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칼럼] 악어의 눈물은 선거 날까지만 유효하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 꽃을 망치는 건 바로 ‘위선의 물’이다
요즘 들어 유난히 자주 보게 되는 장면이 있다. 카메라 앞에서 울먹이며 말끝을 흐리는 사람들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닦는 정치인들 그 눈물은 마치 반성의 눈물 같지만정작 누구를 향한 것인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호하다. 그리고 대개 그 눈물의 유효기간은 너무나 분명하다. 바로 ‘선거 날까지’다.
‘악어의 눈물’이란 말은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먹이를 삼킨 뒤에도 울음을 흘린다는 전설 속 악어처럼 권력자들은 언제나 자신이 위태로워질 때에만 눈물을 보인다.
그 눈물은 연민과 공감의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실상은 냉혹한 계산 위에 놓여 있다. 오직 표를 얻기 위한 감정의 연출 이미지 메이킹의 전략에 불과한 것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러나 이 꽃을 망치는 건 바로 ‘위선의 물’이다. 선거를 앞두고 쏟아지는 눈물은 국민을 위하는 척하지만 정작 국민의 삶과는 동떨어져 있다.
서민들의 고통 앞에서 늘 침묵하던 이들이 자신의 정치 생명이 위태로워질 때에만 ‘사과’와 ‘눈물’을 꺼내 든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그 타이밍이다.
눈물이 진짜라면
당신의 입은 조용했어야 했다
당신의 손은 욕망을 움켜쥐지 않았어야 했다
그리고 당신의 법안은
다른 이의 눈물을 막는 것이어야 했다.
우리는 흔히 강자들의 눈물에 약하다. 오랜 고통의 끝에 보이는 약한 모습이라 생각하고 동정심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껏 반복된 한국 정치의 역사 속에서 그러한 눈물 뒤에 따라온 것은 국민의 희망이 아니라 실망이었다.
기억해야 한다. 눈물은 감정을 자극하지만 삶을 바꾸지는 않는다 바뀌는 건 언제나 ‘표심’이고 그 표심은 ‘선거 결과’로 돌아온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슬픈 풍경은 거짓 눈물을 진심이라 믿는 유권자와 그 믿음을 기회로 바꾸는 정치인 사이의 불편한 공모다. 악어의 눈물은 결국 한 번 더 ‘그들만의 잔치’를 허락하게 만든다. 강자는 절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눈물을 흘릴수록 더욱 단단해지고, 그 눈물을 밟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른다.
이제는 묻고 싶다. 당신의 눈물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언제까지 그 눈물에 속아줄 것인가? 선택의 날은 오고 있다. 그 눈물의 유효기간이 끝나기 전 우리는 진실을 보는 눈을 먼저 가져야 한다. 선거는 권력을 향한 눈물의 연극이 아니라, 국민의 분노와 희망이 투표용지에 새겨지는 날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