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도와드릴까요?” 친절이 무례가 될 때

"도움은 때로 따뜻한 배려가 될 수 있지만, 때로는 무심한 무례가 되기도 합니다"

2025-09-09     김희정
▲ 오동도를 오가는 동백열차에는 장애인이 타고 내릴 수 있는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되어 있다. ⓒ조찬현 (자료사진)

어느 날, 길을 걷다가 휠체어를 탄 사람이 천천히 인도를 이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휠체어 바퀴를 굴리는 그의 팔은 근육질에 건강한 팔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지나가던 행인이 “제가 밀어드릴게요”하고 허락도 없이 휠체어 손잡이를 잡았습니다.

휠체어를 탄 사람은 놀란 표정으로 “저 혼자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이미 휠체어는 속력을 내고 있었습니다. 도와주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었겠지만, 정작 그 순간 가장 불편함을 느낀 건 도움을 받는 당사자였습니다.

사람들은 장애인을 보면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저 사람은 혼자서는 못할 거야.’라는 편견이 숨어 있습니다. 결국 상대를 존중해서가 아니라, 내가 그 상황을 편히 넘기고 싶어서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어떤 때는 “무슨 일로 장애가 생겼냐?” “언제부터 그러셨냐?”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지곤 합니다. 하지만 그 질문은 상대의 상처를 다시 헤집는 일이 될 수 있고, 때로는 사생활 침해가 됩니다. 단순한 궁금증이 상대에게 큰 실례가 된다는 걸 간과하고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을 대할 때 존중과 동등한 관계를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꼽습니다. 장애인은 언제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살아가는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라는 물음을 먼저 해 주고 상대가 원하는 지 확인을 먼저 하는 것이 장애인에 대한 존중하기의 시작입니다.

비슷한 장면은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다리를 저는 이웃에게 “어쩌다 그렇게 되셨어요?”라는 질문을 던지거나, 시각장애인에게 준비 없이 팔을 잡아 이끄는 행동이 그렇습니다. 궁금증이나 호의에서 나온 말과 행동일지 몰라도, 당사자에게는 상처와 불편함으로 남습니다.

길을 걷다 마주치게 된다면 휠체어를 밀어 주기보다는 길을 비켜 공간을 넓게 사용하게 해 주는 행동에 더 많은 배려를 느낄 것입니다.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는 결국 우리 사회가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도움을 주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동등한 시민으로 바라볼 때 진짜 공존이 시작됩니다.

도움은 때로 따뜻한 배려가 될 수 있지만, 때로는 무심한 무례가 되기도 합니다. 진정한 배려는 ‘내가 해 주고 싶은 것‘을 내미는 게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것을 물어보고 함께 맞추어 가는 마음일 거예요.

장애 가진 이웃을 길에서 마주쳤을 때, 우리는 묻고 기다리고 존중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그 짧은 멈춤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첫걸음이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