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사람도 탐낸다는 여수 서시장 꿀빵... 맛이 어떻기에?
여수꿀빵 사랑빵집, 윤송자·손영수 부부를 만나다 백년 가게 이어갈 ”손녀가 지금 일 배우고 있어요“
자영업이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19 전염병은 자영업자의 몰락을 가속화 했다. 매년 약 100만 명이 개업해서 80만 명이 폐업한다는 대한민국이다. 2018년 기준, 대한민국의 전체 취업자 중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25.1%)은 OECD 평균(15.3%)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도 원인이다.
재래시장과 자영업자의 붕괴로 사회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자영업자를 만나봤다. ‘건물주가 아니면 자영업은 하지도 말라’는 현실 앞에서 그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 기자 말
여수 꿀빵 사랑빵집 안주인 윤송자(69) 씨를 지난 29일 만났다. 빵집 대표는 남편 손영수(72) 씨가 맡고 있다. 부부가 꿀빵 만들기 오직 한길만 걸어오며 한평생을 함께했다. 날마다 새벽 2시 15분이면 어김없이 문을 열고 오후 7시께 마감한다.
남편의 고향은 경북 상주, 아내는 여수 토박이다. 부부는 결혼해서 부산에서 살다 아내의 고향인 여수로 왔다. 친정 오빠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의지할 곳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안주인은 꿀빵 자랑을 간간이 하지만 남편은 별로 말이 없다. 그저 묵묵히 팬을 부지런히 돌려가며 꿀빵에 골고루 맛(조청과 견과류)을 입힌다.
다음은 여수 서시장 사랑빵집 안주인과 일문일답.
- 사랑 빵집, 가게 이름이 참 예쁘군요?
“한 40여 년에 전에 가게를 차린 후 교회에서 기도 하는데 그날따라 테이블 위에 사랑이라는 글자가 아주 선명하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사랑 빵집이라고 이름을 그리 지은 거예요.”
- 남편분과 인연이 특별하다면서요.
”제가 8살 무렵에 오빠가 부산서 빵집(태창제과)을 크게 하셨어요. 일하는 분들이 40명 정도 되었는데 그때 우리 애들 아빠(경북 상주)가 거기 공장장으로 있었어요. 아저씨(남편)는 18살부터 빵을 만든 거고 저는 8살부터 빵집에서 컸어요.“
- 꿀빵, 어떻게 만드나요?
”아저씨가 평생 새벽 2시 15분이면 가게에 도착해요. 반죽 쳐서 2시간 숙성해 6시 반부터 꿀빵을 만들어요. 기름에 튀기는 시간은 한 8시쯤 돼요. 튀긴 꿀빵은 에어컨을 켜 식혀 냉장고에 보관해요. 계피와 생강 두 가지 맛이 있어요. 꿀빵에 들어가는 팥도 저희가 직접 삶아 사용해요.”
- 지극정성이군요, 어떤 마음으로 만드세요?
”아이고, 나 솔직한 말로 우리 손자가 먹는다고 생각하면서 만들어요. 제가 손자 바보거든요.“
- 꿀빵뿐만 아니라 제품 종류가 참 많군요?
”우리 대표 메뉴는 꿀빵 그다음 두 번째는 찐빵입니다. 찐빵과 야채빵도 인기가 굉장히 좋은데 오후 2시 안에 끝나버려요. 3개 담아 3천 원인데 하나만 먹으면 배불러요. 빵 속 아주 깊은 데까지 속을 빵빵하게 넣어주거든요.“
- 통영사람도 이 집의 꿀빵을 탐낸다던데, 사실인가요.
“통영에서 꿀빵 만드는 분이 5년 전 우리 집에 오셔서 자기가 특허를 내서 다 준비할 거니까 같이 하자고 했어요. 그런 제안이 많이 들어오는데 이제 나이 들고 몸이 힘들어요.”
- 가격이 참 착해 보이네요.
“우리 집이니까 오신 손님들한테 가격도 안 올리고 (꿀빵) 7개에 5천 원 포장해서 줘요. 20년도 넘었어요, 20년째 가격 한 번도 안 올렸어요. 저거(꿀빵) 하나에 적게 받아도 천 원은 받아야 해요. 찹쌀 한 포대(20kg) 12만 원 넘는 건 알죠? 20kg에 6만 원 하던 게 지금은 12만 8천 원 합니다.”
- 단골손님이 많다고 하던데, 지금도 꾸준히 찾나요?
“대부분 단골손님이죠. 외국에 사신 분도 1년에 한 번 한국 오시면 아기들 데리고 우리 집으로 와요. 가격이 저렴하고 맛있다며 찾아오세요. 옛날에 먹었던 그런 향수 때문인가 봐요. 그리고 사람이 늙어지면 추억 먹고 산다는 말도 있잖아요.”
- 백년 가게로 이어 갈 건가요.
“그럼요, 손녀가 지금 일 배우고 있어요. 식품 관련 학과 대학까지 다 졸업했어요. 빵 쪽으로 재능도 있고 관심이 정말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