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남면 이야포·두룩여 미군폭격사건 75주년 민간인 희생자 추모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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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2     조찬현
▲ 여수 남면 이야포·두룩여 미군폭격사건 75주년 민간인 희생자 추모제 후 함께했다. ⓒ조찬현

여수시 남면 ‘이야포·두룩여 미군폭격사건 75주년 민간인 희생자 추모제’가 8월 1일 오전 10시 30분 여수시 남면 안도 기러기 캠핑장 1층 강당과 이야포 평화공원 일원에서 열렸다.

여수시립합창단 추모공연을 시작으로 국민의례, 내빈소개, 경과보고, 기록 영상 시청과 인사 말씀, 그리고 추모사에 이어 이야포 평화공원으로 이동하여 헌화가 진행되었다.

▲ 여수시립합창단이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조찬현

이날 행사에는 여수시 시의회 백인숙 의장, 조계원 국회의원, 전라남도 도의회 이광일 부의장, 여수시의회 문갑태 부의장, 시의회 김철민 의원, 시의회 과거사특위 이미경 위원장과 박성미 부위원장, 김행기, 송하진, 민덕희, 정신출, 진명숙 의원, 박상근 여천농협조합장, 진실화해위원회 송상교 사무처장, MG돌산새마을금고 박영숙 전무, 여수넷통 이기재, 강정철, 박정우, 최은서 이사, 박태완 감사, 해양환경인명구조단 유순식 이사, 심명남 추진위원장, 정기명 여수시장 등이 함께했다.

이야포와 두룩여 사건에 대한 기록을 영상으로 만나보는 시간에서는 그 아픈 기억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는 시간여행을 가졌다.

▲ 여수 남면 이야포·두룩여 미군폭격사건 75주년 민간인 희생자 추모제가 기러기 캠핑장에서 열리고 있다. ⓒ조찬현

"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얼마나 더 많을까요? 

사회를 맡은 박정우 여수넷통 이사는 “영상으로 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얼마나 더 많을까요? 영상 외에도 저희가 알지 못하는 분들의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 것을 생각하니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라며 “하루빨리 진상 규명이 이루어져서 피해자와 유족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정기명 여수시장은 인사말에서 “(이야포·두룩여) 이 두 사건은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발생한 현대사의 비극으로, 제대로 된 기록도 없이 아직도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사건의 당사자인 미군은 아직까지 그 어떤 해명이나 사과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22년 8월 여수시가 주도적으로 나서 이야포 평화공원에서 희생자 넋을 기리는 조형물 제막과 함께 공식 추모제를 가졌으며, 2022년과 2023년에는 이야포와 인근 화태도에 각각 추모비를 설치하는 등 본격적으로 두 사건을 알리는 활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특히 “이 두 사건에 대한 자료 부족과 유족 고령화 등으로 현재까지도 진상규명의 큰 진전은 없는 상태이지만, 적어도 ‘미군의 폭격이 불법적이었다’는 사실은 밝혀진 만큼 진상규명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데 그 의미를 부여했다.

'섬박람회 모티브'로 잘 활용... 평화와 인권이 공존하는 섬으로 

▲ 심명남 추진위원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조찬현

심명남 추진위원장은 ”이번 추모제는 예년과 다르게 안도기러기 캠핑장과 이야포평화공원에서 1박 2일 특별한 행사를 준비했다“며 ”내년 여수세계섬박람회를 앞두고 있는 여수시가 우리 지역의 아름다운 다도해 섬에서 발생한 끔찍한 참상을 '섬박람회 모티브'로 잘 활용 반전을 통해 평화와 인권이 공존하는 섬으로 세계인들에게 각인시켜 줄 새로운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추모제를 하다보니 시행착오도 많았다. 남면 이야포·두룩여 위령사업추진위원회가 그동안 시민단체와 함께 힘들게 찾아낸 침몰 피난선 잔해물 인양을 촉구했다. 이후 여수시가 피난선 인양을 위한 용역을 맡겼지만 시민단체가 수년간 고생을 해가며 찾아낸 피난선 잔해물에 대해 어떠한 사실 조사와 결과도 내놓지 못했다. 피난선 인양을 위한 용역조사에 재착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2018년 민간단체와 <여수넷통뉴스>가 억울하게 구천을 헤매고 있는 영원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추모제가 올해로 8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이는 민간단체와 지방정부가 협력해 '역사 바로 세우기'를 이어가고 있는 첫 모범사례다“라고 자평했다.

