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여수 천성산 꿀벌지기, 조요한 씨를 만나다
벌꿀보다 화분... 완전식품 ‘화분’ 채취하는 날 ”5월 아카시아꽃이 피면 경북 울진으로 떠나요“
해마다 되풀이되는 꿀벌의 집단폐사에 여수 130여 양봉 농가의 근심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조요한(66) 씨는 여수 만성리 천성산 자락에서 벌을 키우고 있다. 올해로 양봉업 27년째인 꿀벌지기다.
2022년, 230개 봉군 중 130개... 꿀벌 자취 감춰
몇 해 전 수많은 꿀벌이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에는 여왕벌 유충의 원인 모를 죽음도 경험했다. 올해도 꿀벌 폐사는 이어졌다.
이곳 농원 역시 2022년 230개의 봉군 중 130개 봉군의 꿀벌이 사라졌다. 꿀벌 실종은 비단 이 농가뿐만이 아니라 여수 130여 양봉 농가 대부분이 같은 해 사라진 꿀벌로 인해 한때 깊은 시름에 잠겼다.
환경전문가는 "기후 변화로 인한 꿀벌의 미 회귀와 산림청 항공 방제 피해"라고 지적했다.
여수 양봉 농가들은 "무분별한 농약 살포와 울창한 산림으로 인해 밀원수가 급격히 줄어든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축산업과 달리 정부의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성토했다.
21일 여수 만성리 천성산 양봉 농가를 다시 찾았다. 다음은 꿀벌지기 조요한씨와 일문일답이다.
"우리(양봉인)는 연초록이 다 꽃으로 보이거든요"
- 벌이 유난히 아우성이네요, 무슨 작업하시는 거예요?
"화분 채취요, 요 며칠 날씨가 안 좋았어요. 벌이 먹이를 채취할 욕구가 많은데 화분 채취를 한다고 벌통 앞을 일부 가로막아 벌집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좁아 그러는 거예요. 벌집으로 비집고 들어가 화분을 떨어뜨려야 하는데 막고 있어 신경질 나니까 우왕좌왕하는 것이지요."
- 화분은 봄철에만 채취하나요.
"봄철에 도토리나무에 꽃이 피었을 때 해요. 도토리나무에서 올라오는 연초록색이 대부분 꽃이에요. 일반인들은 그냥 새싹이 올라온다 생각하는데 우리(양봉인)는 연초록이 다 꽃으로 보이거든요. 벚꽃 지고 나서 한 일주일 지나면 도토리 꽃이 피기 시작해요.
도토리 화분은 4월 20일경에 시작해서 일주일 가까이, 그다음에 화분은 아카시아꽃 그리고 산에 다래꽃 필 때 채취하죠. 산다래는 강원도 높은 산에서만 주로 채취됐어요. 뒤이어 옥수수 화분 들어오고 환삼덩굴 같은 거 그다음에 가을 쑥에서도 들어와요. 맛은 다래 화분이 달짝지근하니 제일이죠."
- 벌이 꽃에서 어떻게 화분을 가져와요.
"벌이 자신의 타액과 꽃가루를 뭉쳐서 화분을 만들어 양다리에 하나씩 달고 와요. 벌통 입구에 설치한 채취기 구멍으로 몸을 비집고 들어가면서 화분 두 덩어리를 떨어뜨리는 겁니다. 화분이 벌 유충을 키우는 먹이에요."
- 벌통이 몇 개나 되나요?
"지금 한 200개 됩니다. 지난해 250개였는데 올해 30개 팔고, 나머지는 성장이 안 좋아 폐사했어요."
- 요즘 양봉업이 힘들다고 하던데 미래 예측은?
"2년 전에는 벌이 다 죽어 난리가 아니었잖아요. 그때 당시 여수에서 벌을 많이 키웠었는데 지금은 거의 절반 가까이 떨어졌어요. 벌 키우는 게 만만치 않거든요."
"꿀 한 병... 쌀 한 포대(20kg) 값도 안 되잖아요"
- 연 수입은 얼마 정도 되나요?
"날씨에 따라 다르고 여러 가지 변수가 많지만 200통을 키우면 한 4~5천만 원 이상은 됩니다. 꿀도 채취하고 분봉(40만 원)을 해서 파는 거죠. 그런데 요즘은 대부분 평균치도 못해요. 벌이 폐사하면 종봉을 구입해야 해요. 그러다 보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지요. 그냥 키우는 재미 때문에 벌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요.
대표 농산물이 쌀인데 30년 전에는 꿀 한 병이 쌀 반 가마(40kg) 정도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쌀 한 포대(20kg) 값도 안 되잖아요."
- 숙성 꿀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세요.
"숙성 꿀은 벌통에서 곧바로 채취하는 것이 아니고 두세 달 정도 모든 꽃의 개화 기간에 모은 거예요. 그러니까 아카시아부터 밤꿀까지. 꿀을 오랫동안 벌통 속에서 자연적으로 농축해서 채취한 건데 일반 꿀보다 대략 40배 이상 영양 가치 차이가 난다고 그러거든요. 꿀 가격은 한 병에 30만 원 이상해요. 부가가치는 높은데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아서 판로가 쉽지는 않죠."
- 이동 양봉은 언제 떠나요?
"5월 아카시아꽃이 피면 경북 울진과 영덕으로 떠나요. 그곳 꽃이 다른 지역에 비해서 빨리 피고 늦게까지 있어요. 한 보름 정도 유지되죠. 옛날(35년 전)에는 그곳 다음에 서울로, 서울 보고 연천까지 들어갔거든요. 동해안까지 돌고 오면은 딱 한 달 걸렸어요. 그런데 요즘은 딱 한 번밖에 못 움직여요."
화분(꽃가루), 프로폴리스에 버금가는 효능 함유한 완전식품
화분은 봄부터 가을까지 벌들의 활동이 왕성해지는 계절에 채취한다. 꿀벌이 야생에 핀 꽃을 오가며 꽃가루를 자신의 타액에 섞어 양쪽 다리에 붙여 나른다. 천연 영양덩어리인 화분은 어린 벌의 애벌레를 성장시키는데 필수적인 영양공급원이다.
갓 채취한 꿀벌 화분은 촉촉하고 향긋한 데다 약간 단맛이 느껴진다. 꽃의 종류에 따라 맛과 색상이 다르며 프로폴리스에 버금가는 효능을 함유한 완전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성분인 항산화물질과 비타민B, 리놀레산 등 필수아미노산이 다량 함유되어 피로회복은 물론 노화방지에 효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