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교 폭력, 숨겨진 진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학교공동체... 처벌 넘어 회복으로 가는 길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책임 있는 행동을 배워가고 있는가?
지금의 학교 폭력 해결 방식은 안전하고 평화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가? 학교 공동체 전체가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책임 있는 행동을 배워가고 있는가?
나는 학교 폭력 심의를 하면서 다양한 사안들을 접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사안 발생 시 선생님과 학생들이 겪는 갈등 상황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학교, 회복을 담다.'는 현장에서 겪는 일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도움이 되었다.
학교 폭력, 처벌보다는 평화로운 갈등 해결...더 노력하며 힘써야
학교는 폭력 사안이 접수되는 순간부터 교사들이 학생들의 갈등 속에서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안게 된다. 때로는 형사처럼 조사에 임해야 하는 상황과 학생들의 상처를 살피고 관계 회복을 돕는 역할 사이에서 혼란과 어려움을 겪게 된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학교 폭력에 참여하는 많은 교사들이 토로하는 고충이다. 특히 초등 저학년의 경우, 친구 간의 사소한 다툼조차 학교 폭력으로 접수될 때가 있다. 교사들은 이를 일반적인 갈등 상담으로 접근해야 할지, 학교 폭력 사안으로 처리해야 할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학교는 또 어려운 환경에 놓여 폭력적인 삶의 방식에 노출된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처벌보다는 평화로운 갈등 해결 방식을 가르치는 데 더 노력하며 힘써야 한다.
학교는 본래 교육의 장이다. 학생들에게 바른 행동을 가르치고, 책임감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온전한 인간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동행하는 곳이다. 그러나 현재 학교는 학생 간 갈등이 발생했을 때 행정 절차에 따라 문제를 처리하는 데 더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에서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모두의 상처를 보듬고 살피는 일은 뒷전이 된다. 진실 규명, 피해자 가해자 확인이란 현실 앞에 모두가 회복되지 못하는 고통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대화 모임'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학교 폭력에 관련된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사건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 나누다 보면, 그 과정 속에서 각자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과와 용서로 나아가고, 관계 회복과 치유로 이어지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학생들이 사용하는 거친 비속어나 줄임말 등 무분별한 언어 사용은 또 다른 어려움이다. 어디까지를 언어폭력으로 봐야 할지 경계조차 모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때 대화 모임에 참여하는 교사나 상담자가 '바꾸어 말하기(Reframing)' 기법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학생들이 감정을 담아 거칠게 쏟아낸 말을 순화된 언어로 바꾸어 전달함으로써, 대화의 본질을 유지하게 된다.
교사, 상담자는 학생들의 상처가 최소화되고 상대방의 진심을 헤아릴 수 있도록 도우면서 대화에 임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이해와 회복으로 나아갈 수 있다.
아이들의 갈등 해결에 또 다른 변수는 바로 학부모다. '학교 폭력'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내 아이 보호'가 우선이 되는 부모의 마음이 갈등을 키우는 것 같다. 부모들은 흔히 "우리 아이는 그런 아이가 아니다"라며 현실을 부정하거나 감싸기에 급급하다.
부모로서 내 아이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단어 앞에서 부모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린다. 사안 발생 시 피해를 호소하는 쪽이 있기 마련인데, 피해 정도나 목격자 진술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요즘에는 피해자 학부모는 화해를 거부하고, 가해자 학부모는 증거 수집에 몰두하는 등 해결과 거리가 멀어지는 모습들이 보여진다. 학교 폭력 사안에 대한 각자의 입장이 다르기에 시간과 감정의 소모, 그리고 2차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일이 발생하기까지 아이의 일상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나 성찰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이들의 속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아이들의 문제는 점점 어른들의 감정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윤기나는 과일의 겉만 보고 속이 썩어가는 것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처럼, 부모들은 아이의 겉모습만 보고 마음속 깊은 상처는 찾지 못한다. 내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놓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때문에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는 학교, 학생, 학부모가 서로를 배려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이러한 현실 속에서 '회복적 정의'에 대한 학부모 교육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학교, 학생, 학부모는 서로 연결된 공동체이다.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소통을 통해 이해와 공감을 넓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갈등 이면에 숨겨진 진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치유와 정의로운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 학교 폭력 문제 해결은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공동체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과제임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