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칼럼] 우리 사회는 왜 현재를 버리려 하는가?
과거와 미래만을 집착하는 이상한 사회를 아시나요?
장자는 "과거를 붙잡는 것은 그림자를 쫓는 것이고,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거울 속 환영을 붙잡으려는 것이다."라고 했다.
대한민국 사회는 과거와 미래라는 두 그림자에 사로잡혀 현재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아이들에게, 우리는 오지 않은 미래를 끊임없이 걱정하도록 강요하고, 이미 지나간 과거를 답습하도록 만든다. 결국 대한민국은 아이들에게 현재를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입시, 취업, 결혼, 노후. 이 나라는 살아 있는 생명을 앞에 두고도 늘 '다음'을 이야기한다. 초등학생에게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시키고, 고등학생에게 취업과 결혼을 걱정하게 만든다. 청년이 되어서는 취업과 동시에 노후 준비를 강요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개인은 끊임없이 현재를 유예하며 살아가야 한다. '지금'은 늘 미래를 위한 준비에 불과하다.
문제는, 그렇게 앞당긴 걱정이 실제로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기업 입사, 안정적 직장, 내 집 마련이라는 목표들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쉽게 무너진다. 어릴 적부터 준비해온 계획들은 시대의 급격한 변화 앞에서 무기력하게 휘청인다. 청소년 행복지수 세계 최하위, 청년 체감 불안지수 최고 수준이라는 통계는 이를 증명하고 있다.
걱정을 앞당기는 사회는 아이들의 숨을 조이고, 청년들의 꿈을 질식시킨다. 미래를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현재를 착취하고, 정작 다가올 미래조차 지켜내지 못한다. 결국 남는 것은, '과거에도 불행했고, 미래에도 불안한' 사회 구성원뿐이다.
우리 사회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우리는 이렇게까지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는가?' '현재를 소중히 살아내는 삶은 왜 이렇게 어려워졌는가?' 사회가 강요하는 불안의 사슬을 끊지 않는 한, 우리 모두는 영원히 준비만 하다가 생을 마감할 것이다.
장자는 삶을 "바람을 따라 흘러가는 것"에 비유했다. 억지로 거스를수록 고통은 커진다. 삶은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삶은 순간순간을 온전히 살아내야 하는 흐름이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지 못하는 이에게, 건강한 미래는 결코 오지 않는다.
대한민국 사회는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청년들에게,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현재를 살 권리'를 되돌려주어야 한다. 공부도, 일도, 사랑도,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오늘을 가꾸는 행위가 되어야 한다.
헤르만 헤세는 "오늘을 사랑하라. 어제를 후회하지 말고, 내일을 두려워하지 말라."라고 말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계획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자신감과 용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