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칠순 이국찬, “인생, 욕심 버리기 위해 걸어요”

“바닷가 해안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고 신비로워”

2025-05-26     오문수
▲ 캐나다 밴쿠버 시드니항에서 여행객들과 함께 기념촬영 (얖줄 맨 오른쪽이 이국찬씨)  ⓒ이국찬

이국찬(70)씨, 그는 여수 국동도서관의 글쓰기 공부 멤버다. 그런데 그분의 살아온 이력이 남다르다. 생활 터전인 광주에서 2024년 8월 25일 쌍봉사거리로 이주해 현재까지 여수에서 살고 있다.

그는 틈만 나면 전국 바닷가 길을 따라 도보여행한다. 그가 여수로 오게 된 연유를 알아봤다.

- 여수의 어떤 점이 좋아 오셨나요?

“고교 시절 절친이 여수에서 사는데 그의 집에서 함께 지내면서 여수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특히 바닷길이 아름답고 좋아요.”

▲ 엘리자베스 호 ⓒ이국찬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꺼냈다. 1955년에 태어난 그는 군 제대 후 1974년 11월에 철도청에 입사했다. 1990년 철도청에서 퇴직한 그는 전기 관련 회사에 근무하면서 6개의 전기 관련 면허를 취득했다. 그후 전기 통신공사업체를 차린 그의 사업은 잘 나갈 때는 연 매출이 100억에 달하기도 했지만 IMF이후 사업이 어려워지자 2017년에 사업을 정리했다.

울적했던 마음을 달래고 건강도 챙길 겸 해서 시작한 걷기는 그에게 또 다른 기쁨을 줬다. 뜻이 잘 맞는 여수 친구와 함께 2024년 5월 23일부터 19박 일정의 크루즈여행에 나섰다. 영국 쿠나드 선사 엘리자베스 여왕 크루즈여행은 일본 도쿄항을 출발해 알래스카 지역 5개항을 돌아보는 코스다. 캐나다 빅토리아항에서 하선한 그는 친구와 캐나다 토론토와 미국 시애틀 4박 5일 여정을 함께 했다.

크루즈여행을 마친 후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섬이 있고 아름다운 바닷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수로 주소지를 옮겼다. 2년 후에는 부인도 여수로 이사와 함께 살기로 했다. 그가 걷기의 매력에 빠진 이유와 인생관에 대해 몇 가지 질문하자 답변이 돌아왔다.

▲ 엘리자베스 선상 모습 ⓒ이국찬

- 틈나면 도보여행을 하는 것으로 아는데 도보여행을 즐기는 이유는?

“저는 여행일지를 써요. 기록을 살펴보니 2015년 4월 고려대 공학대학원 건설경영 최고위 과정 재학 시 부산거주 강창근 아우랑 홍도, 흑산도, 증도섬을 걸으면서 둘러봤습니다. 그 이후부터 서서히 홀로 바다 가까이 도보여행을 즐겼습니다. 바다의 푸른 물결에 빛나는 파도와 어촌과 산들 풍경의 조화로운 매력에 흠뻑 빠지며 페이스북과 네이버 블로그에 기행문 남기는 걸 즐겼습니다. 특히 직접 도보로 걷는 여행은 세월이 많이 흐르더라도 기억이 생생하게 회상되는 추억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 동해안을 일주하셨다면서요. 도보여행한 거리와 답사지는 어디인가요?

“여행거리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해운대, 송정해변, 일광 대변항, 임랑해변, 간절곶, 진하해변, 울진항, 대왕암, 울진죽변항, 고성 천진항 등입니다. 서해안은 지도 송도어판장, 돌머리해변, 영광 향하도, 새만금, 선유도, 장자도, 영광 백수노을길, 곰소항, 구시포 등이 있습니다. 고흥만 바다 걷기에는 소록도항, 나로대교, 거금대교, 연홍도 등이 있죠.”

- 여행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어디이고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밤중 넓은 청초호를 지나 인근 호텔에서 숙박한 후 새벽 동명항 경매 모습을 구경하고 어시장에 들러 속초 등대를 지나 영금교에서부터 가까이 있는 등대 해변을 돌아보았습니다. 멀리 넓게 펼쳐진 광활한 바다와 투명하게 비추는 바닷물과 주변 해안 풍경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습니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속초 바다의 신비로움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 글래이셔 베이 국립공원 보호구역에 위치한 8마일 길이의 빙하 모습 ⓒ이국찬

- 남다르게 도보여행을 즐기는 데는 자신만의 인생 철학이 있나요?

“도보여행을 통해 마음을 풍요롭게 하면서 주변인들과 소통하며 즐겁게 지내자는 것입니다.”

- 도보여행을 계속할 건가요, 그리고 도보여행의 최종 종착지는 어디입니까?

“우리나라 새로운 지역 바닷길 걷기와 전국의 섬들에서 숙박하며 자연을 관조하며 사색의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 삶을 바라보는 관점은 무엇입니까?

“제 인생 얼마 남지 않았지만 평범한 생활을 하며 욕심 버리고 살고 싶습니다. 이제 내 나이 일흔인데 향후 활발하게 살 수 있는 기간은 5년 정도로 그 이후는 지금보다 모든 활력이 떨어질 것입니다. 여든에 운명이 다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 끝으로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많이 할 수 있는 분위기와 습관을 알려주세요.”

그는 친구와 함께 브라질, 동티모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발리 등을 여행했다고 한다. 누구보다 심신이 건강해 보이는 그에게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느꼈다. 우리 곁에 늘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