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야포 미군폭격사건, “시민관심이... 진실규명의 지름길입니다”

여수의 아픈 역사...이야표‧두룩여 미군 폭격사건 75주기를 맞이해서

2025-08-01     정기명 여수시장
▲ 정기명 여수시장  ⓒ여수시

아직도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 여수의 아픈 역사라 할 수 있는 이야표‧두룩여 미군 폭격사건이 75주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야포 미군폭격사건’은 지난 1950년 8월3일, 6.25전쟁 중 여수시 남면 안도 이야포 인근 해상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피난선을 미국 전투기가 기총 사격해 250여 명의 민간인이 희생된 '민간인 집단학살사건'입니다.

이로부터 6일 뒤인 9일에 발생한 ‘두룩여사건’도 미군 전투기가 남면 해상에서 조기잡이 어부들을 공격해 수십 명이 희생된 끔찍한 사건입니다.

이 두 사건은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발생한 현대사의 비극으로, 제대로 된 기록도 없이 아직도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사건의 당사자인 미군은 아직까지 그 어떤 해명이나 사과도 없습니다.

이 두 사건은 지난 1990년대 말, 생존자인 이춘송 씨가 제보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고 전해집니다. 이후 지난 2006년 출범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에 이 사건들의 진실 규명 신청이 접수되며, 2010년 6월 30일 진실 규명 결정이 내려집니다.

하지만, 진실 규명 결정 이후에도 이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추모 사업은 미미했으며, 지난 2018년에서야 한국해양구조단 여수구조대가 수중 탐사와 함께 첫 추모제를 열면서 급물살을 탑니다.

▲ 정기명 여수시장이 이야포 미군폭격사건 생존자인 이춘혁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찬현 (자료사진)

이후 2019년에 지역 내 ‘이야포 미군폭격사건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추진위원회’가 설립돼 추모제와 표지판 제막식이 거행됐고, 2020년에는 평화탑 쌓기 등 평화 메시지를 담은 행사가 이어졌습니다.

더욱이 2021년에는 ‘이야포·두룩여 미군폭격사건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조례’를 제정, 위령 사업을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할 근거를 마련하게 됩니다.

같은 해 8월 여수시가 주도적으로 나서 이야포 평화공원에서 희생자 넋을 기리는 조형물 제막과 함께 공식 추모제를 가졌으며, 2022년과 2023년에는 이야포와 인근 화태도에 각각 추모비를 설치하는 등 본격적으로 두 사건을 알리는 활동에 나섰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여수시가 진실화해위원회 진술 기록과 제보를 근거로 유해 발굴 조사를 추진해, 올해 5월, 유해 매장지로 추정되는 남면 안도리 1010-1번지 일원에서 총 9개소 트렌치를 설치해 현장 조사를 진행했으나 유해나 관련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많은 이들이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진실이 이번 유해발굴을 통해 조금이나마 드러나길 기대했으나, 지형 변화와 시간 경과, 자연 퇴적 작용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오랜 시간 묻혀있는 진실은 쉽게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이 두 사건에 대한 자료 부족과 유족 고령화 등으로 현재까지도 진상 규명의 큰 진전은 없는 상태이지만, 적어도 ‘미군의 폭격이 불법적이었다’는 사실은 밝혀진 만큼 진상규명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데 그 의미가 크다 하겠습니다.

시민운동과 추모공원 조성, 특별법 제정 등 앞으로도 우리 지역의 아픈 역사를 바로잡고 기억하기 위해 풀어야 할 당면과제가 많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진실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해 우리 모두가 좀 더 큰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시민들의 관심이 진실규명을 위한 가장 빠른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유가족들께 진심어린 위로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