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출신 여성, 난생 처음 한국 대중목욕탕...너무 놀랍고 신기해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목욕하는 모습에 어찌할 줄 몰랐어요”
저는 베트남 북부 지방 하이퐁시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습니다. 23살이 되던 해,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되었고, 남편을 따라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다는 큰 꿈을 품고 처음으로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 드라마를 통해 어느 정도 한국 문화를 접했지만, 실제로 와보니 문화가 다른 것에 놀랐습니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바로 대중목욕탕 문화였습니다.
추운 겨울, 한국에 온 지 이틀쯤 되었을 때 형님께서 같이 목욕탕에 가자고 하셨습니다. 당시 저는 한국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 상태였지만, 그냥 따라갔습니다. 목욕탕에 도착하니, 남탕과 여탕이 나뉘어 있었고, 카운터에서 요금을 내고 저와 형님은 각각 열쇠를 하나씩 받아 여탕으로 들어갔습니다.
목욕탕에 들어서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제 인생에서 처음 보는 장면이었습니다. 모두가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다니는 모습이 저에게는 너무 놀랍고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경험이 전혀 없었던 저로서는 너무나 당황스럽고 쑥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저희 베트남에서는 보통 집에서 간단하게 20분 정도 샤워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여탕 안에 있는 동안 시간은 왜 그리도 안 가는지… 저는 매우 어색하고 민망했으며, 무엇보다 불편했습니다. 그렇다고 마음대로 나갈 수도 없었습니다. 형님과 같이 왔기 때문입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다시는 공중목욕탕에 가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후 함께 살고 계신 어머니께서 목욕탕에 같이 가자고 하시며 억지로 저를 데리고 가셨습니다. 추운 겨울 새벽 5시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따라나섰습니다. 어머니는 "새벽에 가야 깨끗한 물로 씻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우리 동네에 사는 아주머니들과 아는 사람들이 몇 명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될 수 있으면 그분들과 거리를 두며 목욕했지만, 어머니는 그들과 마주하자 매우 반가워하시며 하하 호호 웃으시고,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그 모습이 참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도 어머니 덕분에 자주 목욕탕에 가게 되었습니다. 꾸준히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느낀 것이 있습니다. 한국의 목욕 문화는 단순히 몸을 씻는 위생적인 목적뿐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피로를 풀고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의 공간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한국에서 18년 동안 살다 보니 목욕탕 문화가 참된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님뿐만 아니라 시어머니하고도 가까워졌거든요. 한편으로는, 우리 베트남에도 대중목욕탕 문화가 생기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