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하화도...여인들 웃음소리 유채꽃 향기되어 퍼진다
노란 유채꽃과 빨간 피아노가 있는 섬, 하화도
전남 여수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 하화도. 꽃의 섬이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이름처럼 봄이면 형형색색의 꽃들로 물든다.
며칠 전, 지인들과 함께 하화도를 찾았다. 번개처럼 정해진 일정이었지만, 섬에 닿자마자 봄이 선물처럼 펼쳐졌다.
하화도로 가는 바다길은 백야도 선착장에서 시작된다. 오전 8시 30분 배를 타고 20분가량 이동하여 도착한 이 작은 섬은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여행지다.
사전 정보 없이 찾은 길이었지만, 섬 곳곳에 핀 유채꽃, 동백꽃, 현호색, 제비꽃 등이 봄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마을 입구의 담벼락에는 꽃 그림이 그려져 있어 하화도만의 정겨운 정취를 더했다.
섬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니, 30분쯤 지나 유채꽃이 끝없이 펼쳐진 넓은 들판이 나타났다. 생각지 못한 광경에 모두들 환호성을 질렀다.
그 곳에는 빨간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마치 연주자를 기다리는 듯한 피아노는 유채꽃밭과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함께한 이들은 피아노 앞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추억을 남겼고, 건반을 두드려 연주라도 할 것 같은 봄바람을 느끼며 사진을 찍었다.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며 휴식을 취한 후, 꽃섬 다리도 건너 다시 선착장으로 향했다. 마을 회관 부녀회에서 차려준 점심을 맛있게 먹고, 오후 1시 5분 돌아가는 백도행 배에 올라 다시 육지로 돌아왔다.
아침 일찍 떠났던 여행이었지만, 하루가 이틀처럼 길고 풍성하게 느껴졌다.
하화도 도꼬마리
- 김용자
유채꽃 화창한 하화도
동백꽃 붉고
제비꽃, 산자고
빼꼽히 피어나는 현호색
여인들 웃음소리
유채꽃 향기되어 퍼진다
빨강 피아노가 있는 유채꽃밭
바람이 건반 위를 스치니
나는 손끝을 올려놓고
연주하는 척 웃는다
파도는 쉼표를 새기고
햇살은 음표가 되어 떨어진다
바람이 몰고 온 선율 속에
유채꽃이 봄을 흔든다
누군가 이 피아노를 쳐준다면
유채꽃 사이로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바다는 그 리듬에 맞춰
숨고르기 하겠지
멀리 상하도 다녀온 배
백도로 가자 통통거리는데도
못 들은 척
못 들은 척
하화도에서 머뭇거리겠지
언제 달라붙었나
도꼬마리
떼어내려 해도
하화도 마음인 듯
잘 떨어지지 않아
집으로 데려갈련다.
필자의 졸시다.
마을 입구부터 꽃이었던 하화도에서의 반나절은 짧았지만, 마음속에는 오래도록 머물고 있었다.
현호색, 산자고, 제비꽃, 진달래, 동백꽃, 유채꽃 사이를 거닐던 시간, 피아노 건반 스치는 듯한 봄바람, 도꼬마리가 옷에 붙었던 순간까지.
4월엔 한 번쯤 이 섬을 찾아 꽃길을 걷고, 봄의 선율을 느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