▲ 여수 남면 이야포·두룩여 미군폭격사건 75주년 민간인 희생자 추모제에 주민들이 함께했다. ⓒ조찬현

"평화공원을 조성하고... 피난선을 하루빨리 인양하는 일이다”

진실화해위원회 송상교 사무처장이 대신 전한 박선영 위원장 추모사에서는 “75년 전인 1950년 8월, 여수의 이야포와 두룩여 앞바다에서는 가슴 아픈 사건이 있었다”며 “8월 3일 이야포 앞바다에서는 피난민을 태운 배를 향한 연합군 전투기의 기총소사로 약 150명이 희생되었고, 8월 9일 두룩여에서는 조업 중이던 어민 5명이 안타깝게 희생되었다”고 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희생자들의 시신은 제대로 수습되지 못했으며, 반세기가 넘도록 이 비극은 역사의 그늘에 묻혀 있다”며 “희생된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참상을 딛고 평화와 인권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여수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 희생자들을 기리는 의미 있는 방법일 것이다”라고 했다.

또한 “평화의 기억을 위해 우리가 함께 이루어야 할 과제들이 있다. 평화공원을 조성하고, 바다 깊이 잠들어 있는 피난선을 하루빨리 인양하는 일이다”라며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이곳이 단순한 추모의 공간이 아니라 평화교육의 장이 되고, 미래 세대에게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백인숙 여수시의회 의장은 “그날의 기억에 가슴이 먹먹해졌을 안도 주민 여러분께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75년이 지난 지금 이 자리는 여전히 외면당한 상처를 기억하고 남겨진 책임을 함께 되새겨야 할 자리다”라고 했다.

이어 “이야포와 두룩여의 아픔을 딛고 평화와 화해의 상징으로 나아갈 수 있게 여수시의회도 과거사 진상규명 특위를 중심으로 정부에 명예 회복을 촉구하고, 미군의 공식적인 사과가 더는 미루어지지 않도록 뜻을 모아 가겠다”고 약속했다.

바쁜 일정으로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주철현 국회의원(여수갑)은 “이 아픈 역사가 세상에 알려진 지도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라며 “다행히 지역에 뜻 있는 분들이 먼저 나서주셨고, 지원 사업 조례가 제정돼서 매년 희생자를 추모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에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땀 흘리신 모든 분께 수고하셨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라며 추모 영상을 보내왔다.

“적군도 아닌 미군의 폭격으로... 너무나도 참담하고 안타까운 일”

▲ 조계원 국회의원(여수을)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조찬현

조계원 국회의원(여수을)은 “적군도 아닌 미군의 폭격으로 인해서 무참하게 희생되었다는 사실은 정말로 너무나도 참담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며 “이야포와 두룩여에서 미군 폭격으로 인해서 무고하게 희생당하신 분들과 그 유족분들께 다시 한번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해 드린다”라고 말했다.

여수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곡가 서혁신 가수는 헌화에 앞서서 희생자분들의 넋을 달래는 추모공연을 펼쳤다. 추모공연에서 노래한 ‘안도 이야포’ 노래는 강경아 시인의 작사로 만들어진 곡이다. 이야포의 아픔이 절절하게 담겨 참석자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했다.

한편, 이야포 미군폭격사건은 1950년 8월 3일 한국전쟁 중 여수시 남면 안도리 인근 해상에서 일어났다. 제주도로 향하던 피란선은 미군 전투기의 기총사격을 받아 승선자 약 250명 중 다수가 사망하거나 부상했다. 이어 8월 9일, 인근 두룩여 해상에서도 생업 중이던 어민들에게 무차별 사격이 가해져 추가 피해가 발생했다. 전체적으로 약 150명 이상이 숨지거나 다친 참사였다.

▲ ‘심장에 새긴 이야포’ 추모탑에 헌화 후 묵념하고 있다. ⓒ조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