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특별기획] 여수 금오도 특산물, 방풍으로 술을 빚다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특집] 방풍막걸리 ‘방풍도가’ 이야기 “금오도의 역사와 삶, 그리고 섬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술입니다”

2025-09-16     조찬현
▲ 방풍막걸리를 만드는 금오도 섬마을 양조장 '방풍도가'다. ⓒ조찬현

여수시 남면 금오도. 그곳에는 독특한 맛과 향기를 품은 술이 있다. 이름하여 ‘방풍막걸리’. 그곳 방풍도가에서 금오도의 특산물 방풍으로 방풍 막걸리를 빚는다.

금오도 방풍은 거문도 해풍쑥 돌산도의 돌산갓김치와 함께 여수 3대 특산물이다. 예부터 금오도 주민들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란 방풍의 뿌리를 담금주로 담가 마셨다. 섬의 바닷가 민가에서 만들어 마셨던 기억은 여전히 주민들에게 남아 있다.

11일 금오도의 농업회사법인 방풍도가&푸드 김유희 이사는 “방풍을 가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자’는 생각에 방풍막걸리를 개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어른들이 담갔던 방풍술의 향에 반했어요. 그런데 방풍이 막상 시장에는 원물로만 팔리다 보니 봄철 반짝 수요에 그쳤죠. 주민들은 1년 내내 방풍 밭에 풀만 매며 고생하고, 수익은 크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방풍을 가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자’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방풍막걸리다. 보통 막걸리는 일주일 만에 발효가 끝나지만, 방풍막걸리는 한 달여 가까운 시간 공들인다. 국내산 쌀을 직접 쪄서 누룩과 섞고, 매일같이 덧술을 더하며 정성껏 저어준다. 일반 막걸리가 뻥튀기 쌀가루로 빠르게 빚어지는 것과는 다른 길이다.

“공정은 더 복잡하지만 그만큼 술맛이 깊어집니다. 발효 기간이 길어서인지 마신 뒤에도 속이 편하고, 막걸리 특유의 트림이나 숙취가 거의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방풍의 향은 막걸리에 어떻게 스며들까?

▲ 방풍도가 김유희 이사가 좋은 술을 빚기 위해 덧술을 더하여 정성스럽게 저어준다. ⓒ조찬현

봄철에 수확한 햇방풍을 갈아 생즙을 낸 뒤 냉동 보관해 두었다가 양조 과정에 넣는다. 막걸리 한 병에는 방풍즙이 전체의 7.7%나 들어간다. 인공 첨가물은 일절 쓰지 않고, 단맛을 위해 어린이 해열제에도 쓰이는 고급 감미료 수크랄로스를 소량 사용한다. 그래서일까. 방풍막걸리는 진한 듯 은은한 향이 배어 있으면서도 본래 막걸리 맛을 해치지 않는다.

개발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8년 전 첫 구상을 떠올린 뒤 3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제주 주류면허지원센터에서는 “방풍으로는 술이 어렵다”며 달콤한 고구마 술을 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빚어본 방풍막걸리는 뜻밖에도 막걸리와 완벽하게 어울렸다. 그 맛에 확신을 얻은 김 이사는 결국 5년 전 정식으로 방풍막걸리를 세상에 내놓았다.

오늘날 방풍막걸리는 금오도의 또 다른 얼굴이 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지켜온 토종 식재료, 그리고 섬의 바람과 땅의 기억이 술 한 잔에 담겼기 때문이다.

“방풍막걸리는 단순한 술이 아닙니다. 금오도의 역사와 삶, 그리고 섬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술입니다. 앞으로도 섬 특산물의 가치를 높이고, 지역민과 함께 성장하는 술로 지켜가고 싶습니다.”

술잔을 기울이면 입안에서 맴돌며 은은히 퍼져 나오는 방풍 향. 금오도의 바람과 풀향이 함께 담긴 술, 방풍도가 막걸리는 오늘도 섬의 이야기와 향기를 담아내고 있다.

▲ 김대진 독도학교장, 유순식 해양환경인명구조단 여수구조대 이사, 박근세 섬 사진작가가 방풍막걸리로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성공 기원을 위해 건배하고 있다. ⓒ조찬현

막걸리의 변신, 서민의 술에서 문화 콘텐츠로

막걸리는 한국 전통주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술로 평가된다. 농경 사회에서 서민들이 즐겨 마시던 대표적인 술로 공동체 생활과 축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조선 시대에는 농민과 장인들이 일상적으로 마시는 음료였으며, 마을 사람들의 결속을 다지는 매개체로 기능했다. 시대에 따라 제조 방식과 소비 계층은 달라졌지만, 대중성과 접근성은 꾸준히 유지됐다.

현대에 들어 막걸리는 단순한 술을 넘어 한국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지역마다 다른 재료와 방식으로 빚어내는 막걸리는 한국 전역에 다양한 형태로 전승되고 있다. 전통을 보존하면서도 시대 변화에 발맞춰 발전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