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칼럼] 국민은 잃어버린 '법의 순수성'을 찾고자 한다

어린왕자의 눈으로 본 사법부 카르텔

2025-05-11     김광호
여수여양고 김광호 교사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해.”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이 말은 오늘 대한민국 사법부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처럼 들린다.

어린왕자는 끝없이 계산하고 따지며 자기 세계에 갇힌 어른들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오늘 우리 사회의 사법부가 그 어른들보다 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은 슬프고도 두렵다. 그것은 탐욕주의와 보신주의, 그리고 그로 인해 얽히고설킨 ‘사법 카르텔’이라는 이름의 괴물이다.

최근 대법원의 초고속 판결, 내부에서 터져 나온 현직 판사들의 자성의 목소리, 그리고 그에 대한 국민적 실망은 단순히 한 사건, 한 판결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사법부라는 조직 전체가 오랫동안 쌓아온 관행, 이익, 안위를 최우선으로 한 관성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어린왕자가 이 모습을 본다면 뭐라고 했을까. “왜 당신들은 법을 사랑하지 않고, 자리와 명예만 붙잡고 있나요?”라고 묻지 않았을까.

탐욕주의는 사법부를 좀먹는다. 판결은 법리와 양심에 따라 내려져야 하지만, 종종 권력과 이익, 정치적 계산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개인의 욕망을 넘어 조직의 탐욕은 더욱 무섭다. 자신들의 권위를 지키려는 대법원, 내부 비판을 봉쇄하려는 법원 문화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하는 모습에 다름 아니다.

보신주의는 탐욕의 또 다른 얼굴이다. 잘못된 결정 앞에서도 침묵하고, 불의한 판결에도 저항하지 않는 것은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자기 보호의 전략이다. 권력 앞에서 침묵하는 판사들, 문제를 알아도 외면하는 법관들, 그들의 침묵은 법의 이름으로 포장되지만, 결국 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린다.

어린왕자는 자신이 살던 별의 장미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히 여겼다. 그가 대법원 앞에 섰다면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법은 당신들에게 주어진 장미예요. 그걸 소중히 가꾸지 않으면 결국 시들어버리고 말아요.” 법은 공동체의 마지막 울타리다. 그 울타리가 무너질 때, 사회 전체가 혼란 속으로 빠져든다.

지금 대한민국 사법부 앞에 놓인 질문은 명확하다. 당신들은 그 장미를 지킬 것인가, 아니면 탐욕과 보신의 늪에 빠져 법치를 송두리째 무너뜨릴 것인가. 어린왕자의 순수한 눈길은 이미 당신들을 향해 있다. 그리고 국민은 이제 침묵하지 않는다. 그 날, 국민은 사법부가 내린 답을 냉혹하게 심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