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칼럼] 다시 오월은 묻는다
지금은 침묵이 아니라 응답할 시간이다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렸다.”
소설가 한강이 남긴 이 말은 1980년 5월 광주를 설명하는 가장 절절한 문장이다. 그날, 총칼 앞에 쓰러진 이들의 피는 민주주의의 뿌리가 되었고, 살아남은 자들의 양심을 흔들었다.
그럼에도 그 진실을 짓밟은 이들은 신군부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자신들을 구국의 주체로 포장하고, 국민을 속이며 역사를 조작해왔다. 그 후예들은 오늘날까지 보수라는 외피를 쓰고 권력을 지켜왔다.
‘질서’와 ‘안보’라는 명분 아래 공포와 이간의 정치를 지속해왔고, 마침내 또 다른 내란의 늪에 스스로 빠져들고 말았다. 그러나 진실은 감출 수는 있어도 끝내 없앨 수는 없다. 정치 역시 우주의 원리인 작용과 반작용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금 우리는 그 반작용의 시간에 서 있다.
절대 진실과 정의는 죽어서는 안 된다. 오월은 과거의 비극이 아니라, 지금도 유효한 물음이며 살아 숨 쉬는 외침이다. 이제 우리는 그 외침 앞에 정치적 이해가 아니라 도덕적 책임으로 응답해야 한다.
다가오는 대선은 선택의 시간이 아니라 심판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오월의 진실을 외면하고 역사를 부정하는 세력에게 더는 권력을 맡길 수 없다. 민주주의를 피로 지킨 이들의 이름으로, 우리는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내란에 가담하거나 동조한 자들, 국민을 속이고 헌법을 유린한 자들에게 마땅한 책임을 묻고, 헌법 정신을 바로 세워야 한다.
오월은 다시 묻고 있다. 진실을 외칠 준비가 되었느냐고. 정의를 위해 일어설 용기를 가졌느냐고.
역사는 기억하는 자의 것이다. 망각은 침묵을 낳고, 침묵은 또 다른 폭력을 불러온다. 그러니 지금은 침묵이 아니라 응답의 시간이다.
죽은 자가 살려낸 이 민주주의, 이제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 오월이 다시 불러낸 외침 앞에서, 우리는 내란을 종식시키고 진정한 국민주권 시대를 완성해야 할 것이다.
다시 오월은 묻는다. 이젠 국민이 답을 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