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칼럼] 살인적인 폭염의 넋두리

폭염, 마침내 광란의 춤을 추다.

2025-07-11     김광호
▲  우리는 삶에서 무엇을 잃고 있는가? 

에머슨은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불은 욕망이고, 가장 차가운 것은 무관심이다.”라고 말했다. 혹 그 뜨거운 욕망이 살인적인 폭염으로 나타난 건 아닐까?

살인적인 폭염이 다시 찾아왔다. 도시는 펄펄 끓는 가마솥이 되었고, 거리의 나무는 숨을 헐떡인다. 사람들은 실내에 갇혀 에어컨 바람에 몸을 맡긴다. 문제는 단순히 불편함에 그치지 않는다. 폭염은 이제 생존의 경계를 넘나드는 위험한 재난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 폭염을 그저 '날씨'라고만 치부하며 넘기고 있는 건 아닐까. 더위가 심할수록 더욱 에어컨을 틀고, 거리에는 더 많은 전기가 쏟아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더위를 피하기 위해 쓰는 에너지들이 또 다른 폭염을 부른다. 이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낼 수 있을까.

▲ 우리는 자연과 공존해야 한다.

인문학은 이런 자연재해조차 인간 내면의 문제로 끌어온다. 인간은 본래 자연의 일부였다. 그러나 문명을 발전시키면서 점차 자연을 지배할 대상으로 여겼다. 폭염을 겪을 때마다 우리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지금 우리는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중용(中庸)에 이런 말이 있다.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이 모두 때에 맞게 조화롭게 일어나면 그것이 중(中)이다.” 폭염은 자연의 ‘분노’다. 때를 잃은 인간의 탐욕과 무절제가 부른 분노의 폭발이다. 자연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면 그 대가는 더 혹독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단순한 기술이나 정책이 아니다. 폭염이라는 현상 속에서 우리는 인류 전체의 삶의 방식을 돌아봐야 한다. 우리는 얼마나 쉽게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가. 얼마나 무심하게 플라스틱을 쓰고, 무분별한 소비를 반복하고 있는가.

옛 철학자들은 자연을 거스르지 말고 따르라고 가르쳤다. 도덕경은 말한다.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道)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 우리는 폭염 앞에서도 결국 자연을 본받아야 한다. 억지로 맞서려 하지 말고, 때를 기다리며 절제하는 지혜를 길러야 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문득 떠오르는 격언이 있다. “모든 계절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더위조차 우리 삶의 과정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 고통으로 변하지 않게 하려면, 나부터 작은 실천을 시작해야 한다. 에너지 절약, 소비 절제, 자연 존중. 어쩌면 인류는 폭염이라는 불벼락 속에서 더 나은 삶의 길을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폭염은 자연이 보내는 경고다. 뜨거운 햇살 아래,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보자.

“우리는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