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이어진 '여수 소묘연구회'의 따뜻한 동행
보성 회천중 소묘 방과후 동아리와 여수 소묘연구회의 협업 전시회
전라남도 보성군의 작은 학교, 회천중학교(교장 김영욱)가 특별한 전시회를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전교생 18명의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서 운영되는 ‘소묘 방과후 동아리’가 여수 지역의 ‘소묘연구회’와 손을 맞잡고 협업 전시회를 연 것이다.
이 전시회는 단순한 결과물 발표를 넘어, 교육과 지역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학교와 마을, 아이들과 어른이 예술로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실천의 현장이 되었다.
방과후 소묘 동아리는 수학교사인 정기수 선생님이 지도한다. 정 교사는 평소 여수에서 활동하는 시민예술가 모임인 ‘소묘연구회’의 일원이기도 하다. 그는 “연필 한 자루로도 감정을 표현하고, 사물을 깊이 바라보는 힘을 기를 수 있다”며 “작은 학교에서도 예술적 감수성을 길러주는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현재 이 동아리에는 1학년 강수민·서효주, 2학년 이수빈, 3학년 이승연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매주 수업 시간마다 자신만의 시선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천천히 연필로 선을 쌓아가며 그림을 완성해왔다. 그 결과물은 학생들 각자의 감성과 성장의 흔적이 담긴 소중한 예술 작품이 되었다.
전시가 열린 회천중학교 복도는 작은 미술관으로 변했다. 조용한 공간을 따라 벽에 정갈하게 전시된 작품들 앞에는 작가 이름과 설명이 붙어 있었다. 연필로 그린 정물화, 풍경, 인물화에는 비록 서툴지만 순수한 시선과 섬세한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시회를 찾은 학부모와 마을 주민들의 발걸음은 한참을 머물렀다. “아이들이 이렇게 집중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입니다.” “우리 아이 손끝에서 이런 깊이가 나올 줄 몰랐어요.” 감탄과 뿌듯함이 뒤섞인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친구의 작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한 학생은 “내가 아는 친구인데 이렇게 멋지게 그릴 줄은 몰랐다”며 환하게 웃었다.
서효주(1학년) 학생은 “처음에는 연필을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몰랐는데, 선생님이 하나하나 알려주시고 친구들과 함께 그리다 보니 재미있어졌어요. 전시회까지 하게 돼서 너무 신기하고 기뻐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 전시회를 위해 함께 참여한 ‘여수 소묘연구회’는 다양한 직업과 연령층의 지역 시민들로 구성된 미술 동호회다. 지역 작가들과 학생들이 한 공간에 나란히 작품을 전시하며 세대를 초월한 예술의 대화가 이루어졌다. 작품의 크기나 테크닉은 달랐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은 어느 누구의 것도 덜하지 않았다.
소묘연구회 총무인 김광호 명예퇴직 교사는 “이 작은 전시회에 담긴 감동은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그림에는 기교보다 더 깊은 순수와 진심이 있고, 어른들은 그 속에서 잊고 지낸 감성을 되찾았습니다. 예술이 세대와 학교, 마을을 잇는 다리가 될 수 있음을 다시금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김영욱 교장은 “작은 학교이지만 배움의 깊이는 결코 작지 않다.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이 교과를 넘어 삶의 감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지역 사회와 협력하여 마을과 함께하는 열린 학교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번 협업 전시회는 단순한 방과후 활동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지역 예술단체와 함께 기획하고 전시하며, 학생들은 ‘나도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학부모와 마을은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 기뻐하며 새로운 교육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학교와 마을, 아이들과 어른이 하나의 선을 함께 그어 완성한 이번 전시회는 ‘교육의 진심’이 어떻게 예술과 만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감동의 현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