을 걸고 국회로 향했으며 거대한 억압의 기류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내란 세력은 계엄을 통해 민주주의를 말살하려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스스로를 지켜냈다. 그날, 자유를 잃을 위기 앞에서 국민은 선택했다. 침묵이 아니라 외침을, 순응이 아니라 저항을 그리고 결국 역사의 물줄기는 국민의 손에 의해 다시금 바로잡혔다.

시간이 흘렀다. 그들이 주장했던 '2시간짜리 계엄'은 사라졌지만, 그날 계엄을 선포했던 자들은 역사의 심판대에 올랐다. 법과 제도를 통해 정의는 집행될 것이고, 그날의 부당함은 공식적으로 단죄될 것이다. 그러나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우리는 12.3 계엄을 포맷할 수 있을까?

계엄의 책임자들을 처벌한다고 해서, 그날의 공포를 완전히 지울 수 있을까? 법과 제도 속에서 해결된다고 해서, 우리 사회 곳곳에 남겨진 보이지 않는 계엄까지 사라진 것일까?

물리적인 계엄령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계엄 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질문하는 것을 주저하고 침묵하는 것이 미덕이 된 사회, 권력에 의문을 던지는 일이 ‘위험한 행동’이 되어버린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정말 자유로운가?

김광호 교사는 여수여양고에서 국어과목을 가르쳐 오고 있다.

계엄은 단지 군부가 내리는 명령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침묵을 강요하는 모든 구조를 의미한다. 자유롭게 말할 수 없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것이 위태로운 사회라면, 그곳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계엄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날의 충격과 공포는 단순히 법과 제도의 영역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마음속에서,행동과 사고방식 속에서 완전히 지워질 때 비로소 끝이 난다. 우리는 진정 12.3 계엄을 포맷할 수 있을까?

포맷은 단순한 삭제가 아니다. 포맷은 새로운 시작이고 낡고 부패한 시스템을 지우는 것이며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기반을 다시 쌓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망각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억하고 성찰함으로써 더 강한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진정한 포맷이란, 다시는 계엄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누구도 침묵을 강요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자유가 당연한 것이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12.3 계엄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만약 그날의 흔적을 지우지 못한다면,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다. 우리는 그날을 기억하고 기록해서 미래 세대에게 진실을 말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12.3 계엄을 확실하게 포맷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자신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산 자가 산 자를 지켜낼 수 있는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