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칼럼] 뒤틀린 헌법, 꿈틀거리는 국민
헌법이 뒤틀리면 국민은 반드시 꿈틀거린다
2025-03-28 김광호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 한복판에서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억누르기 쉽지 않다. 좋게 보려 애써도, 믿어보려 해도,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사건들에 마음이 무너진다.
민생은 뒷전이고, 국정은 특정 집단의 이익에 휘둘리며, 공권력은 이미 사유화의 길을 걷고 있다. 잘못은 반복되고, 책임지는 사람은 없으며, 국민의 목소리는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
우리 속담에 이르기를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고 했다. 하물며 우리는 살아 있는 국민이다. 정치의 외면과 무시에 하루하루 지쳐가면서도, 그 깊은 분노는 어느새 마음속에서 꿈틀대기 시작했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단지 참고 있을 뿐이며, 말없이 외면하는 듯 보여도 모두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는 그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권력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책임의 자리다. 국민을 무시하고, 그들의 정서를 외면하며, 법과 원칙을 흔드는 행위에 이제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번져가고 있다.
그 가운데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헌법재판소의 우유부단한 태도다.
정치적 사안 앞에서 판단을 미루고, 국민의 기대에 침묵으로 답하는 모습은 정의와 공정의 최후 보루로서의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다. 정의는 제때 실현될 때 정의이며, 헌재가 머뭇거리는 그 시간 동안 국민의 분노는 조용히, 그러나 깊고 단단하게 타오르고 있다.
한비자는 이렇게 말했다. “법이 흔들리면 백성은 혼란에 빠지고, 권위가 무너지면 나라가 위태롭다(法不立則民亂, 威不行則國危).”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 법은 굳건한가. 권위는 바르게 서 있는가. 그리고 정치는 과연 국민을 향해 제대로 서 있는가.
국민의 꿈틀거림은 숭고한 경고다. 마지막으로 국민은 다시 묻는다. 과연 이 나라의 주인은 누구인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은 마침내 온몸으로 꿈틀거림에 성큼 다가섰다는 사실을 기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