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특별기획] 여수 365개 섬, 최초 답사한 박근세 사진작가

45년째 오롯이 섬 여행... 그의 발걸음은 늘 섬으로 향한다 10여 년 만에 완성한 365개의 섬, 그의 여정은 현재 진행형

2025-03-04     조찬현
▲박근세 사진작가가 여수 돌산에서 섬(상증도)을 촬영하고 있다. ⓒ조찬현

여수 화태도 가는 길, 돌산도 시금치밭이 보이는 길가에 잠시 자동차를 멈추는가 싶더니 섬초를 캐는 아낙네가 있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화태도 묘두마을 갯가에서는 드론을 띄워 바다를 살핀다.

드론 화면을 세심히 살피던 작가는 “3~4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이 잘피밭이었어요”라고 말한다. 이내 흔적없이 사라진 잘피밭의 모습에 긴 한숨을 토해낸다. 이곳 “청정바다에서 잘피가 사라진 건 아마도 고수온 영향 때문이 아닐까?”라며.

사진과 인연을 맺은 지 45년, 여수 섬을 돌아보고 365개의 섬을 최초로 사진으로 기록한 섬 사진전문가인 박근세(70) 사진작가다.

▲잘피가 무성하게 자란 여수 화태도 잘피밭 (2021년 4월 11일 촬영) ⓒ박근세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지난달 27일이다.

- 섬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전투경찰로 군 복무를 했는데 신안 임자도에서부터 시작해 고흥 나로도와 여수 여자도에서 근무를 했어요. 그래서 섬과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되었지요.”

- 그렇다면 45년째 오롯이 섬만 다니셨나요.
“사진을 하다 보면 다른 데도 가지만 대부분 섬과 섬을 다녔어요. 그리고 그 기록을 네이버 ‘여수 섬사랑 블로그’에 기록으로 남겼지요.”

- 섬에 다니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실은 그게(비용) 제일 힘들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제 전문가가 되다 보니까 소개도 받고 오라는 경우도 있어요. 또 용돈 벌이로 섬 강의도 하고 그래요.”

- 섬에 다니면 배울 게 어떤 게 있어요?
“공부할 게 너무나 많아요. 역사, 인문, 지리 등 모든 인문학이 다 있어요. 여행지를 제대로 알려면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러잖아요.”

- 여수에 섬이 365개가 맞나요?
“317개였다가 48개가 추가됐어요. 국가에서는 10년에 한 번씩 무인 도서를 정리해요. 지금은 365개가 맞아요. 섬에 포함되려면 국토지리원에 등록이 돼야 해요. 그래야 외국 선박들이 와도 여기가 한국 섬이구나 할 거 아닙니까? 섬에 대한 정의가 다 달라요. 일반적으로 국제법상으로는 사면이 바닷물로 둘러싸여 있고 만조 시에도 자연스럽게 드러나 있는 육지를 섬이라고 해요.”

- 365개의 섬을 다 답사하는데 소요된 세월은?
“오래 걸렸죠? 처음에는 그 목적이 없어 놓으니까. 그냥 목적없이 자연스럽게 찍다 보니까 10년 이상 걸렸죠, 10여 년 만에 완성된 거예요. 그걸 다 완성해 놓고 우리나라에도 없고 세계에도 없는 사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섬을 다니면서 겪었던 에피소드 한마디 해 주세요.
“소거문도에 갔다가 그냥 나오려고 준비를 안 해 갔는데 민박집에서 밤새 모기와 싸우다가 잠 한숨 못 잤어요. 느닷없이 민박하게 돼갔고 밤새 모기한테 뜯겼던 일이 지금도 악몽처럼 떠올라요. 팔 한쪽에 70방을 모기에 물려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몰라요.”

▲여수 길손식당에서 만난 박근세 사진작가 ⓒ조찬현

- 섬이 있는 곳에는 항상 작가님이 있더군요.
“섬 문화 관련된 행사를 하거나 섬마을에서 부르면 달려가는 거죠.”

- 섬에 가면 주로 뭘 찍어요?
“처음에는 풍경만 찍었어요. 하늘에서 바다에서 그다음에는 섬 안에 들어가서 사진을 다 찍었어요. 이제는 식물도 찍고 쓰레기도 찍고 또 그 섬에 관한 어떤 역사 자료도 다 찾곤 해요. 그리고 섬에 가면 어르신들하고 인터뷰도 많이 해요.”

- 책을 출간한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맞아요. 이제껏 모은 자료를 토대로 섬 관련 책을 쓸 거예요. 준비는 다 됐는데 글이 잘 안 써져요, 자료는 다 있는데.”

박근세 작가의 발걸음은 오늘도 내일도 섬으로 향한다. 그의 섬 답사 여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3월 중순 여자도 답사일정이 잡혀있다며 함께 가자고 했다. 그와 함께 돌아볼 섬 여자도를 잠시 떠올리자 여자도를 오가는 여객선이 있는 섬달천 포구 풍경이 눈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